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읽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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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 따로 없는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스위스 베른에서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꽉 막혀서 재미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바르기만 한 성격에 아내와도 이혼하고 친구도 많지 않은 그레고리우스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던 중, 다리에서 투신을 하려던 한 여성을 만납니다. 그 여자가 두고 간 재킷 속에서 발견된 오래된 책 한 권, 그 책과 함께 그레고리우스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비춰보는 것 같은 그 책의 저자에게 단번에 매료돼, 저자를 직접 찾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그 책의 저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포르투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투신하려던 여성은 왜 그 책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이야기에 나오는 그 책은 포르투갈이 악명 높은 독재자 '살라자르'의 치하에 있을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독재 정부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사실 학창 시절 국사 시간이나 부모님 세대의 경험을 통해 접해 익숙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 속 문구를 인용하자면) "독재를 겪어보지 못한 스위스인"의 시각으로 포르투갈의 아픈 역사와 그에 얽힌 개인사를 되짚어나갑니다.
안토니우 드 올리비에라 살라자르는 1932년부터 1968년까지 포르투갈 국민들을 탄압하고 독재정권을 이어갔습니다. 1968년에 휴식 중 해먹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면서 의식 불능 상태가 되어(?????) 자리에서 내려오고도,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 독재 정치를 했습니다. 결국 1974년 4월 25일, 청년 장교들을 중심으로 무혈 쿠데타가 일어났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민주주의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4월 25일 혁명" 때 국민들이 카네이션을 들고 거리에 나와 쿠데타를 지지해서, "카네이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운다고 합니다. 저는 우연히 이 영화를 리스본 출신의 유학생과 보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레고리우스가 배를 타고 테주 강(타호 강, 타구스 강)을 가로지르는 장면에서 뒤에 배경으로 보이는 다리의 이름이 아예 "4월 25일 다리"라고 하네요.
이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드셨다면 원작이 되는 책도 꼭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생략돼야 했던 책 속의 책 내용이 정말 하나같이 다 좋았어요. '이 정도면 갑자기 기차타고 휙 떠날 만 하겠다.'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책 읽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 무슨 책부터 읽을지 고민되는 저 같은 분은 이렇게 영화의 원작이 되는 책과 영화를 같이 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