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카테고리
말과 글
낙서
작성일
Sep 11, 2022 11:2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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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롱디. Long Distance. 장거리 연애.
이거 해본 사람만이 그 ‘가슴 애림'을 알 수 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괜히 게 아니다. 자주 보지 못하는 사람은 내 머릿속을 채우는 자리도 점점 적어지기 마련인데, 그게 참 아프고 안타깝고 쓰리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추억이 있어서다. 보고싶고, 어쩌면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찾아모면, 그 추억을 꺼내 본다. 그러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마주하는 달콤하고 귀한 시간을 위해, 나는 다시 버틴다.
그 버팀이, 아직은 괜찮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렇게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