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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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좋지만, 또 어떤 영화는 매번 '내가 잘 알고 내가 기대한 그 기분'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어 좋습니다. 제게는 <미스 리틀 선샤인>이 그 두번째 경우에 해당합니다.
라이벌 관계인 교수에게 '프루스트 최고 권위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연인 겸 제자까지 빼앗긴 상실감에 자살 시도를 한 삼촌 '프랭크', 자기가 쓴 자기계발서에 심취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성공에 대한 욕망을 과하게 주입하려는 아빠 '리차드', 니체 철학에 심취해 수백 일 째 묵언 수행을 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사춘기 아들 '드웨인', 마약과 술과 유흥에 빠져있는 할아버지까지, 주인공 가족은 가능한 거의 모든 방법으로 각자의 인생에서 바둥대고 있습니다.
딱 그들의 인생만큼이나 나사가 빠져있는 고물 차 한 대에 이 가족들을 묶은 것은 바로, 딸 '올리브'의 "Miss Little Sunshine" 선발대회 출전. 올리브는 미국, 현대의 '전형적인' 미의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어쨌든 출전을 위해 험난한 로드 트립을 시작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좋은 일'이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고난의 연속입니다. 이 여행, 이 영화 중 이 가족에게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이 고난을 '함께 겪어 나갔다'는 사실 딱 하나인 것 같습니다.
포스터처럼 쨍한 햇볕 아래에서 달리고, 실패하고, 실망하면서, 이 가족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더 끈끈히 뭉치게 됩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면서도, 하루의 끝에 집에 돌아와 서로 (여전히 티격태격하면서도) 기대고 힘을 얻는 방법을 체득해갑니다.

우습지만, 가끔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올 해 상반기는 새롭게 시작한 대학원에서 '걱정한 것보다는 괜찮았지만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던' 첫 학기를 보내며 그런 답도 없는 유치한 생각이 종종 들었습니다. 벌써 한 학기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는데, 마침표 같은 쉼표를 무사히 찍고,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다음 시작을 맞아야겠습니다.
'의미'는 없을지언정 '재미'있으면 된 것이 아닌가, 결국 사람과 주고 받는 그 온기를 최대한 누리고 나누고 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너무나 뻔하지만 한 번 더 속아주고 싶은 그런 메시지를 남기는 <미스 리틀 선샤인>. 코로나든, 일이든, 다른 사람이든, 그 무엇에든 지쳐버린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웃고, 안타까워하고, 끝으로는 달콤씁쓸한 한숨 섞인 미소를 짓게 해드릴 거예요.
“F**k Beauty Conte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