6월 첫 번째, “걸음마”6월 첫 번째,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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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 번째, “걸음마”

2020.06.12. 김비언즈 격주 웹진 ‘언어와 삶’

 
세 명의 여자들이 자신의 삶을 언어화 하여 기록합니다. 여자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우리 각자의 언어를 되찾게 되었고, 시간을 들여 자신의 삶을 언어화 해 나가고자 합니다. 여자들에게는 지금까지 이름이 붙지 않았기에 차마 설명할 방도가 없어 흘려보낸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 경험과 감정에 이름을 붙여 호명해내고 그렇게 살려낸 것들을 기록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언어가 없는 삶을 겪어 온 여자들이 언어를 되찾고 삶에 변화를 느끼는 과정을 ‘언어와 삶’이라는 타이틀에 담았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우리의 언어를 되찾고 난 후 처음으로 떼는 ‘걸음마’입니다. 각자의 언어로 써 내려가는 ‘걸음마’를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여자들의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다 못해 끝내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지나친 자기 검열 때문이기도 했고, 완벽주의 때문이기도 했다. 아니 이건 같은 이야기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을 세상에 내 보일 수 없어 지레 겁 먹고 포기하곤 했다. 그러니 이 글은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인 동시에 무엇이 그걸 가능하게 했는지를 이야기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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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의 언어를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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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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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후추

영 내 몸에 맞지 않는 언어로 글을 쓰려 하니 늘 하고 싶은 말의 1/5만이 문장으로 남았다. 감정을 억누르며 혼자 모든 걸 다 해내야 한다고 자기암시를 거니 메마른 얼굴만 남았다. 전략적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멈추고, 완성도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우선은 내게 새로 와닿은 언어로 즐겁게 입을 틔웠다. 가까워지고 싶은 여성들에게 다가가 같이 선을 넘자고 제안했다. 이 글은 그렇게 여자 셋이 뛰어넘은 선 반대편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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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긋기 말고 선 넘기”
 
가끔 되돌아보곤 한다. 친한 친구와 떠들다가도, "우리가 어쩌다 친해졌더라?" 아무도 그 답은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그 물음을 통해 터져나오는 대화는 즐겁게 우리 사이를 감돌곤 했다. 어쩌다 이렇게 친해진 건지, 서로의 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연스러워졌을지를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성만이 존재하며 그 존재가 너무도 당연한 어느 세상에 스며든 경위나 정확한 타이밍은 고작 한두 달 전인데도 영 흐릿하다. 그러니, 첫 글은 그저 이렇게 스며든 나날에 대해 회고하려 한다. 그 짧은 시간에 마주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으며, 또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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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어를 찾게 해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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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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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글입니다. 이건 저희의 이야기지만, 이걸 봐주실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이기도 합니다. 지금껏 언어를 잃고 살아 온 여성들에게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자기 이야기를 하자고 말을 걸고 있습니다. 한때는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린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는 건 지금의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 하는 거라서, 열심히 과거의 감정들을 읽어내 줘야 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서로 완벽하지 못한 상태라는 걸 용인해 주고, 서로간에 지켜야 할 선은 지키면서도 또다른 선들을 넘나들며 서로의 애정을 건강하게 나눕시다. 상대의 성장을 의심하기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농담하는 애정 어린 관계로 나아갑시다. 결국 건강한, 또 건강해진 여자들은 자기 언어를 찾아 올 테고,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기 시작한 여자들의 대화와 편지는 서로의 영역을 조금씩 침범하며 각자의 세계를 넓혀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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