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상자

카테고리
낙서
업무
작성일
Jun 21, 2022 12:4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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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폭발물이 든 상자가 배달되곤 한다. 대개의 의뢰인은 이걸 해체하기 싫어하거나, 해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부친 것일 테다.
상자를 열어보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겨우 1분 남았는데? 어버버 하면 그냥 꽝! 터지는데? 뭘 어쩌라고 나한테…….. 부칠 거면 좀 미리 부치던가, 아니면 나보다 더 가까운데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 보던가. 폭발물 해체한다고 어버버하다가 터져버려서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도와주나? 어차피 내 실수니까 내가 다 책임지는 거겠지.
뭐 그래, 폭발물은 위험하니까 💣 , 촌각을 다투는 거니까 그러려니 한다고 치자. 그런데 폭발물이라고 해서 열어보면 생일 케이크 상자에 붙어 있는 고깔 폭죽이거나 🎉 , 폭발물 그림이거나 ♨️ 하면 속이 뒤집어진다. 아니, 이걸 나더러 어쩌라고? 💢
의뢰인은 자기가 맡긴 일이 제일 급하고 가장 높은 우선 순위로 처리해 주기를 바라겠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일의 우선 순위가 있고 일정이 있으며 나름의 계획이 있다. 전문가랍시고 맡겨놨으면 좀 믿어보라고. 의뢰한 쪽이 급하다고 하지 않아도 내가 죽을 만큼 급하면 그걸 먼저 처리하지 않겠어?
그래,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태평양 처럼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내 마음은 종지그릇이어서 오늘같이 더운 날은 열을 더 받게 된다.
혹자는 그렇게 말하겠지. 그럼 폭발물 상자가 배달되면 다른 사람한테 넘기면 되지 않냐고. 아니, 나도 이렇게 열받는데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켜서 그 사람도 열받게 하라고?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다. 차라리 나 혼자 열받고 말지. 더운 날에는 열받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적어야 지구에도 좋을 테니까.
냉장고에서 시원한 수박이나 꺼내먹고 열이나 좀 식혀야겠다. 언제 또 택배가 올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