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Studio : 일본 출장 기록 메모
Created by 정회채 [hoechae], last modified on 6월 25, 2018
6월 19일(화)
김포공항에서 저녁에 출발하였다. 활주로에 왔을 땐 해가 졌다. 창가 쪽에 앉았다. 옆 자리는 일본인이었다. 전체적으로 대기열을 보니 붉은색 여권을 든 사람이 많았다. 기내식으로 가라아게와 밥 등이 나왔다. 7천 미터에서 3천 미터로 내려올 때 귀가 몹시 아팠다. 두 시간을 조금 넘겨 일본 하네다공항에 도착하였다. 하네다 공항에 들어올 땐 도쿄만 위에서 빙글 돌았다. 해외에 오는 게 처음이었는데 비행기 아래에서 일본이 절차적 생성되는 것 같았다. 내려온 뒤에 안전벨트 푸는 법을 몰라서 헤매는데 옆 사람이 알려줬다.
입국심사대까지 거리가 길었다. 가는 길에 로밍이 안 잡혀서 헤맸다. NTT도코모를 잡았다. 화장실에 들렀는데 현대적인 화장실에 화변기가 있어 뭔가 묘했다. 입국심사는 대기열이 길었다. 정작 일본 출입국관리직과는 별 대화 없이 바로 통과했다. 이어서 세관을 통과하니 일본이었다. 신주쿠로 가는 공항리무진버스 표를 구입하였다. 1천230엔이었다. 하네다의 국내선 터미널 두 곳에 들렀다 갔다. 도쿄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는 긴 터널이었다.
신주쿠역 서쪽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자판기가 있어 콜라(160엔)를 하나 샀다. 콜라의 거품이 넘쳐 길에 흘렸다. 일본에 도착한지 1시간도 안 되어 어글리 코리안이 되고 말았다. 일본과 콜롬비아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끝난 때여서 거리 응원을 마친 일본인들이 곳곳에 있었다. 경기를 이겨 들뜬 모습이었다. 신주쿠로 이동하자 점점 길거리가 지저분해졌다. 택시가 횡단보도 초록불인데 끼어들었다.
선중님의 숙소인 신주쿠프린스호텔. 2층이 전철 역사(驛舍)인 호텔이다. 프린스호텔에서 선중님과 헤어지고 10분 정도를 더 걸어서 신주쿠그랜벨호텔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유흥가였고 한국의 신촌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그랜벨호텔 근처는 대부분 모텔이었다. 여권이 늦게 나와서 그런가 이런 곳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취객이 정말 많았다. 근처를 보니, 모텔이 특이한 게 2시간 대실이 있었다. 호스트바도 많았다. 호스트 광고를 곳곳에 걸어 놓았더라. 자정이 다 되어서 호텔에 체크인했다. 남아시아계로 보이는 여성 직원이 영어를 구사했다. 7층으로 갔다. 호텔 객실은 좁았다.
호텔에 usb 충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안드로이드 충전기를 챙겨오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편의점으로 나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비치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충전하는 케이블이 있었다. 해당 케이블로 안드로이드도 충전이 됐다. 씻고서 잤다. 일본 티비를 잠깐 봤는데, 시무라의 밤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중년 남자가 부채로 다른 출연자를 때렸다.
6월 20일(수)
잠을 설쳤다. 6시 넘어서 일어나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호텔 식당은 12층에 있었고 뷔페식이었다. 왠지 일본에선 뷔페를 많이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한 접시만 먹었다. 씻고서 나왔다. 비가 내렸다.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우산을 샀다. 신발이 다 젖었다. 선중님과 프린스호텔 앞에서 만나서 롯폰기잇초메로 이동했다. 사무실이 모인 곳이었다. 아크힐스 사우스타워로 갔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일본에선 현금 결제를 쓴다고 들어서 카드를 꺼낼 생각을 하지를 못 했다. 커피를 안 마셔서 과일 음료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영어가 안 통하는 걸 알고 그냥 메뉴 맨 위에 있는 카페라떼를 마셨다. 9시 30분에 6층으로 올라갔다.
넥슨재팬 회의실로 갔다. NJ에서 박진호님, 토비타님, 마사키님이 나왔다. 녹음 관련해서 서로 협의할 내용을 얘기했다. 일본에서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 이야기도 들었는데 여러모로 참고할 만하다.
- 일본은 IT 기업이라도 제조업과 비슷하게 호봉제를 따른다
- 때문에 급여가 직책에 따라 결정되는 양상이 강하다
- 일본에선 직원들끼리 서로 폰 번호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 공과 사 구분이 철저
- 업무상 연락에서도 메일을 보낸 뒤에 1주일 정도 기다리는 게 예의이며 직접 통화하는 것을 꺼린다
- 그래서 긴급한 문제가 터져도 재택으로 대응하거나 하는 일이 드물다
- 주 45시간 이상(한국은 52시간으로 최근에 조정됨) 근무가 금지되어 있고 회사가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상장폐지 당할 수도 있어서 정시 퇴근이 확실하다
- 프로세스가 사전 협의를 중시하고, 갑작스러운 연락을 기피하는 일본 조직 문화를 감안하면
- 듀랑고의 일본 업무를 담당해준 현지 직원들은 기존의 프로세스에 비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써준 편이다
- 인기 성우의 경우 연예인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소속 프로덕션과 매니지먼트사를 거쳐야 하는데 녹음 분량 증가 등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어서 직원들이 여러 방면으로 대처해야 했다
- 개별 게임의 사업실이 생긴 건 오랜만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듀랑고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고 본다
- 일본의 로컬라이즈 담당자는 상당히 꼼꼼하게 보는 편이니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많아지고, 문서화를 잘 하면 좋을 것이다
회의를 마치고 롯폰기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토리까스(1천엔)를 먹었다. 해당 식당은 일본 직장인들이 식사하는 곳이었다. 이후에 나카노구의 나카노사카우에로 이동하였다. 인스파이어스튜디오란 녹음실로 이동했다. 15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다른 관련자는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 곧 녹음 기술 인력과 성우, 성우 프로덕션 직원 등이 도착했다. 녹음을 마치고는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다. 구글지도가 길을 잘 잡지 못 해서 도쿄만 쪽으로 내려가다가 돌아오는 등 거리상 30분 정도를 1시간 반 걸려서 갔다. 저녁은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등을 사 먹었다. 드럭스토어에서 부탁받은 물건을 샀다.
녹음 참석자
- 넥슨 직원
- 넥슨재팬: 박진호님, 토비타님, 마사키님, 이름모름
- 넥슨코리아: 정회채, 김선중님
- 녹음 담당(온리드 주식회사)
- 녹음 총괄 아베 노부유키님(대표이사/음향감독), 녹음 실무 담당자 다케우치 슌페이님(믹싱엔지니어)
- 성우 프로덕션(아오니프로덕션)
- 이케자와 마사토님, 마에다 하루카님(영업제작부 매니저)
- 인스파이어스튜디오
- 이름모름
- 성우
- 기타무라 에리(찰리)
- 사카모토 마야(케이)
- 이나바 나쓰키(기차 소녀)
- 한다 유스케(기차 요원)
- 가니에 슌스케(차장)
녹음 진행
성우와 의사소통은 녹음을 총괄한 아베님이 담당했다. 녹음을 진행하며 디렉션이 필요한 부분은 아베님이 넥슨직원 쪽의 의견을 물었고, 번역을 담당한 토비타님과 한국에서 레코딩을 맡았던 선중님이 주로 대응하였다.
한국에선 성우들이 보통 개별적으로 찾아와서 대본을 받고 녹음을 진행했다. 그에 비해 일본에선 프로덕션에서 대본을 일본의 녹음용 대본 형식으로 바꿨다. 대사를 세로쓰기로 고쳐 적고 방송용 대본처럼 각 성우와 맡은 역할을 표지에 다 적었다. 녹음을 진행하기 전에 녹음실에 음향감독과 넥슨 직원 등이 들어가서 성우에게 녹음에 요구되는 기본 사항을 전달한 뒤에 녹음을 시작했다. 일본답다면 일본답게 이 과정에서 인사를 정말 많이 했다.
기타무라 에리(찰리)
톤을 조정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 요구사항을 두 개의 언어를 거쳐 가며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일본어 화자가 듣는 것과 한국어 화자가 듣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게임 제작사 쪽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일본의 일반적인 목소리 연기를 인식하는 것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주로 목소리의 나이대를 올리고 내리는 게 주요 디렉션이었다.
사카모토 마야(케이)
대사 양이 많았기에 톤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누님"이나 "츤데레" 등 여러 개념이 번역을 오갔다. 일반적인 성우 연기보다는 일상적인 말투를 재현하려고 했는데 일본어 청취가 좋질 않다 보니 잘 알 수가 없었다. 이와는 별개로 사카모토님은 현지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성우였다. 일단 개인 매니저가 따라왔고, 넥슨재팬의 직원들도 준비해 온 사진집과 사인판에 사인을 받을 정도였다. 케이의 대사를 늘려서 녹음하는 데 비용을 늘리지 않은 게 천운이라 할 만했다.
이나바 나쓰키(기차 소녀)
겨울왕국의 안나를 녹음했던 성우이다. 이나바님은 중학생이라서 상업 활동 등에 제한이 있는데 방과후란 이유로 녹음을 허락받았다고 한 것 같았다. 이나바님은 아무래도 겨울왕국 녹음 때보다 나이를 좀 더 먹어서 그런지 어린 아이 연기를 할 때 목소리가 안정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여러번 디렉션을 하여 녹음하였지만 나이를 낮춰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한다 유스케(기차 요원)
대사는 많지 않아 금방 녹음을 끝냈다. 소리를 시원하게 질렀다. 소리를 시원하게 지르는 게 참 한국어 담당인 권창욱님과 비슷했다.
가니에 슌스케(차장)
처음엔 목소리가 너무 멋지게 녹음되었다. 스튜디오에서 한국어 구사가 가능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일본 전철의 차장 목소리는 멋지다고 한다. 아베님이 좀 더 아저씨스러운 목소리도 달라고 해서 그런 목소리도 녹음하였다.
6월 21일(목)
아침은 조식을 먹고 점심은 편의점에서 사 먹었다. 같은 장소에서 오후에 녹음이 진행되었다. 기술인력과 프로덕션 인원 등이 어제와 같게 왔다. 녹음을 마친 뒤에 메구로역에 가서 우동을 먹었다. 카레우동이 유명한 집인데 주문을 잘못 해서 일반 우동이 나오는 바람에 카레우동을 추가로 시켰다. 시부야에도 들렀는데 어쩐지 몸이 피곤해서 호텔로 돌아와 쉬었다.
녹음 진행
마에다 아야카(기차 점원)
차분한 목소리를 잘 펼쳤다. 톤에서 주로 나이대를 조정했다.
에바라 마사시(닥터 라마)
톰 행크스 더빙으로 유명한 성우였다. 에바라님의 연기 디렉션은 아베님과 토비타님, 선중님의 의견교환이 다른 연기에 비해 많은 편이었는데 라마의 말하는 방식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 에바라님은 대본의 단어를 보면서 일본어에서 잘 안 쓰는 단어가 있다며 몇 가지를 고칠 것을 제안하였다. 라마의 연기는 일본인이 듣기에 일반적인 말하기가 아닌 연기로 진행되었던 탓에 다들 어느 정도 아리송했던 면이 있었다. 톤을 여러 번 고친 끝에 녹음을 마쳤다.
6월 22일(금)
일어나 조식을 먹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였다. 신주쿠 역 위에 이치한 신주쿠고속버스터미널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했다. 탑승수속을 하고 출국심사를 한 뒤 면세점에서 과자 몇 개를 샀다. 김포공항에서 나오니 오후 3시가 넘었다.
교훈
- 언어의 차이 등을 감안할 때, 캐릭터의 의도나 감정상태를 더 세밀하게 적어야 해외 녹음을 할 수 있다.
- 통역에선 많은 의미 유실이 있기에 충분한 문서화와 의도의 확실한 정립이 필요하다
- 타 언어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간단 팁
- 일본은 아직도 현금 결제 위주의 문화라 동전지갑을 따로 준비한다.
- 지하철 환승이나 요금 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현금보다는 스이카나 파스모 같은 교통카드를 준비한다.
- 일본에서는 명함 교환을 많이 하기 때문에 명함은 충분히 준비해두라.
- 일본은 공항을 빼면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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