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보는 <어느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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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8년 깐느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8년 깐느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8년 깐느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
  1.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등 대표적인 "가족 영화"들을 찍은 일본의 최정상 감독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영화는,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누릴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무엇이고, 피가 섞였으면 져야할 의무가 무엇인지, 반대로 그런 의무를 다하고 있다면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지, 가족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1. 일본에서 어느 가족이 부모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그들의 연금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가 발각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히로카즈는 "어쩌다 저런 상황이 되었을까" 상상해보다가 이 영화를 찍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원제가 "좀도둑 가족"인 만큼, 가난과 사랑만으로 뭉친 이 가족은, '사소해서 더 비참한 악행'으로 근근이 살아갑니다.
  1. 배우들의 인상 하나하나가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인데요,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등으로 감독과 호흡을 맞춰 온 배우 키키 키린(2018년에 별세 하시면서 이 작품이 유작이 되어 보는 내내 더욱 안타깝습니다.), 가난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 만큼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의 릴리 프랭크(<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도 사쿠라의 연기는 영화를 보고 며칠간 저를 괴롭힐 정도였는데, 알고보니 감독이 안도 사쿠라의 임신한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다" 싶어서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어느 가족>이 안도 사쿠라의 출산 후 첫 복귀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막 출산을 한 사람만큼 "엄마란 무엇인가" "좋은 엄마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게 연기로 다 드러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1. 꼬마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 촬영시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충분히 이해시키고, 배우들 본인이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말할지 상상하게 하고, 그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만 조성해줄 따름이라고 해요. 이런 촬영 방식에 매료되셨다면, 개인적으로 10대 소녀들의 심리를 그려내기로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우리집>이라는 영화도 나중에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1. 이 외에도 배우들의 즉흥적인 감정과 애드리브, 실제 상황 등에 발맞춰 영화 각본을 조금씩 바꿔나간 곳이 있는데 그건 이따 영화 보면서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