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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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2019, 스웨덴) 보고나서 10일째 되는 지금까지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영화관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데 무얼 봐야할지 모르겠는 분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가장 보편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을 '사랑'을, 영화 역사상 전례없는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사랑은; a. 욕망과 고통을 공유하는 두 개인 간의 사랑, b. 그렇지 못한 다른 개인/집단에 대한 사랑, c.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a를 다루는 60분은 로맨스 영화, b를 다루는 40분은 범죄/스릴러 영화, c를 다루는 20분은 드라마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각기 다른 분위기와 매력이 하나의 영화 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세 장르를 오가면서도 영화가 산만해서 힘이 없다거나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주인공이 각각의 다른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자신에 대한 비밀을 알아가고, 그러한 자신을 이 세상 속 어디에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를 결정해나간다는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라인이 영화의 시간 축을 관통하며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약간의 스포일러?)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고통과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주변을 겉돌던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관객으로 하여금 "사람답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제목 경계선(원제는 "Gräns"라고 하는데 찾아보니 그대로 직역한 결과물인 것으로 보입니다.)도 아마 그 '인간', 혹은 '인간적이다' 따위의 말이 지칭하는 모호한 영역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추가적인 감상 포인트로는 아름다운 자연 배경을 들 수 있겠습니다. 보고 나면 무민의 나라 스웨덴의 숲속에서 한 달 쯤 쉬다 오고 싶어지실 겁니다. 찾아보니 알리 아바시라는 감독이 세상에 내놓은 두 번째 영화인 것 같은데 벌써부터 이러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더 가져와줄지 많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