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Ida>,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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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Ida>, 2013) _ 다음 작품이 가장 기대되는 감독을 꼽으라면 저는 고민 없이 Pawel Pawlikowski(이하 파블리코프스키)를 꼽겠습니다. 작년에 국내에 개봉한 <콜드 워>(<Cold War>, 2018)를 통해 알게 된 감독인데요, 오늘은 그 전작인 <이다>를 소개해보려고합니다. _ <이다>는 고아원/수녀원에서 자라 곧 있을 수정식을 앞둔 주인공 '이다'가 하나뿐인 혈육 이모 '완다'를 만나 자기 부모님과 자신에 대한 진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넓은 범위에서 보면 일종의 '모험담'입니다.
  •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신 분께는 그 베를린 천사가 편도로 내려온 길을 왕복으로 왔다가는 영화라고 설명하는 게 가장 손쉬운 설명 방법일 것 같습니다. _ 감상 포인트 1 - 흑과 백의 대조 이다가 살아온 신의 세계와 완다가 살아온(혹은 처세해온) 인간의 세계의 대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었는지, 감독은 이 영화를 흑백으로 연출하기로 선택했습니다. ("흑백 영화는 하얀 것을 더욱 하얗게 보이게 하고, 까만 것은 더욱 까맣게 보이게 한다" - 출처 불분명.) 그런 강렬한 대조 속에서 완다가 이다에게 던지는, 농담과 도발이 반씩 섞인 질문들엔 알 수 없는 힘이 더해지게 됩니다. (완다 :) "이 여행으로 신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떡할래?" (완다 :) "해보지도 않은 것들을 포기한다고 하면 그 희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_ 감상 포인트 2 - 지독한 구도 선정 장면들이 하나같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낯선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인물을 고립시켰다고 생각될 정도로 인물을 구석에 두는가하면, 두 인물이 대화하는 씬에서도 인물을 따로 보여주며 그마저도 각각의 인물이 벽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기도 하고, 인물이 화면 밖으로 걸어가든말든 신경도 안 쓰고 카메라를 가만히 내버려두기도 합니다. 제가 영화를 공부한 게 아니다보니 그런 구도 하나하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건지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들은 다분히 '언어적인'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영화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이끌어냅니다. _ 감상 포인트 2*. 그러다가.. 80분 정도의 러닝타임동안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서 같이 흔들려주는 장면이 손에 꼽히는데, 차를 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덜컹거리는 3~4씬을 빼면, 걸어가는 이다를 따라 흔들리는 장면은 딱 한 씬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에는 관객의 마음이 이다와 함께, 카메라와 함께 동요되길 기대하는 것 같고, 반대로 그 씬을 제외한 다른 씬들에서는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어주길 기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_ 감상 포인트? 3. <콜드 워>도 보실 계획이라면 <콜드 워>를 먼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콜드 워>-<이다> 순서로 보시면 "이 목소리?!" "이 배우?!" "이 장소?!"하면서 숨은 그림 찾기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 같이 보면 좋아요
  1. 같은 밀란 쿤데라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농담>을 이 영화의 전후로 보면 서로가 가진 여백을 잘 채워줄 것 같아요. (파블리코프스키=폴란드, 쿤데라=체코. 비슷한 동네 사람들이라 그런가)
  1. 빔 벤더스 감독, <베를린 천사의 시>. 비슷한 주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서로 어떤 갈래의 스토리를 택했는지 비교하면서 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1. 파블리코프스키 감독, <콜드 워>. 음악, 연출, 연기, 플롯, 구도, 버릴 게 하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