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 부스트

카테고리
업무
마음 공부
작성일
Jun 24, 2019 02:4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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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 for Spped를 처음 했을 때가 떠오른다. 직선 주로를 달리다가 스페이스 키를 누르자 마자 차에 터보 부스트가 걸린다. 이름하여 니트로 개스. 쏜살 같이 달리는 시원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부스트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스페이스를 눌렀지만 속도가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금방 원래 속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게이지를 채우지 않으면 터보가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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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서 드디어 게이지를 채운다. 그리고 호기롭게 스페이스를 누른다. 차는 뒤꼭무니에서 불꽃이 일며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어라? 급커브가 있는 길이다. 드리프트 주행에 익숙하지 않는 나에게 커브에서의 터보는 죽음이었다. 차는 그대로 제어를 잃고 주로에서 벗어나고 길 옆 장애물에 부딪힌다. 그 사이 다른 차들은 유유히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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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보니 니트로의 맛에 취해 시시 때때로 스페이스 키를 누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분명 그들도 게이지를 채워야 함을, 커브에서는 고도의 컨트롤이 필요함을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그들은 절박하니까 스페이스 키를 누른다. 자신의 뒤를 쫒아오는 차들보다 더 앞서가야 하니까. 그렇지만 니르토를 모으지 않으면 터보는 걸리지 않는다.
심시티를 좋아하고, 문명 게임에서도 가장 쉬운 난이도를 즐기는 나에게, 그래서 경주 게임은 맞지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환희보다 내 속도를 지켜가며 플레이하는 게 재밌기 때문이다. I did it my way....
그대가 지금 스페이스 키를 누르고 싶다면 꼭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게이지가 충분히 차 있는지, 그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의 굽은 길인지를 말이다. 인생에는 세이브도 로드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