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 Bach: Chaconne from Partita No.2 in d minor, BWV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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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에서 촬영된 정경화 선생님의 바흐 샤콘느. 연주 길이는 원래 20분 남짓이지만, 편곡돼 일부만 연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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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취미가 바이올린 연주이자,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음악 듣기인 바이올린 매니아입니다.
바흐가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죽을때까지 함께하는 연주 레파토리이자 연습곡이다. 연주하는 이의 실력, 성향을 그대로 투영해주기 때문이다. 내 바이올린 선생님도 작년 초에 바흐 무반주 소나타 1번 Fuga 악장을 가르키며 “올 해의 내 연습곡이자 연주 목표곡”이라며 틈나는 대로 연습하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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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음곡은 소나타 3곡, 파르티타 3곡, 총 6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6개의 솔로 작품들을 모두 연주하면 장장 120여분이 넘는데,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한 번은 완주하는 연주를 꿈꾸거나 전체 레코딩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경화 선생님도 두 번이나 바흐 무반주 전곡을 레코딩하고 한국에서 연주회를 개최했으며, 최근에는 클라라 주미 강 역시 이 레파토리로 전국 투어를 진행했다.
하지만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꿈 꾼다고 해서, “연주로 한번 해 볼까?”라고 도전하진 않는다. 바흐 무반주 전곡은 특히 연주자의 ‘연륜’과 연주의 ‘깊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들이 ‘브람스’의 곡은 “나이가 들면 연주하겠다.”라는 다짐이 있듯, 바이올린 연주자에게는 바흐 무반주 전곡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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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제 70대를 훌쩍 넘은 거장 정경화 선생님의 바흐 무반주 전곡, 특히 파르티타 2번의 샤콘느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거장의 연륜과 깊이 뿐만 아니라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녀는 48세의 나이에 이미 바흐 무반주 전곡 녹음을 했으나, 주변에서 “언제 이 파르티타를 다시 녹음하실 거냐”는 질문에
“아휴, 아직 멀었어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샤콘느를 ‘모든 음악의 으뜸’이라 칭하고, ‘내가 죽으면 틀어주길 바라는 음악’이기에, 그녀의 모든 애정과 더불어 고단했던 바이올린 연주자로써의 삶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쓸쓸하거나 우울할 때, 약 20여분의 샤콘느를 크게 틀어놓는다. 샤콘느를 들으면서 눈을 감고 있으면 나의 어지러운 마음이 그 쓸쓸함에 잠식되어 오히려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슬플 때 슬픈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면 나아지는 뭐 그런 거. 활 털과 바이올린 현이 부딪히며 나는 부드러운 쓸쓸함에 이끌려 바이올린을 시작한 나에게 샤콘느의 무드는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샤콘느 원곡을 듣는 날이 많다는 것은 내가 우울하거나 쓸쓸한 날이 많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샤콘느로 그 마음을 잘 흘려보낼 수 있으니, 꽤 괜찮은 루틴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