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카테고리
가톨릭
성경
작성일
Mar 19, 2021 11:12 AM
 
notion imagenotion image
나는 교회의 가르침과 전통에 따라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의 공적 전례와 기도에서는 하느님의 이름인 '신명사문자'(YHWH)를 부르지 않도록 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에 주교회의에서 번역한 <성경>에 하느님의 이름을 '주님', ''로 옮겼다. '가톨릭 성가' 수정판에도 "주님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온 누리여 주님께"처럼 '주님'이나 ''로 가사를 고쳤다.
이뿐 아니라 십계명 중에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계명을 생각하면 교회의 이러한 가르침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전쟁을 좋아하는 사막의 민족신 따위'로 그분이 격하되는 꼴을 보면 울화통이 치밀면서도 그분의 이름이 이리 더렵혀지게 만든 게 내 탓인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일까. 주중 하루 한 번 개역 개정판 성경을 읽어야 할 순간이 찾아오면 더욱 더 조심스러워진다. 개신교의 오랜 전통에 따라 한국 개신교는 개역 성경에 '신명사문자'를 '여호와'로 옮겼는데 이는 'YHWH'에 'Adonai'(나의 주님)의 모음을 합친 'Jehovah'를 그대로 한글로 음역한 것이다. 그래서 '여호와'라는 글자를 의식적으로 '주님'으로 바꾸어 읽게 되면 '하느님의 이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고 묵상할 수 있게 되어 성경을 읽는 맛이 훨씬 깊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 옛날 히브리어로 성경을 필사하던 유다인들이 '신명사문자'를 쓰기 전에는 목욕재계하고 붓을 씻어낸 다음 '하느님의 이름'을 쓴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성경을 죽은 글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말씀으로 듣고 싶은 마음의 작은 몸부림이라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신앙의 수호자'라 불린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쓰신 <나자렛 예수>라는 책의 인용문을 발견했다. 여태껏 머릿속으로만 간직했던 내 생각을 이렇게 글로 정리하도록 만든 좋은 글이라 여러분에게도 소개해 본다.

당시에는 많은 신이 있었다. 그래서 모세는 하느님의 이름을 묻는다. 실제로 하느님은 다른 신들과 비교해 특별한 권위를 지닌 분으로 당신의 신분을 밝히신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이름이라는 관념은 일차적으로 다신교를 믿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관념이다. 그러니 이런 세계에서는 모세의 하느님도 당신의 이름을 말해주어야 했다. 그러나 모세를 부르신 하느님은 여느 신이 아니고 진짜 하느님이시다. 본래 참된 의미의 하느님이란 여럿일 수 없다. 하느님은 본질상 한 분 뿐이시다. 그러기에 그분은 신들의 세계에 있는 신들 중 하나로 등장하실 수 없다. 그분의 이름이 다른 신들의 이름 가운데 하나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하느님이 주시는 응답은 모세의 물음에 거절하는 답이기도 하고 그 물음에 응하는 답이기도 하다. 그분은 당신 자신에 대해서 "나는 있는 나다."하고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그분은 단순히 '있는 분'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하느님이 당신의 신원을 몸소 밝혀주신 이름, 곧 '야훼YHWH'라는 이름을 소리내서 부르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그것은 그분의 이 이름을 다른 신들의 이름 가운데 하나로 격하시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성경을 새로 번역하면서 이스라엘에게는 언제나 신비에 차 있고 함부로 발음해서는 안 되었던 이 이름을 여느 이름처럼 적어놓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그분의 신비를 일반적인 종교사의 평범한 사례로 끌어내리게 되었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하느님께는 그분을 그려 보일 수 있는 어떤 그림도, 그분을 부를 수 있는 어떤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자렛 예수> 국역번 1권 221~222p에서 인용
 
본 글의 내용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작성한 것으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 중 교회의 가르침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공부하고 수정하면서 보완하겠습니다.
본 글의 내용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작성한 것으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 중 교회의 가르침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공부하고 수정하면서 보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