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외모 지표화하는 언론의 암묵적 성 역할 고착화 연구 (2021.04.22)

 
 
본 연구는 2021년 <만화포럼>의 상반기 연구 주제인 ‘성 인지 감수성’에 맞춰 집필한 것입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포럼> 해산으로 자료집 발간이 무산되었기에 이곳에 공개합니다.
 
이 연구는 2021년 부천국제만화축제 만화포럼 컨퍼런스 <뉴 노멀 시대, 웹툰 속 젠더를 논하다>에서도 발제되었습니다. 해당 발제 영상은 다음 삽입 영상에서 확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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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외모 지표화하는 언론의 암묵적 성 역할 고착화 연구

 
- 서찬휘(iam@seochanhwe.com) / 만화 칼럼니스트만화 연구자
 
평소 만화 관련 언론 기사를 클리핑하는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유난히 두드러지는 경향이 한 가지 있다. 만화와 연관성을 지닌 기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만화를 대중문화 형식과 그에 해당하는 작품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연예인 외모 평가에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만화를 찢고 나왔다는 뜻을 지닌 ‘만찢’이라는 용어는 등장 이후 연예인을 지칭할 때 쓰이는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순정만화’라는 장르명은 아예 장르에 해당하는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찢에 준하는 수준으로 연예인의 아름다운 외모를 상찬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언론 보도 행태는 만화를 원작으로 삼는 실사 영상 출연진들이 원작 속 캐릭터와 비슷한 분장을 하고 나올 때를 제외하면 오로지 습관적이고 상습적인 외모 평가에 동원되는데, 딴에는 칭찬이라고 하는 것임에도 동원하는 데에 어떠한 맥락성도 찾을 수 없다.
본 연구는 이에 만화 작품과 업계에 관한 보도와는 무관한 내용이 만화를 향한 조명 상당수를 악성으로 점유해 들어가고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으로, 언론이 ‘찢고 나왔다’라는 만화의 장르가 순정만화 이외에 없는 점에 주목함으로써 앞의 모든 조건의 부정적 견해의 근원을 여성에게로 암묵적으로 몰아놓는다는 점을 살피고자 한다.
 
만찢용어의 유래와 형태
언론이 만화를 이용해 연예인들을 지칭하는 데에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은 ‘만찢’이다. ‘만화를 찢고 나온’이라는 이 수사가 언론에 등장한 건 2009년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남자 주연 배우인 이민호(구준표 역)와 김현중(윤지후 역)을 소개하는 PD저널 김고은 기자의 2009년 3월 31일 미디어 클리핑 기사에서부터였다.1) “두 배우는 원작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와 달리 본성은 예상 밖이었다”라는 기사의 서술에서 보듯 ‘만화를 찢고 나오다’라는 말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에 출연한 남자 배우의 외모를 평가하는 데에 쓰인 말이다. 말 자체가 기자의 창작은 아닐 것이나, 이 시기까지는 아직 축약되지 않은 원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표현이 ‘만찢’이라는 형태로 축약되며 본격적인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시점은 그 뒤로 2년이 지난 2011년이다. 당시 신예였던 남성 아이돌그룹 B1A4가 데뷔를 앞두고 발표한 프로모션 웹툰 <다섯 개의 수다>에 관한 조회수가 포털 게시판 1위를 달성했다는 내용을 서울신문이 보도했는데 2) 이 기사 첫 머리에 “진정한 만찢돌(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아이돌을 가리키는 신조어)의 등장?”이라는 문장이 붙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보도자료에 기초한 기술이니 제작사 측에서 의도한 표현이긴 하겠으나, 달리 보면 말 자체가 언중들 사이에서 신조어로 쓰이기 시작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B1A4의 경우 당시 아직 실제 인물들이 공개되기 전 만화를 이용해 프로모션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신조어를 끌어들인 셈이며, 만화와 전혀 상관없는 영상물에 등장한 실존 인물에게 ‘만찢’이라는 축약형 표현을 붙인 사례가 언론을 통해 등장한 것은 다시 1년이 지난 2012년 7월 이데일리가 내어놓은 기사에서다. 3)
제목부터가 아예 <‘만찢커플’ 신원호-수지, 드라마 `빅` 활력소>인 이 기사에서 기자는 KBS 2TV의 월화 드라마 <빅>에 출연한 크로스진의 신원호(경준 역)과 수지(마리 역)을 두고 “마치 만화책을 찍고 나온 듯하다는 일명 ‘만찢 커플’로 불리며 팬들 사이에 화제다”라 소개하고 있다. 아직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하다’라는 설명이 덧붙고 있지만, 커뮤니티 등지에서 돌던 만찢이라는 축약형 표현이 관용어로서 언론에서 통용되기 시작한 사례로 볼 만하다.
말의 축약형이 정착된다는 건 부연 설명을 필요로 하는 단계에서 부연 설명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일군의 집단 사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음을 드러내는 지표이며, 언론에서 이를 인용하기 시작했음은 일군을 넘어선 일반 대중 사이에도 정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해당 기사가 등장한 이듬해인 2013년 무렵부터는 만찢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에 별다른 해석이 덧붙지 않은 기사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국어사전도 ‘만찢’을 2014년 무렵의 언론 기사를 4) 예문으로 삼아 용어로 등재하기에 이르는데 그 뜻은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하다’라는 뜻으로, 주로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 못지않게 외모가 뛰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2015년 무렵부터는 웹소설까지 포함해 웹툰과 웹소설을 찢고 나왔다는 뜻으로 ‘웹찢남‘ ’웹찢녀‘라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만찢의 기준
2019년 네이버 웹툰에는 <만찢남녀>라는 작품이 연재되었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한선녀’는 연재된 지 10년이 넘은 만화 속 여자 주인공이 자기와 이름도 얼굴도 똑같다는 말에 흥미가 동해 해당 만화책을 읽던 중 잠이 든다. 한데 깼더니 만화 속 남자 주인공 ‘천남욱’이 자기 앞에 누워 있었다. 작품 속 천남욱은 설정 상 만화책에서 현실로 나온 남자로, 만찢이라는 표현의 형태를 문자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이후 웹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 이 웹툰에서 여주인공 한선녀가 본인과 똑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흥미를 품게 되는 작품이자 남주인공이 원래 담겨 있던 작품의 장르는 다름 아닌 ‘순정만화’다.
한데 주인공들이 ‘찢고 나오는’ 만화 장르가 ‘순정만화’인 것은 비단 <만찢남녀>만의 설정이 아니다. 흔히 “만찢”이라는 축약형 표현을 쓰곤 하지만 “만화를 찢고”라는 문구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쓰이는데, 이 앞에 ‘순정’ 두 글자가 같이 붙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만찢과 함께 언급되는 장르로는 순정만화가 ‘유일’하다.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기준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나온 언론 기사 가운데 ‘만화를 찢’이라는 키워드를 담은 기사는 32건, ‘만찢’을 담은 기사는 1802건으로 총 1834건이다. 이 가운데 “순정”이라는 표현을 반드시 포함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는 641건으로 34.9%에 달한다. 보도 양상 자체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 않다는 점과 보도 행태가 언제나 같아 전체 보도 분량의 통계적 파악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전제로 해석하자면, 양 키워드를 동일한 비중으로 간주할 때 “만화를 찢는다”를 내용에 담은 언론 기사 중 1/3에 달하는 분량은 순정만화라는 장르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화를 뚫고 나오다 식으로 약간의 변용을 가한 사례들을 일일이 찾으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같은 기간 만화라는 키워드를 담은 기사가 다음 뉴스를 5) 기준으로 4330건, 웹툰이란 키워드를 담은 기사가 6940건이니 만화를 다룬 기사 전체에서 보자면 ‘만화를 찢는다’라는 표현이 담긴 기사가 아주 많다고는 할 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화·웹툰 기사가 업체 단위의 보도자료를 언론사들이 그대로 가져가 반복됨을 보아 중복분을 제외한다 간주할 때 실질적 비율은 더 높아진다 할 것이며, 2020년 한 해 동안만 하루 평균 5건씩은 꼬박꼬박 연예인들을 “만화를 찢고 나왔다”고 지칭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또 그 중 1~2건씩은 꼬박꼬박 이들을 ‘순정만화에서 나왔다’고 말한 셈이 된다.
전체 기사 수로 보자면 낮은 비율 같지만 단순히 외모를 평가하는 용어로 매일매일 이만큼의 기사가 애꿎은 만화를 끌어들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매일매일 일정 비율로 ‘순정만화’라는 장르를 호출했다는 이야기로 보자면 그리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왜 인물들은 만화를 찢고 나왔다고 지칭되며, 또한 그 가운데에서도 유독 순정만화라는 장르로 구분될까.
먼저 만찢의 근원과 그 내면을 살펴보자. 이해의 단초를 제공하는 대목은 ‘만찢’ ‘만화를 찢은’이라는 표현에 수반되는 묘사가 무엇인지에서 찾을 수 있다. 만화를 찢는다는 표현은 드라마판 <며느라기>의 민사린 역으로 분한 박하선이나 역시 드라마판 <미생>의 김동식 역을 맡은 김대명처럼 원작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사례에도 쓰이지만, 이처럼 연기와 몰입도 면에서 주목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작품과는 상관없는 맥락으로 쓰인다.
키워드를 정리해 보자면, 남성을 향해서는 ‘훈훈한’ ‘잘생긴’ ’또렷한 이목구비‘ ‘비현실적인 천상의 아름다움’ 따위 표현이 붙는데, 여성의 경우는 ‘섹시’, ‘여리여리’, ‘귀요미’, ‘청순’, ‘각선미’ ‘S라인’ 같은 식의 수식어가 ‘만화를 찢은’ 외모라 말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같이 만화를 찢었다는 대목에서도 남성을 향해서는 얼굴로 대표되는 외양의 이미지를, 여성을 향해서는 몸으로 대표되는 외양의 이미지를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미지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표현이 바로 ‘비현실적인’이다. 일례로 전 세계 미남 순위에 곧잘 오르는 아이돌 BTS의 뷔의 경우 한 기사는 “많은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로 인정받은 뷔를 일본 유명 만화가의 화풍으로 그린다면 어떨지 궁금해한다”라면서 다양한 만화 속 주인공들을 뷔의 모습으로 그린 이미지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6) 기사에서 뷔를 수식하는 표현은 “비현실적인 '천상의 아름다움'(Ethereal Beauty)의 대명사”였다. 웹툰 <여신강림>을 연재하는 야옹이 작가를 향해서는 “비현실적 명품 비주얼이 시선을 강탈한다” 7) “여신강림 주인공 ‘임주경과 판박이인 듯 웹툰보다 더 비현실적인 비주얼과 미모를 뽐내 시선을 끈다” 8) 같은 식의 묘사가 이어진다.
이와 같이 키워드에 기반한 반응을 정리하면, 언론 기사에서 만화를 찢고 나왔다고 거론되는 경우는 연기력을 통해 만화 속 인물의 내외면을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평가받는 경우가 아닌 이상 ‘현실에 없을 듯한 비주얼’을 보인 경우라 할 수 있는데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이 가리키는 기준은 다분히 성별차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만찢’으로 언급되기 위한 기준에 얼굴만이 아닌 몸매에 주목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를 위해 동원하는 수식어는 한 대상을 향해서도 ‘섹시’와 ‘큐트’와 같이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9)
이런 몸매 평가와 정확히 같은 맥락에서 한 시기 쓰였던 대표적인 표현이 세 가지 있다. 하나는 남성향 여성 수영복 사진 매체의 이름으로 쓰이기도 한 ‘청순 글래머’, 여성을 향한 성적 욕구의 형태를 고스란히 반영하여 얼굴은 어려 보이지만 몸은 글래머라는 ‘베이글녀’(베이비 페이스 + 글래머), 그리고 연예인의 뒤태에 유난한 집착을 드러내 ‘뒤태 전문 기자’라는 오명을 쓴 박성기 기자가 반복해서 적었던 제목 ‘숨 막히는 뒤태’다. 10) 놀랍게도 남성을 향한 비현실적 외모 평가에 이처럼 다채로운 형태의 욕망이 투사되지는 않는다.
 
만찢순정만화와의 상관관계
‘만찢’은 이처럼 현실에서 없을 것 같은 비현실적 비주얼을 나타내는 표현으로서 남성에게는 얼굴의 잘생김을, 여성에겐 몸매의 성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용어이며 이 차이를 만화라는 대중문화의 이름을 빌려 희석하고 있다. 이렇게 보자면, 굳이 만화의 이름이 동원된 까닭 또한 비현실적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려 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가운데에서 콕 집어 순정만화를 불러냈을까? 이 역시 그리 깊은 고찰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단초는 비현실적이라는 키워드에 있다. 만화는 비현실적인데, 그 가운데에서 비현실적이기로는 가장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장르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사람들이 매우 간단하게 내린 답이 ‘순정만화’인 셈이다. 여기에는 순정만화 이외의 장르가 별도로 언급되지 않거니와 남성 독자층이 주로 읽는 장르가 일말이라도 거론되는 경우도 없다.
즉, 순정만화라는 장르의 특징이 어떻게 대중 사이에서 오도되고 있는지가 만찢을 수식하는 표현으로서 순정만화가 거론되는 양태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이 지극히 단순한 편견들이 여러 가지로 복합 작용하는 셈인데, 리버스 엔지니어링적으로 추적하자면 다음과 같은 구구절절한 착각을 읽어낼 수 있다.
① 순정만화 속 인물들은 다른 8등신 이상의 미형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며 이것이 현실에서는 없을 만큼 완벽한 외모라는 편견 11)
②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주 독자층인 여성들은 비현실적인 외모를 지닌 인물들의 비현실적인 로맨스를 주로 즐긴다는 편견
③ 순정만화의 주 독자층은 ‘순정만화 속의 주된 구도’인 신데렐라 스토리가 내포한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여성이 ‘귀티나고 잘 생긴’ 왕자님 또는 귀족/갑부 남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는 편견
④ (②에서 나아가) 순정만화는 여성이 주로 그리고 주로 읽으며, 여성의 생각과 이상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편견
‘순정만화’라는 장르만이 ‘만찢’과 결부되어 호출되는 까닭은 이처럼 만화 자체를 비현실적이라 여기는 편견을 한층 더 강화한 결과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을 쓰는 구성원 개개인에게 큰 악의를 읽어낼 근거는 없다. 하지만 용어의 형성과 용례에 비추어 볼 때, 굳이 순정만화가 콕 집어 거론됨으로써 만화를 찢는다는 표현 자체도 만화에 관한 오해와 실례를 넘어 명백한 성차별적 어감으로 읽힐 소지가 다분한 용어가 되었다.
 
결론
만화가 ‘상상력의 보고’기만 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기만 한 것이 아님을 보자면 이 ‘만찢’이란 표현이 얼마나 만화를 기만하고 있는가는 명확하다. 그리고 전술한 바와 같이 그 용례에 순정만화를 결부함으로써, 여성을 향한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용어로서의 문제를 안고 있다. 만화가 표현하는 인물과 내러티브의 다채로움은 외모 평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하물며 순정만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인물상 또한 더욱이 일방적이고 완벽한 아름다움으로만 귀결되지는 않음에도 편견을 지극히 강화하는 형태로 언어의 발화가 작동하고 있으며, 심지어 순정만화를 결부시킴으로서 주 원인과 주동까지도 여성들의 문제로 적시하고 있다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다소 심각한 경고음마저 읽어내게 된다. 시작은 대중들 사이에서 나온 표현이었으되, 이를 퍼트리는 입장에서의 언론들은 암묵적으로 성 역할을 고착화하는 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만찢’은 ‘병맛’ ‘헬창’과 같이 표현 자체에 약자, 타자 혐오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단편적인 사용에 큰 위화감을 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와 같은 경고음을 쓸데없는 불편함으로 여길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만화가 그러하지 않고 순정만화가 그러하지 않은 이상, 이 표현이 더 이상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표현이라 여겨선 안 될 것이다. 또한, 표현이 가리키는 대목에서 여성을 향한 시선이 어떠한지가 보이는 이상 한층 더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1차원적으로 명백한 혐오가 아니라 하여 혐오가 아닌 것은 아니다.
 
 
■ 주석
1)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축소 의혹> (김고은, PD저널, 2009.03.31.)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92
2) <‘만찢돌’ B1A4, 웹툰 ‘다섯개의 수다’ 포털게시판 1위 관심폭발↑> (최정주, 서울신문, 2011.04.06.)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81&aid=0002178612
3) <`만찢커플` 신원호-수지, 드라마 `빅` 활력소> (조우영, 이데일리, 2012.07.24.)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48006599597800&mediaCodeNo=258
4) 다음 한국어 사전에서는 2014년 8월의 아시아 투데이 기사와 2016년 8월의 한국경제 기사를 예문으로 삼고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2014년 8월의 파이낸셜 뉴스 기사가 예문으로 올라 있다.
5) 네이버 뉴스는 세부 검색을 지원하는 대신 결과에 해당하는 총 건수의 출력을 4천 건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6) <방탄소년단 뷔, 진정한 '만찢남' 비주얼..어떤 만화에 등장해도 찰떡궁합> (문완식,스타뉴스, 2021.03.23.) https://star.mt.co.kr/stview.php?no=2021032307143295424&DSBA
7) <'여신강림' 야옹이 작가, 상큼 팡팡 터지는 '만찢' 매력 발산> (원정희, 인터뷰365, 2020.01.20.) https://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91595
8) <만찢비주얼, 화요웹툰 '여신강림' 야옹이 작가 늘씬한 기럭지> (김미영, 금강일보, 2019.09.03.)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99959
9) <조현, 반박불가 만찢 미모..청순하고 섹시하고 다 하네> (김지혜, 해럴드POP, 2020.09.01.) https://news.nate.com/view/20200901n29607
10) <[언더그라운드 넷]박 기자는 왜 ‘숨막히는 뒤태 마니아’가 되었나>, (정용인, 위클리경향 832호, 2009.07.07)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83#csidxdb0989970f3359c9f9960dd69cfdb74
11) 성형외과 원장 한상백은 돌출입에 관해 《이코노믹리뷰》에 실은 2020년 10월 16일자 칼럼을 통해 남녀의 차이와 ‘만찢남’들의 외모를 소개하며 순정만화라는 장르가 인물을 ‘비현실적인 외모’로 그려낸다고 언급한다.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남과 여> (한상백, 이코노믹리뷰, 2020.10.16.)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415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