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을 모아 겨우 하루 씩 살아내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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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Mar 5, 2021 01:1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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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에 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되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 그는 말기 암과 싸우며 그렇게 하루하루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며 책을 썼고 그 글과 마음이 나에게 닿았다. 그렇게 '그 작가'는 나에게 점점 '작가님'이 되어 갔다.
매일매일 극도의 고통을 견디며 하루를 살아내는 게 얼마나 힘들까.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의 유한함을 시시각각 느끼며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해마다 재의 수요일에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십시오."라는 말을 들으며 위령 성월인 11월에 인생의 덧없음을 말했던 나는 그저 '머리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작가님에게는 그 순간 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삶을 이어주는 소중한 조각들이리라.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책을 열기가 조금은 두려웠다. 그렇지만 지금은 잘 읽었다 생각한다. 책은 결코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하지 않다.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글은 결코 우울함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 오히려 작가는 책에서 슬퍼하고 좌절하다가도 힘을 내고 희망을 찾는다. 어쩌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와는 달리 무엇인가를 해내면서 순간을 살아가는 작가님. 때로는 극도의 고통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조차 다음을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글은 그래서 나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한다.
요즘은 작가님과 하루에 한 번 이상 메시지를 교환한다. 나는 안도한다. 오늘도 그와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의 시간이 좀 더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나도 바라고 있다. 작가님은 오늘도 무언가를 준비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조카와 함께 호수공원을 가기도 한다. 그렇게 순간순간을 모아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신민경 작가님을 어느샌가 나도 응원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결국 나도 언젠가는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걸. 그러니까 지금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걸. 놀 때도, 멍때릴 때도, 공부하고 일할 때도, 내 순간을 소중히 다루기로 다짐한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살아주셔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