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방 사수

카테고리
추억
작성일
Mar 14, 2023 10:5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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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본방 사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만화를 보고 있을 때 어머니의 심부름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있다가 가면 안 되겠느냐 여쭈어 보아도 어머니는 바로 다녀와야 한단다. 잔뜩 골이 나서 집을 나서는 내 등 뒤에서 어머니는 또 한 소리 크게 하시고 나는 더 속상해했다.
커서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바쁘시겠지. 손이 필요하시겠지. 식구들을 위해서 밥하시고 빨래하시고 집안일 하시느라 힘드시겠지.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나에게도 중요한 것이 있고,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는 건데... 일주일 동안 그 만화 하던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 걸 아마 엄마도 알았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속상한 건 속상한 거다.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의 본방 사수를 놓치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이 속상하다. 다만 어른이 되어서는 아무리 골을 내고 싶어도 참고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야 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본방 사수를 놓친 날...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다시 올 수 없는 그날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