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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모래사장 노숙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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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명절에는 친척들끼리 언제 와서 얼굴 보자가 아니라 할아버지를 통해 그들이 언제 오는지 파악하고, 겹치지 않으면 안심한다.
돌아가는 길에 할아버지께 인사하러 온 사촌형네 가족을 잠깐 만났는데도 불편했다.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엄마는 별 말씀없이 버스타는 곳까지 태워주셨다.
카페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갈 버스는 끊겼고 모텔은 도망자들로 차 있는지 빈 방이 별로 없었고 방값은 부담스러웠다.
여기저기 거닐다 바닷에 이르렀다. 해변에는 누군가 불을 피워놓았다. 주변에서 닭강정 박스와 신문지를 주워 태우고 불멍을 했다. 따뜻했다.
편의점에서 조그마한 양주 하나를 사마셨다. 오래된 나무통 맛이 났는데 조금 역겨웠다. 모래사장에 쭈그려 누워 잠들어 이슬비에 잠을 깼다. 꽤 기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