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전문용어 '하나님

<사이비 교주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
  • 한국 기독교 전문용어 '하나님'
창조주 하느님은 영어로 God이고 프랑스어로는 Dieu이고 베트남어로는 Chúa이다. 세 나라 모두 교파, 교단과 무관하게 같은 낱말을 사용한다. 중국어로는 상제上帝, 천제天帝, 천주天主 등이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천주天主는 16세기 선교사 마테오 리치의 활약으로 기독교의 하느님을 가리키는 전문용어 뉘앙스가 있다. 다들 교파 간 어휘 구별이 없다, 한국을 제외하곤.
한국의 기독교 선교 역사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에 약 100년의 차이가 있다. 가톨릭은 중국을 통해 들어와서 크리스트교, 그리스도교, 기독교 같은 명칭이 아닌 천주교, 서학 등으로 불렸고 한글로 된 경전이 없었다. 반면, 복음주의 개혁종교를 자처하는 한국 개신교의 선구자들은 다양한 버전의 원문을 채택해 경전 번역에 착수했다. 팔머의 『그리스어 신약』(1881년)과 네스틀레의 『그리스어 신약』(1923년)이 신약의 원문으로 사용되고, 긴즈버그의 『히브리어 구약』(1908-1926년)이 구약의 원문으로 쓰이는 식이다. 다양한 영문 버전들도 참조되었다.
한글맞춤법이 정착되기 전이라 개역한글, 개역개정은 지금과 쓰임새가 다른 표현이 많다. 하나님이란 낱말이 쓰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래 아(ㆍ)가 사라지던 시기에 하ᄂᆞᆯ님은 하늘님, 하눌님, 하날님, 한울님 등을 거쳐 하느님, 하나님으로 정착되었다. 한글맞춤법 제28항 즉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 나는 대로 적는다.”에 따라 번역 당시에는 하나님과 하느님은 둘 다 표준어였고, 그중 하나님은 평안도 지역에서 주로 쓰였다. 개역한글을 번역한 주축은 평양신학교 소속의 한국 신학자들과 외국 선교사들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이 쓰였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유일하신 신을 표기하기 위해서라는 등 별별 소리가 많지만, 모두 사실무근.
문제는 하느님은 틀렸고 하나님만 옳다고 하는 개신교 일각의 억지이다. 성서와 기독교가 말하는 창조주를 지칭할 때는 하나님을 써야 하고 극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조물주를 칭할 때는 하느님을 써야 한다는 식의 주장으로, 당연히 무지와 편협의 소산이다.
한국의 기독교단 중에 정교회(정통교회), 가톨릭(보편교회)과 성공회(개혁보편교회) 등이 ‘하느님’을 사용한다. 특이한 점은 어쩐 일인지 이단인 왕국회관(여호와의 증인)도 하느님을 사용한다. 한국의 기독교 계열 사이비 교주들은 이 현상조차도 교회를 분열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들은 기독교 중에 교세가 가장 큰 가톨릭(1위), 정교회(2위), 성공회(3위)를 이단이라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정통 교단을 이단이라 부르면서 스스로를 ‘새로운 흐름’으로 내세우는 수법은 사이비 교단이 즐겨 밟는 과정이다.
문법적으로 하느님과 하나님은 같은 낱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신교 일각에서는 하나님을 쓰고 나머지 사회에서는 종교와 무관하게 하느님을 쓴다. 한국인 대부분이 전통적 가치관의 조물주와 기독교의 창조주를 다른 신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놀랍고 너그러운 포용을 거부하고 고집하는 ‘하나님’이라면 그것은 실존하는 신이라기보다는 종교계 마이너 리그에서 영리적으로 소모되는 조잡한 우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