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밈(meme)의 형성과 인터넷 소통의 만화화 영향 분석 (2021.10.19)

 
 
 
본 연구는 2021년 <만화포럼>의 하반기 연구인 자유주제 따라 집필한 것입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포럼> 해산으로 자료집 발간이 무산되었기에 이곳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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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밈(meme)의 형성과 인터넷 소통의 만화화 영향 분석

 
- 서찬휘(iam@seochanhwe.com) / 만화 칼럼니스트·만화 연구자
 
 
밈, 그리고 인터넷 밈
21세기하고도 20년이 지난 이 시점, 인터넷 소통을 지배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인터넷 밈(Internet Meme)’이다.
그간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주된 소통 방법으로서 굳건한 지위를 지니고 있던 글의 위상은 이제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고 압축된 문장·이미지·짧은 영상들에 위협 받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생각을 직접 정리해 남에게 내보이기보다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표현물들에 본인의 의사를 대리시키고 기꺼이 그 모방·전달자·단순 변주자로서 자기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본래대로라면 대체로 짤막한 글귀거나 본문에 첨부된 파일(attached file)에 불과했을 표현물들이 인터넷 밈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본문을 제치고 오히려 내용의 전부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전파 속도는 지금껏 존재해 왔던 그 어떤 표현물보다도 빠르며 감정의 배설과 해소라는 측면에서도 몹시 유효한 효과를 낸다.
인터넷 밈은 이와 같이 효율적인 대의를 위해 첨부 자료에 담길 수 있게끔 압축된 생각, 표현 또는 내용 일체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인터넷 밈은 본래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이하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창한 문화 전달 단위 ‘밈(Meme)’1)의 표현과 개념을 서구권 이용자들이 차용해 유행시키며 대중적 시민권을 획득한 용어다. 형태만으로 보자면 한국인들이 흔히 ‘짤방’2), 더 줄여 ‘짤’이라 불러온 대상과 거의 비슷하지만 이미지 또는 이미지화한 열화 영상을 주로 지칭하는 짤방/짤보다는 적용 범위가 조금 더 넓은 축에 속해 근래 들어선 인터넷 밈이라는 용어를 쓰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짤방/짤을 포함한 인터넷 밈은 즉물적이고 비언어적이기까지 한 시각 언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밈’이란 용어의 아버지 격인 도킨스는 지난 2013년 칸 광고제에서 열린 한 광고 대행사의 ‘인터넷 밈’을 주제로 한 쇼케이스에 참여하며 인터넷 밈이 인간의 창의성을 통해 고의적·의도적으로 변형됨으로써 전파된다고 설명함으로써 인터넷 밈을 원래 본인이 주창했던 밈과는 구분 지은 바 있는데 3) 이후의 흐름에서 낱말로서의 ‘밈’이 지니고 있던 의미의 헤게모니를 원래의 의미가 아닌 ‘인터넷 밈’이 점유하는 일말의 역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4)
 
인터넷 밈의 의미
도킨스는 밈의 예로 노랫가락, 발상, 캐치프레이즈, 복식의 유행, 항아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아치를 건설하는 방법 따위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과학적 발상도 이 사람의 뇌에서 저 사람의 뇌로 건너뛰며 사람들을 사로잡고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이며, 종교 또한 믿음을 통해 전 사회를 감염시키는 생존력 높은 밈 집단이라 간주한다. 밈이란 이렇게 전달을 통해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문화 단위를 한 마디로 뭉뚱그린 표현이다. 도킨스는 뇌에서 뇌로 건너뛰는 어떤 과정 자체를 넓은 의미에서의 모방이라 말했다.
도킨스가 주창한 밈을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체계화시킴으로서 밈 이론을 정확하게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는 수잔 블랙모어(Susan Blackmore)는 저서 《밈 -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2010, 바다출판사, 김명남 역)5)에서 아예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억했다가 남에게 들려줄 때 정확하고 똑같지는 않아도 개요를 비롯한 무언가가 친구에게서 나에게 또 다른 친구에게 복사된다면 그것이 바로 넓은 의미의 모방이라 말하며, 아예 “이런 방식을 통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는 것은 무엇이든 밈이다”라고 역설한다.
이에 따르면 밈이란 표현은 그 자체가 엄격하게 정의되고 규정된 의미로 회자된다기보다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비 유전적인 범주에서의 문화 요소 일체를 뜻한다 볼 수 있다. 인터넷 밈은 이와 같이 ‘넓은 의미에서의 모방’이라는 기제를 통해 ‘전달’되는 문화 요소를 일컫는다는 밈의 성격을 차용해 용어로서 발돋움했지만, 그 작동 무대를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 자체로 삼음으로써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흔히 사람이 타인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을 걸어야 하고, 인터넷은 물론 그 이전의 PC통신을 거슬러 올라가는 단계까지 포함해 네트워크상의 말 걸기는 비교적 짧은 문장 내지는 단문(SENTENCE)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물론 여전히 소통의 질과 형태면에서 완성도를 갖춘 글(ARTICLE)을 중시하는 경향도 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완전한 글이라기보다 구어(口語)를 간단히 옮기다시피 한 문장 또는 단문을 써서 소통해 왔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이용자들의 소통 도구는 글이라기보다는 구어를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텍스트(TEXT)6)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고, 개인 단위의 소통에 이미지 정도가 붙기 시작한 것도 광대역 네트워크가 비교적 널리 보급된 2000년대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전화선 기반 네트워크 속도는 이미지 로딩을 받쳐줄 만큼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광대역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이미지 첨부가 어렵지 않게 된 시점부터 사람들은 텍스트를 보완하는 존재로서의 이미지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이윽고 사람들은 동영상 파일은 아니되 표현 가능한 색상이 256개이라는 명확한 제한을 지니고 있지만 간단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 형식인 GIF의 7) 가능성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JPG와 GIF와 같은 이미지 파일은 초기형 웹브라우저인 모자이크(MOSAIC) 8) 시절부터 웹 서버에만 올리면 열람자가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기본 파일 형식이었기 때문에 게시판에 첨부만 하면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9) 인터넷 대중화가 오래지 않아 이미지에 기초한 소통의 시대를 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윽고 사람들은 문자 조합이라 할 텍스트나 글로서의 아티클이 아니라 ‘이미지’로 ‘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저작재산권이나 초상권을 적잖게 또는 작정하고 무시하는 점만은 분명한 문제지만 10) 사람들은 자기가 수많은 작품 속 장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재미난 화상(사진, TV 프로그램 화면 캡쳐 등)을 텍스트에 추가로 첨부해 올리면서 하고픈 말에 덧대어 전하고 싶은 감정 등을 함께 전달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짤방이, 서구권의 인터넷 밈이 성립하는 과정이다.
 
인터넷 밈의 본질과 특성
여기서 도킨스가 2013년 언급한 바를 상기해야 한다. 도킨스에 따르면 인터넷 밈은 사람들의 창의성을 통해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변형됨으로써 전파된다. 도킨스의 말은 인터넷 밈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꿰뚫고 있다. 인터넷 밈은 인터넷을 매개로 삼아 각 전달자가 자기가 전달하고 싶은 말 또는 감정을 담고 있는 어떠한 ‘장면’ 또는 ‘연속된 장면들’이다. 이 ‘장면’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바에 따라 대사 따위를 수정함으로써 새로운 밈이 되기도 하지만, 내가 원전을 만들 수도 있고 많은 경우 남이 만들거나 수정한 것을 그대로 그냥 실을 수도 있다.
관건은 고정된 문구든 이미지든 움직이는 이미지(GIF 등)든, 첨부하는 내용에 직접 손대는 게 아니라 어떤 의도로 첨부해 전파하는가를 드러내는 지점까지가 ‘창의성을 통해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변형’한다는 조건의 범위라는 점이다. 즉 설령 하나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이미지라 하더라도 짤막한 제목이나 첨언을 다는 행위, 또는 누군가의 말에 덧글로 이미지를 다는 행위까지가 모두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변형의 범위에 포함된다. 인터넷 밈은 이렇듯 갖다 붙이기 편해야 한다. 또한 드러내는 바가 명확하고 익살맞아야(부정적으로는 조롱의 의미를 담뿍 담아야) 하며, 대사가 있어도 마음대로 고쳐 쓰기 용이해야 한다. 11)
따라서 유용한 인터넷 밈이란 시각적, 내용적으로 모든 면이 전달자가 그 순간 의도한 바에 부합해 얼마든지 꺼내어 끼워 넣을 수 있을 만큼 ‘부품화한’ 화상 또는 문구여야 하며, 때론 이와 같은 특성을 반영해 문구마저도 이미지로 제작되어 시각화를 꾀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히틀러가 관자놀이를 권총으로 쏴 자살하는 장면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해 붙인 “FOLLOW YOUR LEADER(네 지도자를 따르라)”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고개를 드는 갖가지 차별주의와 파시즘을 힐난하는 풍자이자 강한 분노의 표현으로서 인터넷 곳곳에서 애용된다. 12)
한데 이 지점에서 ‘도킨스의 말에는 없지만 중요한’ 대목이 드러난다. 인터넷 밈으로 돌아다니는 문장이나 이미지들은 전달자가 직접 만든 게 아닌 이상 저작권을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명확히 ‘남의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오로지 그 한 장면만을 위해 창작한 것도 아니다. 원래의 맥락에서는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장면이 인터넷 밈으로서 부품화하는 순간 13) 모든 앞뒤 맥락이 사라지고 오로지 그 장면을 첨부하는 시점의 첨부하는 사람이 의도한 바에 따라 재해석된다. 도킨스는 이를 ‘창의성을 통해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변형된다’고 설명했지만 좀 더 정확히는 부품화를 위해 맥락을 탈색하고 거세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던 작품 또는 완성물로서의 대상은 이렇게 과격하고 일면 폭력적이기까지 한 탈맥락화를 거침으로써 원래와는 아무 상관없는 ‘장면’ 또는 ‘이미지화한 문장’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다. 이게 바로 ‘부품화’이며, 이 부품화한 인터넷 밈은 그 안에 담긴 장면이나 문장에 변형을 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쓰고자 하는 사람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속성을 부여 받는다.
 
인터넷 밈의 유명 사례와 특징
예를 들어 미국 드라마 <로스트(LOST)>에서 백인 남성이 구사하는 한국어 발음 덕에 유명세를 탄 “넌 자유의 몸이 아냐,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은 발음에 빗대어 “논 자유의 모미 아냐,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꼐속”으로 돌아다녔다. 인터넷 밈으로서의 이 장면은 장면 자체만 딱 떼어 돌아다니면서 드라마의 원 장르나 장면의 심각한 분위기와는 아무 상관없이 무언가 야근 따위로 구속감을 토로할 때나 마감 일정에 시달리는 이들 사이에서 장면과 함께 최근까지도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14)
근래 만화 원작 영화인 <타짜>(2006)의 조연 악역 캐릭터라 할 곽철용이 작품이 나온 지 십 수 년이 지난 2019년 느닷없이 다시 인터넷에서 소환된 것도 캐릭터가 내놓았던 대사들 덕이다. 대표적인 “묻고 더블로 가”를 비롯해 “담배 하나 찔러봐라” “마포대교는 무너졌나 이 새끼야?” 등은 줄줄이 인터넷 밈으로 쓰이며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응수로 하여금 한동안 광고 등지에서 해당 대사를 읊고 다니게 만들었다. TV 드라마 <야인시대>(2002)의 장년 김두한 역을 맡았던 김영철의 막무가내 협상 장면에서 나온 대사인 “사딸라”와 협상 후 얼러대는 미군에게 지은 웃음 장면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인터넷 밈화했다. 사람들은 김영철의 전작이라 할 <태조 왕건>의 “네놈의 머릿속은 마구니로 가득하구나!”와 영화 <달콤한 인생>의 대사인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까지 꺼내어 엮으며 놀았다. 하지만 <야인시대> 한정으로 볼 때 김두한 이상으로 화제가 된 건 역시 김두한이 쏜 총알이 ‘영 좋지 못한 곳을 스친’ 심영의 “내가 고자라니”를 들 수 있다. 대사와 더불어 심영을 연기한 김영인의 표정은 이후 캡쳐로 회자되다 못해 ‘심영물’이라는 패러디 영상 장르명을 낳기도 했고, 덩달아 “이보시오 의사 양반”이란 심영의 대사 덕에 진지하게 통보를 하는 ‘의사 양반’ 캐릭터도 자못 진지하면서 측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통보하는 인물을 상징하는 인터넷 밈의 반열에 올랐다.
만화에서라면 일본 만화 <슬램덩크>(1990)가 널리 쓰이는 인터넷 밈의 보고라 할 법하다. 숱한 명장면 가운데 가장 널리 회자된 장면이라면 역시 부러움과 질투에 농구부에 흙발로 들어와 행패를 부리던 정대만이 안 감독을 보고 허물어져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 고백하는 장면과 그의 회상 장면 속에서 안 감독이 해 주었던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 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라는 말이다. 전자는 ○○가 하고 싶다 할 때 쓰이는 말로 많이 쓰였지만 후자는 특히 한국에선 “포기하면 편해, 하지마”라는 변형으로 사랑 받은 바 있다. 농구 풋내기인 강백호에게 슛 폼을 가르치는 안 감독이 조언해 준 “왼손은 거들뿐”은 지금도 농구만이 아니라 무언가 자세를 잡아야 할 일만 있으면 등장하는 명대사이자 인터넷 밈이 되어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드래곤볼>(1984)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시국에 백신을 맞은 이들이 팔 통증을 호소하면서 인조인간18호에게 팔이 꺾인 채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으로 오랜만에 회자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원피스>(1997) 도입부에서 샹크스가 루피를 구하고 팔 한 쪽을 잃은 장면과 <강철의 연금술사>(2001) 속 의수·의족을 뜻하는 오토메일이 부서지는 장면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한국 작품에서는 김성모 작가의 작품들이 인터넷 밈으로 대단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대털>(2002)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비타민약인 비맥스 메타 정 광고에도 쓰였으며 <걸푸> 속의 새 한 마리는 “왱알앵알”이라는 기묘한 울음소리로 김성모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대명제라 할 ‘근성’을 따 근성조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김성모의 대표작 <럭키짱>의 풍호가 내뱉는 “지금부터 내 공격을 막는데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나 “아… 안 돼!”란 적의 말에 풍호가 “돼!”라 외치는 장면도 유명하다.
아예 인터넷 밈화한 이미지가 원전 이상의 전파력과 파괴력을 지니는 경우도 있다. 가스파드의 <선천적 얼간이들>(2017)은 작품 안에서 인터넷 밈화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패러디해 넣은 작품이다. <선천적 얼간이들>은 작가 본인의 사적 경험담으로 점철된 이야기지만, 그 한계점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한편 패러디한 장면마저 한 차례 더 인터넷 밈으로 승화시킬 수 있게끔 품질 좋게 표현해 인기를 끌었다.
만화에서는 판본별 번역 차이가 인터넷 밈화하며 유명해져 급기야 원전의 대사를 잊히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 아라키 히로히코의 <죠죠의 기묘한 모험>(1987)은 한국에서 <메가톤맨>이라는 제목을 단 해적판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원래 압둘이라는 이름을 지닌 캐릭터가 주인공의 뚱딴지 같은 말을 믿으란 말이냐는 힐난에 “후… 하지만 나나 자네의 '악령'도 뚱딴지같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아닐까?”라 답을 하는 장면이 있다. 해적판에서는 이를 “후~ 내가 밥맛이라면 자네는 꿀맛이란 말인가?”로 바꾸어 놓는 바람에 원래의 대사를 묻어 놓는 효과를 낳았다.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1989)는 정식 한국어판이었지만 주인공인 어린 가츠가 남색가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실을 순 없어 대사를 바꾸었는데, 덕분에 의붓아비라 할 수 있었던 감비노에게 은화 세 냥에 팔렸다는 말에 절망하며 “거짓말”이라 외치는 장면이 “등짝, 등짝을 보자!”라는 명대사(?)로 바뀌며 한국어로 번역된 일본만화 가운데 유명한 한 장면을 꼽으라면 반드시 빠지지 않을 사례가 되며, 남성 간의 성적 관계를 암시하거나 둘이서 옷을 벗고 있는 대목에 곧잘 등장하는 단골 인터넷 밈이 되었다. 15) 특히나 이 “내가 밥맛이라면 자네는 꿀맛이란 말인가?”와 “등짝을 보자”는 어떤 연유로든 강력한 외부 왜곡을 거쳐 유난히 장면과 대사의 간극이 클수록 부조화 개그와 같은 효과로 인터넷 밈화하기 쉬움을 잘 보여준다. 16)
이렇듯 인터넷 밈의 사례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고 사람들 사이에 쓰이게 된 연유도 사람 수만큼 많아 일일이 열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이런 인터넷 밈이 되기 좋은 재료의 특징들은 비교적 공통점을 띠고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뒤 맥락이 완전히 거세당한 채 유통에서도 그 장면의 매력이 살아 있을 만큼 재밌고 강렬해야 한다. 장면이나 말 자체의 강렬함 없이는 사람들이 퍼나르지도, 변조하지도 않는다. 앞뒤를 모르고 볼 때의 어이없음이 극에 달할수록, 달리 읽힐 수도 있는 범위가 넓으면 넓을 수록 오히려 부조화 개그로 각광을 받기도 한다.
둘째. 작품이든 작가든 묘사된 대상이든, 어쨌든 보면 알 만한 편이 비교적 유리하다. 사람들은 유행에 편승하려는 기질이 강하고 인터넷 밈은 그 유행에 상당히 민감하다. 마이너한 작품이 인터넷 밈으로 쓰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람들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 해도 작품명은 들어봤음직 해야 SNS 따위에서 써먹었을 때 유효감을 느낄 수 있다.
셋째. 필요한 때 필요한 구석에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정형화되어야 한다. 원래의 장면이나 앞뒤 스토리와의 개연성은 상관없이 오로지 그 장면만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감정이나 태도가 명확하게 정형화해 있어야 한다. 한 타이틀로 세트화해 작품이자 상품으로 팔리는 이모티콘과 유일하게 겹치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내 표현에 가져다 쓰기 편한 형태여야 한다.
넷째. 저작권 문제 탓이기도 하지만, 인터넷 밈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기반한 언더그라운드 문화고 그 선에서 용인되는 놀이문화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드러내놓고 쓰기 시작할 때 그 인터넷 밈의 수명이 거의 끝나는 경향이 다분하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오르는 모든 텍스트와 이미지는 인터넷 밈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조롱의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유명인의 트위터가 ‘박제’되어 인터넷 밈으로 회자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문학도라는 사람이 시인이 될 수 있겠냐며 본인의 원고를 늘어놓고는 문학가 이외수에게 진지하게 답을 요청하자 이외수가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라 뇌까린 장면은 그 한 줄의 캡쳐로 많은 경우의 대답을 대신하는 명언으로 남았다. 이외수가 ‘존나 버티기’의 준말이라며 남긴 “존버”도 마찬가지로 회자된다.
 
인터넷 밈의 확장
이상과 같이 인터넷 밈은 인터넷, 특히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다양한 모방과 복제를 거듭하며 전달되는 표현물이다.
인터넷 밈은 그 자체로는 주로 유명세를 띤 원전의 모방(패러디 등)이나 대사 변경 따위의 변주 같은 방식을 통해 회자됨으로써 원전으로서의 성격 또는 실체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그 내부의 작동 기제를 보자면, 인터넷 밈은 화자이자 전달자가 되는 사람들이 각기 본인이 말하고 싶은 바와 생각을 의탁하는 대상으로서 존재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 밈은 유행을 탈수록 다중이 씀으로써 유행 속에 자기 의사를 ‘안전하게’ 묻어두는 역할과, 각자가 인용하는 의도가 다름에도 결과적으로 표현이 인터넷 밈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거대한 집단 의지로서 작동한다. 많이 그리고 널리 쓰이는 인터넷 밈일수록 이용하는 이들의 사고를 어떤 상황에서든 대리하기 좋을 만큼 정형화한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워낙 장면 자체가 정형화한 장면이어서 더 널리 쓰이는 편이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앞뒤 맥락과 장면들을 쳐내고 한 장면만을 끄집어내는 정형화 과정을 거치면서 쓰이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여차하면 원래와의 간극을 넓히는 변형을 거쳐서라도 정형화해 쓰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과정 자체를 도킨스의 말마따나 ‘창의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생각을 표현하는 결과 자체도 일정하게 정형화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품은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길게 자기 생각과 연유를 글로 정연하게 정리하는 귀찮은 일보다는 표정과 감정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남의 표현 하나를 붙이는 편이 훨씬 간편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천둥벌거숭이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 앞에 소크라테스 조각상 사진 한 장과 “너 자신을 알라” 한 마디만 붙인다거나, 환경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논하는 앞에 만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2005)에서 크라우저 2세가 “인간이 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이다!!!”를 외치는 장면을 붙여놓는 식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쓰는 장면’을 ‘나도’ 붙이기 때문에 쓰는 이는 나만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문장조차 도화한 상태로 즉물적인 전달이 이루어지므로 효과는 한층 더 강렬하다. 오프라인에서 어떻든 이 표현들은 인터넷 안에서만큼은 이른바 유행어 내지는 ‘인싸17)들의 언어’의 역할을 하는데 전파력이 강할수록, 더 많이 회자될수록 원전이 무엇인가는 갈수록 중요하지 않다. 장면과 대사의 힘이 강한 경우 그 생명력은 연예인들의 유행어 이상으로 길기도 한데, 이는 인터넷 밈 이전에 밈으로서의 조건이기도 하다.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유능한 복제자로서의 조건으로 충실성과 다산성, 그리고 긴 수명을 논했다. 이어서 대니얼 데닛은 1995년 밈의 단위에 관해 ‘신뢰성과 다산성을 유지하며 스스로를 복제하는 최소 요소’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유능한, 다시 말해 사람들 사이에서 잘 모방되고 복제 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밈이란 전파되기 좋은 형태와 그러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면서 많이 복사되어야 하며 수명도 길어야 한다. 유명한 인터넷 밈은 작품은 몰라도 회자되는 힘을 지녔고, 트위터 따위의 단문 SNS를 통해 끊임없이 복사되면서 각자의 생각을 덧붙이며 짧고 굵은 언어로서의 역할을 한다.
한편 틱톡과 같은 숏폼 비디오 18) 기반 앱의 등장 이래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까지 숏폼비디오에 뛰어들었다. 그간 인터넷 밈의 주류가 영상 콘텐츠의 캡쳐나 만화의 장면이었다면 숏폼 비디오는 본인이 올리는 것인지라 소위 ‘관종’19)들의 물오른 관심 추구용 설정 연기를 구경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내용보다도 오히려 형태다. 숏폼 비디오는 그야말로 별다른 생각을 할 시간과 여지를 주지 않은 채 끝나고 곧바로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관계자들은 대거 MZ 세대의 표현 욕구와 영상 제작에 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을 숏폼 비디오 유행의 원인으로 지목20)하고 있는데 이는 낮은 용량과 변형 유포가 용이한 문장이나 이미지 단위에서 영상 단위로 인터넷 밈의 범위가 넓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각종 ‘챌린지’와 같이 동일한 폼을 사람들이 본인의 육체로 복제하고 변주하는 모습은 인터넷 밈화한 원전을 자기 그림체로 따라 그리며 유포하던 행태과 크게 다를 것 없다.
 
밈적 사고
인터넷 밈의 효용성을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인터넷 소통의 시각화와 문자로는 채 전달 안 되는 감정 표현을 의탁할 수 있는 도구란 점을 들 수 있다. 인터넷 밈은 하고자 하는 말을 별 다른 설명 없이 재미있게 전달하는 한편으로 상대를 향한 감정 표출을 한 단계 감추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본래 소통에서 욕설과 조롱이 훨씬 더 강렬하게 전달되게 마련인데, 인터넷 밈 또한 이러한 부정적 감정의 전달에 쓰일 법한 장면들이 곧잘 애용되지만 장면의 재미로 독기를 희석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오히려 직접적인 욕설보다 재밌으면서 효과는 오히려 높다. 본래 남을 조롱하거나 남에게 분노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데에는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법이지만, 인터넷 밈화한 이미지 한 장이면 이와 같은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985헥토파스칼킥’이라는 별칭으로 회자된 장면을 보자. <단팥빵>(2004)이라는 TV 드라마에서 아역이었던 심은경이 책상을 밟고 뛰어올라 남자애를 걷어차는 장면이 있는데 그 아래 흐르던 기상특보 자막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애들 싸움 장면과 헥토파스칼킥이라는 별칭 덕에 우스개스러운 인터넷 밈이 되었으나 실제로는 너를/쟤를 이렇게 날리고 싶다는 심정을 보여주기에 이만큼 첨부하기 알맞은 장면이 없다. 프랭크 밀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300>(2006)의 그 유명한 “미쳤다고…? 이게! 바로! 스파르타다!(Madness…? THIS! IS! SPARTA!)”와 그 직후 사신을 우물로 걷어차 떨어뜨리는 장면 또한 비슷한 식으로 쓰인 바 있다.
결국은 어느 쪽이든 때리고 싶다, 죽이고 싶다의 다른 표현인데 워낙 예능 등에서 개그처럼 쓰이면서 적의를 편리하게 가려주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부정적 감정 말고도 긍정적 감정이나 칭찬 따위에 쓰는 인터넷 밈도 많지만 이와 같은 표현에는 장면 속 표현이라는 중간 매개체가 희석이 아닌 증폭의 역할을 한다. 인터넷 밈은 한층 더 복잡할 수밖에 없는 감정조차 이와 같은 중간 매개체에 의탁시킴으로써 사고 체계를 지극히 단순화한다.
트위터 같은 단문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140자 선에서 한 단락을 정리해야 하는 통에 말이 한층 더 오해 사기 쉽게끔 강한 어조로 압축되기 일쑤인데, 인터넷 밈은 이런 한계에서 감정 표현을 원활하게도 해주지만 그나마의 말을 더욱 더 덜 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숏폼 비디오의 등장은 이러한 경향을 한층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수 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오로지 재미만을 위해 나온 장면들을 쉴 새 없이 교차시키기 때문이다. 인터넷 밈의 세계는 이제 그야말로 생각 자체를 더 안 해도 되게끔 만들고 있다. 21)
이러한 표현의 특징이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축약을 넘어 사람의 사고와 표현 자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2020년을 전후해 한국의 SNS 등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표현이 바로 ‘밈적 사고’다. 도킨스가 만든 ‘밈’의 원래 의미와 ‘인터넷 밈’은 구분되어야 하겠으나 ‘밈적 사고’라는 표현에서의 ‘밈’은 ‘인터넷 밈’ 그 자체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밈적 사고란 단순히 말해 인터넷 밈을 인용하는 선에서 모든 생각 절차와 판단 과정 자체를 끝내는 행위 일체를 말한다.
밈적 사고를 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사유와 그 과정을 의탁하고, 그에 맞춰 생각을 단순화하고 복제되기 용이하게 함으로써 특정 화두에 대한 반응이나 의견 제시 자체를 해당 인터넷 밈을 쓰는 모두라는 군집체로 대표시킴으로써 변별성을 잃는 대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또는 그 또한 내 생각이라는 발상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 의견의 교류를 꾀하려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무례하고 폭력적인 일이지만, 그 결과로 화두는 지극히 얄팍해지고 자기 생각과 어휘는 사라지는 대신 대화 자체가 맥락이 철저히 거세된 화상, 영상 속 장면들로 압축되며 현실성의 벡터를 잃고 도화화한다. 22)
이와 같은 도화화한 반응이 사유를 거치기보다는 일종의 척수반사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짙어지는데, 대체로 조롱용으로 인터넷 밈을 가져다 댈 때가 그러하다. 구호로서 정착한 텍스트형 인터넷 밈들이 특히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남성 중심의 사회 구도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나올 양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냅다 “페미23)는 정신병!”이라는 구호가 등장하곤 하는데, 그 말의 참담함과 질과는 별개로 첫 발화자와 모방·전달자들의 행태는 오로지 인터넷 밈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실로 적확한 활용법을 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생각 없이 척수반사로 대응할 수 있는 구호를 만들어 모방·복제·전달하는 행위는 지극히 정치적으로 의도된 것이며 상대로 하여금 말을 막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정치는 사회 구도를 향한 투쟁의 대상일 수도 있지만 문자 그대로 국가 헤게모니의 주도권 싸움의 일환 그 자체기도 하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이낙연 지지자를 가리켜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방송인인 이동형은 ‘똥파리’라는 어휘로 규정했다.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방송인인 김용민은 똥파리라는 말을 적극 유포한 인물인데, ‘똥파리가 밀면 반드시 패한다’라는 뜻의 ‘똥밀필패’를 구호로 내밀어 이재명 지지 진영 측이 전략 면에서 큰 재미를 봤다.
전 언론인인 허재현을 비롯해 가수 이승환, 가수 강산에 등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이들조차 이 ‘똥파리’라는 인터넷 밈의 적극 전달자 노릇을 자임했다. 이렇듯 밈적 사고를 유발하는 네거티브의 늪에 이낙연 측은 쉬 대응하지 못했다. 상대를 지저분한 미물로 대놓고 규정하고 복사해 붙이기를 자행하는 이를 이성적으로 상대할 방법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인 이재명 측 지지자들이 이 어휘로 상대를 규정하고 조롱한 일들은 완벽하게 인터넷 밈화한 정치 폭력의 사례로서 그들이 퍼 나른 숱한 똥파리 사진과 함께 기록되어야 한다.
 
밈적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
이렇듯 밈적 사고는 이를 행하는 이들이 사유를 인터넷 밈화한 이미지나 구호를 쓰면 그만일 수준으로 적극적으로 얄팍하게 만들어 상대가 입을 틀어막을 지경으로 몰아세우는 문제가 있지만, 더 나아가 사유 자체가 인터넷 밈 만큼으로 지극히 얄팍해진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얄팍해진 사고의 결과물을 전파하려는 욕망에 있다. 따라서 문자와 이미지를 막론하고 인터넷 밈화한 감정을 남이 받아서 더 굴려 키우고자 하며, 그럼으로써 한 주제 안에서의 반응 헤게모니를 쥐고자 한다. 그 헤게모니를 쥐는 건 집단 의식의 문제이므로 발화자 개인은 아님에도, 척수반사적으로 반복되는 어휘와 이미지를 붙여 나감으로서 동질감을 획득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웹툰과 유튜브와 같이 회차 단위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콘텐트들에 의도적으로 온 힘을 다해 초반 발화를 선점하려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발화 내용은 콘텐트의 내용이나 맥락과 형태와는 그다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발화자들 상당수는 이미 이를 판단할 능력을 상실했거나 상실한 척을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조롱와 분노의 감정을 초반에 몰아넣음으로서 이후 달리는 소통에서 본인과 비슷한 느낌을 지닌 말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통 자체가 인터넷 밈화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사람들은 웹툰이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 장면을 맥락(CONTEXT)을 지닌 이야기로 해석하기보다 밈의 집합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반응 자체에 자기가 소화한 결과로서가 아니라 밈의 모방과 복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재밌어 보이거나, 누군가 그럴싸한 말을 하면 그 어휘를 고스란히 따라하는 사례들이 왕왕 있다. 감상에서 권위가 붙은 이의 말을 고스란히 따라하는 사례 또한 인터넷 밈화한 소통의 사례다. 소통의 창의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놀랍게도 이를 깨달은 이들은 남들과 함께 대상을 희롱하는 데에 인터넷 밈화한 화두의 군집체 속에 숨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임을 잘 알고 있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전략에 시달린다.
일례로 <슈퍼밴드2>를 비롯한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튜브 클립은 늘 전쟁터에 가까운데, 시작점은 거의 어김없이 비아냥과 공격 일변도이며 감상 가운데 상당수는 오디션 심사위원의 감상에 쓰인 어휘를 똑같이 따라하는 데에서 그치고 있다. 전자가 부정적 인터넷 밈의 영역에서 다른 이에게 자기감정을 전이시켜 굴려 키우고 싶다는 의지라면, 후자는 인터넷 밈의 모방과 복제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똥파리’라는 말을 언급한 이동형과 그 이후 전달자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인데, 그나마 전자와 같은 의도가 언제나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때 덧글에서 초반 덧글 다는 순서로 선착순 놀이가 많이 일어나던 웹툰 덧글 또한 이러한 의도와 말의 복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만화가들이 인터넷에서 악성 덧글로 인식하는 많은 공격은 언제나 선동자가 있고 모방·전달자가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는 이야기들은 지극히 단순화하여 같은 이야기들의 반복으로 연결된다. 이는 완벽한 인터넷 밈적 사고의 발현이며 결과다. 이미지를 붙이고 안 붙이고의 문제가 아니다. 트위터와 같은 SNS가 이미지를 가져다 붙이기 쉬울 뿐이고, 인터넷 밈은 이미지에만 국한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는 이미지를 통해 유행하는 말들까지 쉬 채용되어 소비된다. 여기서 더 나아간 밈적 사고는 때와 장소와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다 못해 못한 채로 현실 상황을 놀이 내지는 게임으로 인지하게 된다. 대표적 사례로 2021년 7월 23일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했던 한국의 MBC를 들 수 있다. MBC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국가 소개에 인터넷 커뮤니티발 인터넷 밈 수준으로 소개와 이미지를 붙임으로써 국제망신을 자초한 방송 사고를 냈는데, 이는 담당자의 사고 수준이 밈적 사고에서 멈춘 채 본인 스스로가 인터넷 놀이 문화를 공유하는 군집체의 일원으로서 안심하고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참상이었다.
이런 밈적 사고를 비판하는 이들은 대체로 밈적 사고에 젖으면 자기 머리로 사고하지 못하게 된다, 즉물/피상에 그친 발상에서 이어 나가는 이야기에 의미가 없다는 정도로 연결 짓곤 하지만 이러한 사고조차 때론 “밈적 사고를 보인다는 대상을 향한 척수반사적 밈적 사고”라고 비판 받곤 한다. 다시 말해 “남의 생각을 밈적 사고라고 볼 지경으로 네 생각은 얄팍하므로 너는 밈적 사고”라는 역공격인데, 이와 같은 과격한 공격적 방어를 논파하는 일은 상대의 논거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불가능에 가까워 비판적 논의 자체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다만 한 가지, 인터넷 밈화할 만한 발언을 전략적으로 제조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유통하는 데에 동참함으로써 인간의 소통을 ‘앞 뒤 맥락이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발화를 하는 군집체’로 만들게 되는 경향들에 관해서만은 분명한 문제의식을 지녀야 하며, 그 사이에서 본인의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상태를 군집체 사이에 숨어서 해결하려는 행태 또한 비판 받아야 한다.
한편 《포르노 이슈 – 포르노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몸문화연구소 엮음, 그린비, 2013)에서 공저자 가운데 한 명인 장대익24)은 포르노에 도킨스의 밈 이론을 적용했다. 장대익에 따르면 타인의 행동을 보는 행위만으로 자기 몸이 그 행동을 하는 듯 이해하게 만드는 거울뉴런(Mirror neuron, 거울신경세포)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뇌에서는 포르노를 시청하기만 해도 섹스를 하는 것과 같은 신경작용이 일어난다. 장대익은 이와 같은 작용을 “거울뉴런계가 포르노를 향유한다기보다 오히려 포르노 밈이 우리의 거울뉴런계를 ‘갈취’한다”로 해설하는데, 이에 따르면 ‘포르노 밈’이 마치 실제의 유전자처럼 증식을 위해 인간의 거울뉴런을 이용하는 것으로 인간은 포르노 밈의 증식을 위해 이용당하는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25)
포르노라는 소재를 썼을 뿐, 장대익의 이 뇌과학적인 분석은 밈적 사고와 그 비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인간은 어쩌면, 각자가 동원한 인터넷 밈에 함축된 메시지 또는 도화 속 장면을 이를 적용받는 대상 또는 타자– 많은 경우 공격 및 조롱 대상 –에게 행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데 실제로는 이 장면들의 유포를 위해 뇌의 거울뉴런을 이용당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이를 의도를 지니고 발화하는 이까지도. 인터넷 밈을 활용한 쉬운 조롱이 포르노와 같은 강한 흥미와 작동 기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까지 보면 그럴싸한 대목이다.
 
인터넷 밈과 소통의 만화적 콜라쥬
인터넷 밈은 그 형성과 향유 과정에서 만화와 떼어 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를테면 인터넷 밈 가운데 한국에서 ‘짤방’이라 불리며 덧붙일 거리로 취급 받아 온 첨부 이미지들에서는 만화 속 장면이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밈의 모방과 복제에서 가장 원시적이면서 손쉬운 창의성 반영은 드러나 있는 문자(TEXT)를 바꾸는 것이고, 그 점에서는 장면과 대사가 함께 있으면서 대사와 인물 묘사라는 형태로 한 구역 안에서 분리되어 있기까지 한 만화가 아무래도 유리하다.
여기에는 일반 대중이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를 지배해 온 반복해 접해 온 만화의 ‘형태’가 익숙한 점도 있겠지만, 또한 한국에서 짤방 문화의 형성기인 2006년 무렵을 장식했던 ‘짤방보이’26)나 ‘조삼모사’27)류의 유행에서 볼 수 있듯 해체에서 재창조에 이르는 일련의 밈적 모방-전달 과정이 만화를 통해서 발현되기 쉬운 면도 있다. 대사 바꾸기는 물론이고 원전의 작화를 손대는 데에 아주아주 유려한 작화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짤방보이가 보여주듯 오히려 열악한 솜씨를 표방한 경우가 ‘병맛’ 문화의 유행과 맞물려 파급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특히 조삼모사의 사례는 첨부용 이미지 안에서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전개가 압축되어 담길 때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순도 높게 보여주었다. 이를 원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매체로서는 만화가 분명 유리하다.
하지만 인터넷 밈에서 만화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인터넷 밈은 움직이는 짤방이라는 ‘움짤’이라는 표현에서도 압축되어 있듯 움직이는 화상도 포함하고 있으며 매체의 실제 차이와는 달리 형태면에서는 만화를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내는 2차원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실사 기반의 콘텐츠에서 떼어 온 경우도 많다. 저작권과 초상권을 일단 차치하고 보면 유튜브를 위시한 대 영상물 시대에 갖고 놀 만한 장면들이 지천에 널려있고 고가의 캡쳐보드가 아니어도 누구나 영상의 일부 장면을 떼어내기가 용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2020년대는 역설적으로 방송국조차 유튜브에 본편 분량 상당수를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튜브에 올려놓는 시대가 됐고, 영상의 프로들인 방송국조차 유튜버들이 만들어놓은 문화에 따라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썸네일부터 인터넷 밈으로 쓰일 법한 장면에 대사와 같은 문장을 덧붙여 만들고 있는 판국이다. 이를테면 K-POP의 유행과 더불어 유튜브에서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트인 ‘리액션 비디오(반응영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리액션 비디오는 아예 대놓고 남의 창작물인 노래를 틀어놓고 리액션을 붙이는 영상이다. 이러한 영상들은 인터넷 밈은 물론 문화적 전달 단위라 할 밈의 원천적 형태인 모방과 전달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도 훌륭한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남의 것에 온갖 호들갑을 동원한 리액션을 더해 자기 거라고 재배포를 하고 조회수 낚시를 위한 썸네일은 그 자체가 하나하나 인터넷 밈으로 써먹기 좋을 만한 장면을 골라 박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제로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영상 콘텐트는 모든 면에서 인터넷 밈의 특징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뒤집어 이야기하면 인터넷 밈화하는 콘텐트의 비중에서 2020년대라는 현 시점의 헤게모니는 만화보다는 영상 쪽에 더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짤방’이 그러하듯 만화가 인터넷 밈으로서 모방되고 전달되기 유리한 면은 있지만, 얼마나 더 많이 그 특징을 흡수하고 활용하고 있느냐에서는 콘텐트 파워 양상에 따라 영상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현상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8)
오히려 인터넷 밈과 만화의 접점은 작화한 화상이냐 실사냐라는 문제라기보다 그 소비 양태에서 찾을 수 있다. 정지화상이든 움직이는 화상이든 심지어 짤막하게 잘려 있는 영상이든 사람들은 이를 변형하거나 자기 의사를 간단하게 덧댄 채 파일로 첨부함으로써 인터넷 밈의 모방과 전달을 성립시킨다. 인터넷 밈은 이렇게 같거나 약간의 차이를 둔 채로 해시태그29)나 스레드(타래) 따위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섞여 유통된다.
한데 글(ARTICLE)이라기보다 구어를 구현한 텍스트(TEXT)로서의 기능을 주로 하게 된 게시물들은 짧아진 길이와 더불어 본문 및 덧글의 구분조차 사라져가는 양태를 보이고 본문과 덧글의 인터페이스적 구분이 완전히 동일한 트위터류 단문 SNS에서는 이 양태가 한층 더 강화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글에 덧글을 달기도 하지만, 그리 친하지 않거나 굳이 짧은 형태로 글을 써 오해를 사거나 말싸움으로 연결하고 싶지 않은 경우 딱히 상대를 ‘언급’함으로써 누가 당신에게 글을 썼다는 신호도 주지 않고 ‘캡쳐’한 이미지로 만들어 자기 타임라인에 올리고 그에 관해 말을 적거나 감정을 드러낼 만한 이미지를 ‘첨부’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SNS 시대의 텍스트는 그 자체로 도화와 동일한 형태로 취급받는 한편으로, 비교적 균일한 길이로 배분되는 인터페이스 속에서 ‘한 칸’으로 간주되는 특성을 지닌다. 인터넷 밈은 이 사이사이에서 표정과 감정을 비주얼적으로 드러내고 때론 보충하기도 하는 ‘칸’의 일부로 작용한다.
이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과정에서 인터넷 밈은 인터넷 밈을 첨부하게 된 본인과 타인의 이야기 속 맥락을 따라 엮인 다칸 만화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SNS로 대표되는 현재의 인터넷 소통은 놀랍게도 인터넷 밈과 더불어 – 나아가 텍스트조차도 밈화한 상태와 더불어 – 만화적 콜라쥬, 또는 콜라쥬를 통한 만화화라는 형태를 띤다. 같은 인터넷 밈을 반복 활용하며 짤막한 이야기를 덧어 이야기를 변주하는 데에 이르러서는 능글맞기까지 한 영상적 프레임(칸) 연출의 백미마저 느낄 수 있다. 캐릭터의 본체는 두고 일부만 움직이는 건 한 시퀀스 안에서 눈을 깜빡이거나 대사를 치는 수준의 가장 원초적인 애니메이션 효과이자 만화에서도 매우 자주 쓰이는 영상적 연출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밈이 점차 한 장 안에서 변형을 이루기보다 원 맥락 속 여러 장면을 이어 붙여 재미를 주는 만화 연출의 형태도 많이 보이고 있는데30), 이 문화가 텍스트로도 확장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는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소통하는 방식 자체를 만화화했다고 할 수도 있을 현상이고, 한편으로는 만화적 전개 방식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대중들 사이에 널리 익숙해진 시대임을 증명하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31)
 
결론 : 인터넷 밈을 통한 소통의 만화화에 주목한다
다만 이렇게 칸으로 압축·압착되는 과정에서 밈적 사고라는 이름으로 비판 받는 여러 부정적 현상이 드러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사고가 얄팍해지는 현상의 단초는 커뮤니티 속에서 본문을 다 읽기도 귀찮아 ‘석줄 요약’을 요구하는 데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요는 밈에 사고를 의탁하는 사고방식을 비판할 필요는 있으나, 이와 같은 퇴행성 현상은 정확히는 밈의 문제라기보다는 SNS식 발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브런치(brunch.co.kr)를 비롯해 ‘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창작 플랫폼이 등장해 물성 있는 도서의 출간을 꾀하는 기획으로 연결되고 있는 건 이와 같은 현상의 반작용으로 읽을 법도 하다.
게다가 누차 언급된 저작권과 더불어 원 도화의 의미를 훼손하는 형태로 작동하는 인터넷 밈의 한계도 명백하다. 비상업적인 경우에는 자신의 만화 장면을 써도 괜찮다고 용인해 준 <대털>의 김성모나 저작권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 <조삼모사>의 고병규 같을 순 없고, 메시지 면에서 오용에 따른 분노로 작가가 분노한 나머지 직접 캐릭터를 관 안에 넣고 장사를 지낸 ‘개구리 페페’와 같은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결국 소통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 전달과 교환이고 그 사이에 일말의 예와 절차를 잊어선 안 된다는 점을 잊은 채 재미에 치중한 즉물적 반응에 치중하면 그 누구와도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밈적 사고’라는 이름 탓에 인터넷 밈에 많은 혐의가 몰리고 있으나 정확하게는 인터넷 밈의 잘못이 아니라 비난, 조롱, 차별주의의 획책과 같은 공격을 위해 상대인 살아 있는 인간을 물화하고 맥락을 거세하려는 태도가 ‘인터넷 밈화’라는 절차와 닮아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언제나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려는 태도에 있다. 이 점만을 염두에 둔다면, 인터넷 밈은 소통을 맛있게 만드는 양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점에는 일말의 비판 의식을 견지해야겠으나, 한편으로는 2020년을 전후한 현 시점이 인터넷 밈을 통해 소통 방식 자체를 지극히 만화화한 시대이며 인터넷 이용자를 중심으로 대중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만화 문법에 익숙해진 시대라는 사실에 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인 소통의 만화화는 만화의 형식 그 자체에만은 어떠한 부정적 관점도 지니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며, 인터넷 밈의 활용 양태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시기는 그래서 인터넷 밈의 역사, 나아가 만화사에서 일면 중요한 분기로 놓을 수 있다고 보이며, 또한 인터넷 밈이 만화를 향한 인식과 활용, 새로운 장르의 탄생과 양적 구축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끼칠까에 관한 좀 더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 주석
1)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동물학자였던 리차드 도킨스가 1976년 낸 책이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각 또는 신념 따위가 ‘유전자’가 아닌 모방을 통해 전달된다고 주장했는데,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타인을 향한 문화 전달을 위한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메(mimeme)’를 유전자라는 뜻을 지닌 ‘진(Gene)’과 발음이 비슷한 단음절어로 축약해 새로운 용어인 ‘밈(meme)’을 만들었다.
2) 짤방은 2000년대 초중반 이래 디씨인사이드를 비롯해 글이 잘리지 않으려면 이미지 파일을 반드시 첨부해야 하던 ‘잘림 방지’ 규칙이 있던 게시판 커뮤니티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게시판에서 잘림 방지를 위해 첨부되던 이미지는 이윽고 게시물 본문의 내용 또는 글쓴이의 심정 따위를 반영하는 장면을 담으며 본문의 느낌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며 그 자체로 장르화했다. 잘림방지에서 ‘짤방’으로 축약된 용어는 이후 ‘짤’이라는 명사로 더 축약되었으며, GIF 포맷으로 올린 256컬러 미만의 짤막한 열화 영상을 뜻하는 ‘움짤’로도 포괄하는 용어로 정착한다.
3) 영국 와이어드(WIRED) 지의 올리비아 솔론(OLIVIA SOLON)이 올린 2013년 6월 20일자 기사 <Richard Dawkins on the internet's hijacking of the word 'meme’(‘밈’이란 낱말을 인터넷에 강탈당한 리차드 도킨스)>에 따르면, 리차드 도킨스는 2013년 칸 광고제에서 열린 뉴 디렉터스 쇼케이스에서 광고 대행사 사치앤사치(Saatchi&Saatch)가 ‘밈’을 주제로 삼은 공연에서 설치미술가 마시멜로우 레이저 피스트(Marshmallow Laser Feast)와 함께 했다. 해당 기사는 작품의 공연에 앞서 도킨스와 진행된 것으로 인터넷 밈과 트위터, 거짓 기억 따위에 관한 도킨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https://web.archive.org/web/20130709152558/http://www.wired.co.uk/news/archive/2013-06/20/richard-dawkins-memes
4) 영어권의 대표적인 어학사전이라 할 옥스퍼드 사전 웹 버전에서도 ‘meme’을 검색하면 인터넷 밈에 해당하는 해설이 별 다른 구분 없이 두 번째로 등재되어 있다. ‘인터넷 밈(an internet meme)’이라는 낱말은 그 유의어로서 ‘블로그 밈(a blog meme)’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https://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definition/english/meme?q=meme
5) 원제는 《The Meme Machine》(1999).
6) 여기서의 텍스트는 문자를 뜻하는 텍스트로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저자의 의도에 따라 단일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과 달리 다양하고 무한한 해석의 장을 지칭하기 위해 제시한 용어 ‘텍스트’와는 다르다.
7) Graphics Interchange Format의 준말로 1987년 컴퓨서브가 발표한 이래 네트워크상에서 매우 널리 쓰여 온 이미지 형식이다. JPG와 함께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이미지 파일의 업계 표준 격이다. JPG와는 달리 비손실 압축과 투명 배경, 간단한 애니메이션 프레임을 지원하여 광고 배너 등지에 많이 쓰였지만 복잡한 화상과 많은 색수를 구현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어 움직임 면에서는 어도비 플래쉬(ADOBE FLASH)에, 색 수와 압축률 면에서는 후에 개발된 PNG에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플래쉬가 2021년 1월 12일을 끝으로 모든 브라우저들에게서 지원 종료라는 사망 판정을 받은 가운데에도 GIF는 살아남았으며 별다른 플러그인 설치 없이 단순한 화상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여전히 유효성을 인정받았으며 현재는 GIF 하면 곧 ‘움짤’을 뜻할 만큼 소통 도구로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8) 정식 명칭 NCSA MOSAIC. 1993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 NCSA 연구소의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과 에릭 비나(Eric Bina)가 개발한 웹브라우저로 이미지를 지원하는 웹브라우저의 시조격이다.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인 마크 앤드리슨은 1994년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를 만들었고, 이후 점유율 경쟁에서 넷스케이프를 꺾은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도 모자이크의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9) 물론 GIF는 아이폰 등에서는 브라우저 이전에 파일 시스템 차원에서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지않아 사장되리라는 전망도 많았는데 ‘움짤’ 류의 대 유행과 함께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움직이는 GIF를 바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10) 대체로 개인 단위 이용을 일일이 문제 삼기 어려워 놔두고 있을 뿐 짤방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터넷 밈은 자작이 아닌 이상 원전에서 떼어 온(캡쳐한) 화상에 멋대로 대사를 입히거나 바꾸거나 패러디함으로써 저작재산권을 명확하게 위반한다. 만화가 이현세, 김성모 등 일반인들의 이용을 용인하는 경우가 일부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저작재산권 위반과 관련해 비슷한 사례로는 패러디를 허락 없이 책으로 만들어 파는 아마추어 회지(동인지)가 있다. 이밖에 돌아다니는 일반인 사진을 전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초상권 침해 문제도 많다.
11) 이런 연유로 젊은이들이 주로 다니는 거리 그래피티의 사례로 곧잘 등장하는 문양은 그 의도적 반복성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밈이 되기 어렵다. 그 자체로는 독특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게 드물고 고쳐 쓰기도, 인용함으로써 의도한 효과를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12) 이 문구와 이미지의 변용판으로는 권총을 입에 물고 쏘는 히틀러가 있는가 하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소독제를 마셨다는 일화를 풍자하기 위해 소독제를 들이키거나 들고 있는 장면으로 묘사한 경우가 있으며, 다소 마이너하지만 스탈린의 지령으로 피켈(암벽등반용 곡괭이)에 정수리를 찍혀 암살당한 레프 트로츠키를 그려놓은 경우도 있다. 같은 문구를 다른 인물과 장면으로 묘사함으로써 블랙 유머로 치환한 셈이다.
13) 근래엔 이와 같은 과정을 ‘인터넷’ 자도 빼고 ‘밈화한다’고 표현하곤 한다.
14) <로스트>에서는 그 앞 장면에서 동일인물이 읊조리는 “아 페이퍼 타올이 요기 잉네”나 주인공 캐릭터인 ‘권진수’가 던지는 “요태까지 날 미앵한고야?”도 비슷한 빈도로 회자된다.
15) “등짝을 보자”와 거의 같은 맥락과 빈도로 쓰일 법한 인터넷 밈으로는 게이 포르노로 유명한 양성애자 배우 빌리 헤링턴(William Glen Harold "Billy" Herrington)이 영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인 음성에서 유래한 “앙?(Ang?)”과 일본 만화 작가 야마카와 준이치(山川純一)의 <쿠소미소 테크닉(くそみそテクニック)>(1987)에 나오는 아베 타카카즈가 처음 보는 남성을 상대로 정비복의 지퍼를 내리며 던지는 “하지 않겠는가(やらないか)?”가 있다. “등짝을 보자”까지 더해 이들 장면이 밈으로서 실제 남성 동성애자들을 희화화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
16) 비슷한 사례로는 한국 축구 감독 최동희가 2016년 11월 6일 전북 대 FC서울 경기에서 보여준 욕설 섞인 항의 장면과 2018년 10월 9일 한국의 KBO 리그에서 롯데 대 기아 경기 도중 나경민 선수의 태그 아웃 당시 한 관중이 보인 분노 장면을 들 수 있다. 해당 장면은 먼 곳이어서 실제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도 누가 어떻게 봐도 욕지거리를 쏟아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분통 터지는 표정과 입모양에 맞아 보이는 말들을 붙이며 인터넷 밈화했다. 소위 말해서 ‘생각한 대로 들린다’인데, 최강희 감독은 “야 식빵 무지 달다 팬케이크 아니야?”, 롯데 팬은 “야 이 계란빵 진짜 달다!”라 외쳤다는 식이다. 롯데 팬의 경우 계란빵 형아/아재로 불리며 이후 패션브랜드 ATC의 주선으로 사고를 친(?) 나경민 선수의 사인 유니폼을 선물 받기도 했다.
17) 인사이더(Insider)의 한국식 줄임말. 사람들 사이에서 누구와도 잘 어울려 지내는 부류를 뜻한다. 반대말로는 아웃사이더(Outsider)를 뜻하는 ‘아싸’가 있다. “아 쟤는 진짜 파워 인싸야”
18) 유튜브는 숏츠(Shorts), 인스타그램은 릴스(Reels)라는 이름으로 숏폼 비디오를 선보이고 있다. 틱톡이 주도한 이 숏폼 비디오의 유행은 10여 초에서 길어야 30초~1분을 넘지 않는 짧은 비디오 안에 모든 감흥과 반응 요소를 욱여넣는다.
19) ‘관심종자’의 준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며 애먼 짓을 서슴지 않는 이들을 가리킨다.
20) 뉴즈의 김가현 대표는 2021년 9월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의 제75회 굿인터넷클럽의 일환으로 열린 <숏폼 비디오 및 숏폼 비디오 플랫폼의 성장 요인과 발전 방향을 모색한 간담회>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나를 촬영하고, 나를 알리는 것에 익숙한데 숏폼 비디오 플랫폼은 영상 제작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일종의 가성비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거두절미하고 필수적인 내용만 들어가기 때문에 젋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 자유로움이 MZ세대 사로잡아>(김문선, 2021.09.29., PLATUM) https://platum.kr/archives/171826
21) <죠죠의 기묘한 모험> 속 디오라는 캐릭터가 외친 “나는 인간을 그만두겠다!” 장면이 인터넷 밈으로 등장하면 딱 어울릴 대목이다.
22) 2021년 4월 22일 트위터 ‘후비안 아닌 인레(그렉)’ 계정(@inle_amikus)은 밈적 사고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들고 있는데 자못 의미 있는 분석이다. “'밈적 사고'라 하죠.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기 주장이 없고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으로만 소통하는 유형을 비판할 때 쓰이는 신조어입니다. 재밌는 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에 이 '밈적 사고'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있단 건데요, 정확히는 쟈니가 자의식을 상실하고, 가족들을 몰살하기 시작한 후반부. 이 파트에서 쟈니의 모든 대사는 유명 미디어 속의 명대사나 광고 문구 등을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밈적 사고'의 완벽한 표본이죠” https://twitter.com/inle_amikus/status/1385142547836674051
23) 페미니스트를 줄인 표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남성 이용자들 사이에서 ‘페미’라는 두 글자는 숫제 인종주의로 구분한 계급 최하단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 사이에서도 이 구호가 ‘논란’조차 아닌 일관된 우기기를 인터넷 밈화한 유머로 소비하고 있을 뿐임을 인정하는 사례는 많은데, 2016년 게임 <클로저스>의 서비스 업체인 넥슨을 시작으로 업체들이 사과 반응을 내며 이들의 장난에 승리감을 안겨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진짜 ‘논란’으로 변하고 있다.
24)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25) “포르노는 이제 우리의 유전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시대(부산물로서의 포르노)를 넘어, 이제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밈의 세계로 진화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포르노가 준자율적인 밈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 데에는 모방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거울뉴런계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포르노 밈은 이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전 세계의 사람들(특히 남성들)이 포르노를 ‘시청하게 하고’ 흥분 상태로 ‘빠트리고’(때로는 중독되게 ‘만들고’), ‘따라하게 하며’ 널리 ‘전파하게끔’ 우리의 행동을 조정한다고도 할 수 있다” (장대익, <포르노그래피의 자연사>, 《포르노 이슈 : 포르노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 pp64~65) 다만 장대익은 이 대목에 관해 주석에서 포르노 밈이 실제로 마음을 지니고 있어 그런 지향성을 지니는 게 아니라 마치 그게 그런 지향성을 지닌다 가정할 때 포르노 소비 패턴이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고 부연함으로써 오해 소지를 막고 있다.
26) 짤방보이의 원전은 <더 파이팅>의 주인공 마모루를 본딴 리젠트 머리 캐릭터가 주먹질을 하며 “가드 올려라!”를 외치는 장면을 그림판 수준으로 그린 것. 이후 같은 사람들은 표정과 구도, 대사의 뉘앙스를 여러 캐릭터로 변형하며 놀았다.
27) 조삼모사는 <파이팅 브라더> <먹통X>의 작가 고병규가 한자 숙어 ‘조삼모사’를 반전을 담아 그린 두 칸짜리 만화다. 주인이 “먹이가 부족하니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로 제한해야겠다”라 말하자 원숭이들이 분노하며 난리를 친다. 한데 다음 칸에서는 주인이 “싫음 걍 굶든가”라고 뒤돌아서고 원숭이들이 “예전부터 꼭 그렇게 먹어보고 싶었습니다”라며 미소 띤 얼굴로 주인의 어깨를 잡고 있다. 이 역시 많은 대사 바꾸기 패러디로 인기를 모았고 작가인 고병규는 저작권을 따로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해 패러디에 불을 붙였다.
28)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 히어로 코믹스의 양대 산맥인 마블코믹스와 디씨코믹스의 현재다. 이 두 회사의 무게 중심은 더 이상 출판 만화에 있지 않다.
29) 해시태그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찾아내기 쉽게끔 샵(#) 뒤에 띄어쓰기 없이 쓴 문자를 가리킨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이 날짜 출력과 검색의 충실성보다는 현재의 타임라인을 구성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사람들이 같은 관심사를 찾게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30) 최근 느닷없이 전세계적인 유행을 타고 있는 인터넷 밈인 <스타워즈 :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편에서 아나킨과 파드메의 대화 장면이 대표적이다. 네 장으로 구성된 캡쳐에는 독재에 관해 보이는 아나킨의 견해에 파드메가 웃다가 굳은 표정으로 바뀌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 사람들은 독재를 향한 우려를 보이는 장면으로 붙이다가 이윽고 상대의 예상 못한 반응에 “~가 맞지?”를 재확인하는 인터넷 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아나킨(한국) : SLBM 발사 성공했어” “파드메(중국) : 북한이나 일본용인 거지?” “아나킨(한국) : ……” “파드메(중국) : 북한이나 일본 용인거 맞지?”
31) 개구리 페페가 등장한 <보이스 클럽(Boy’s Club)>의 작가 맷 퓨리(Mat Furie)는 2017년 5월 7일 아예 페페를 관 안에 넣고 장사지내는 장면을 SNS에 올렸다. 오용에 따른 불쾌감을 표현한 셈. 이와 같이 페페의 성장에서 사망, 부활에 얽힌 일화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밈 전쟁 : 개구리 페페 구하기>가 2020년 등장한 바 있다. 이하는 제공사인 왓챠가 배포한 자료에서 발췌. “내 이름은 페페, 개구리죠. 튀어나온 눈알, 기쁜지 슬픈지 모를 표정의 작지만, 행복한 개구리 페페. 만화 잡지 속에서 뛰놀던 순수한 페페는 우연히 미국의 익명 커뮤니티인 '4chan'(주 : 한국의 일베, 디씨인사이드 쯤 되는 게시판 커뮤니티)으로 흘러 들어가 유저들의 패배감, 소외감을 표현하는 짤이 되어 폭발적으로 사용된다. 급기야 선거철 트럼프 진영의 눈에 띄어 백인 우월주의와 미국 극우파의 마스코트로 이용된 페페! 끝내 혐오 상징물이 되고 마는데.. 밈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었던 개구리 페페, 페페는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