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은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 교회와 세상 < 기사본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2020 본당의 코로나19 대응현황 조사 보고서’ 발간 ‘이런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구나’.... 내 본당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어

본당 차원에서 코로나19 시기를 어떻게 대응하고, 보냈는지 조사한 보고서가 나왔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가 낸 ‘2020 본당의 코로나19 대응현황 조사 보고서’다. 교구 내 각 본당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쓴 의정부교구 코로나19위원회 연구분과위원회는 “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부딪혔을 때 사제와 신자들이 처음에 어떻게 반응했고, 구체적 대응까지 나가는 데 얼마나 걸렸으며, 이 과정에서 교회 구성원의 심리, 행동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고자"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분과위원회는 이런 정보의 수집과 정리가 코로나19와 비슷한 사태가 생겼을 때, 교구와 본당의 효과적 사목 대응을 돕는 매뉴얼의 기본 자료가 될 뿐 아니라 위기 이후의 사목 방안을 준비하는 데에도 정보를 줄 것이라고 했다.
이 자료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변화, 본당의 코로나19 대응을 다룬 분석보고서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는 본당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구분과위원장 변승식 신부는 “어려운 시기에 본당의 결정에 대해, 그리고 공지하는 과정에서 서운하고 마음 상하는 오해가 쌓일 수 있다. 보고서를 보고 ‘이런 결정 뒤에는 그런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구나’, ‘이런 아픔이 있었구나’ 등을 느끼고, 다른 본당의 이야기여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신자들도 많이 보면 좋겠고, 위안과 격려를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변 신부는 인터뷰에 응하는 신자와 사제가 부담을 느끼거나 경계할 줄 알았는데,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보고서에 그런 흔적이 많이 담겼다며, “평신도 신학자, 연구자가 직접 찾아가서 묻는 것 자체를 (본당 신자와 사제가) 신선하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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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가 8개 본당이 코로나19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조사한 보고서를 냈다. (이미지 출처 = '2020 본당의 코로나19 대응현황 조사 보고서' 갈무리)
지구사제모임에서 선정한 조사 대상은 의정부교구 동두천 본당, 신곡2동 본당, 운정 본당, 원당 본당, 지금동 본당, 진건 본당, 정발산 본당, 탄현동 본당 8곳이다. 연구분과위원회는 열심히 대응한 본당만을 대상으로 하면, 나름 사정이 있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곳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 있어서 각 지구에 본당 선정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8개 본당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실천과 활동을 보여 준 사례가 됐다. 하지만 연구분과위원회는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본당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의도와 달랐음에도 이 본당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위기 대응의 전형을 만들었고, 이를 만든 방식은 고유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각 본당의 사례가 특수했으며, 사목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의미를 뒀다.
그동안 코로나19 시기에 신앙을 떠나는 이에 대한 관심은 강조됐지만, 정작 본당을 지키는 이들의 존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시간과 재원을 쏟은 신자들의 목소리가 있어서 의미가 크다.
조사 내용은 2020년 2월부터 10월 말까지 본당과 신자들의 변화로, 1차는 설문지 조사, 2차는 연구원들이 직접 본당을 찾아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보고서에는 코로나19 이후 미사 참석률, 본당 수입, 본당 봉사자 수 등의 변화, 방역과 사목 대응 등의 양적 통계 외에도 80대 신자의 인터뷰, 본당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을 때의 상황, 신자와 사제가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힘들었으며, 어떻게 협력했는지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8개 본당의 미사 참석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최소 34.7퍼센트에서 최대 64.2퍼센트가 줄었다. 본당 수입은 전년 대비 19.7퍼센트에서 36.7퍼센트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 본당이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중단했고, 모임의 특성상 규모가 작고, 회합 뒤에 함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방역 단계가 낮아진 뒤에도 모임을 재개하지 않았다. 특히 65살이 넘는 신자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아, 직접 만나는 활동을 중지하면, 본당 활동을 완전히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평신도 사도직 재개가 어려웠던 이유에는 “종교계를 바라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 직업 때문에 불가피하게 미사 참례와 활동을 멀리해야 했던 신자, 다중 이용시설을 피하는 태도"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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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후 본당 봉사자 변동 비율. 대부분 본당에서 감소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각종 사도직 단체 회합에 참여하는 신자들까지 봉사자 숫자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도직 활동이 중지되면서 대부분 본당에 나오지 못했다. (n.a는 자료 없음을 나타낸다.) (이미지 출처 = '2020 본당의 코로나19 대응현황 조사 보고서' 갈무리)
본당 봉사자 숫자도 최소 6.5퍼센트에서 최대 82.4퍼센트까지 줄었다. 연구분과위원회는 여러 본당에서 방역에 필요한 봉사자 수급이 어렵다고 호소했고, 봉사자의 피로도가 높아 방역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봉사자 숫자도 조사 내용에 포함시켰다. 조사 결과 봉사자 수가 줄어도 사제와 신자, 신자 간 협력, 방역 장비 구입을 통해 어려움을 줄였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초기 대부분 본당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부족, 미래의 불확실성, 무지에서 오는 공포, 금방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힌다.
그러다 팬데믹이 장기화될 것이 확실해지고,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도, 비대면 방식을 도입했다며, “평소 신자들과 접촉 면적이 넓고, 신뢰를 얻은 주임이 있고, 주임의 사목 솔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봉사자 조직이 건재했던 본당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목위원회는 이번 보고서 300부가량을 교구 안의 각 본당에 보내고,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다른 교구에도 보고서를 보내 공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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