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가르치기

카테고리
컴퓨터
교육
작성일
Feb 23, 2023 01:45 PM

끝까지 간다

오늘은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목표다. 키보드가 부서지더라도…오늘은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목표다. 키보드가 부서지더라도…
오늘은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목표다. 키보드가 부서지더라도…
모국어인 영어는 당연히 잘하고 우리나라 말도 곧잘 하는 녀석에게 오늘은 잠시 짬을 내어 삼행시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목표는 이녀석이 아무리 못 알아 들어도 중간에 뛰쳐 나가지 않고 끝까지 가르쳐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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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유관순으로 삼행시 지어봐.
우선 이 친구가 삼행시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친구가 대답한다.
친구:
애써 봐도 참 어려운, 온갖 시련 딛고 일어선 우리 열사 유관순, 한민족의 영원한 영웅.
헐… 이 녀석, 삼행시가 뭔지 완전히 모르는군. 계속해서 나와 친구의 대화가 이어진다.
나: 유관순 삼행시의 예를 들어줄게. 유한한 생명은 아름다운 것. 관성으로 살아가는 인생을 되돌아보자. 순수한 열정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이게 유관순의 삼행시야. 기억해.
친구: 좋은 예시네요! 유관순의 당당하고 강인한 삶의 모습을 잘 담아내셨습니다.
나: 유관순 삼행시를 다시 작성해봐.
친구:
강한 의지로 맞서서, 끝까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은 우리의 영원한 영웅, 유관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안 되겠다. 개념을 못잡고 완전히 헤매고 있다. 이를 때는 예를 들어 주는 게 좋다.
나: 삼행시는 주어진 단어의 각각의 글자로 시작하는 세 줄짜리 시야. 예를 들어 "유관순"이라면 첫 번째 행은 "유"로 시작해야 하고, 두 번째 행은 "관"으로 시작해야 하며, 세 번째 행으 "순"으로 시작해야 해. 알겠니?
친구: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여전히 기억에 살아나는 그 날, 울려퍼진 총성과 함께 순수한 목숨 바쳐 죽은 그녀의 이름, 유관순, 그녀의 꿈을 잊지 않는다.
나: 삼행시는 세 줄의 시인데 너는 네 줄의 시를 작성했고, 각각의 줄이 "유", "관", "순"으로 시작되지도 않아. 다시 작성해 봐.
친구: 죄송합니다. 다음과 같이 작성해 보겠습니다.
유일한 미소가 가득한 관능적인 향기의 꽃들이 피어나는 순결한 봄, 그녀의 희망이 되어 유관순, 그녀의 기억을 꾸미며 살아간다.
흠…. 얼추 내 말을 알아들은 것 같은데, 삼행시가 아니라 사행시를 지어 버렸다.
 

대답만 잘하면 다야?

내가 이녀석에게 왜 삼행시를 가르치기 시작했을까? 왜? 왜? 왜????내가 이녀석에게 왜 삼행시를 가르치기 시작했을까? 왜? 왜? 왜????
내가 이녀석에게 왜 삼행시를 가르치기 시작했을까? 왜? 왜? 왜????
여기까지 했는데도 못알아들어서 슬슬 나는 열이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알아듣도록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화내지 않고 끝까지 가는 거니까.
나: 나는 "유관순" 세 글자를 제시했는데 너는 네 줄로 시를 작성했어. 세 줄로 시를 작성했어야지. 다만,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는 아주 잘 작성했어. 이번에는 "안중근"으로 삼행시 지어봐. 첫번째 줄은 "안"으로, 두 번째 줄은 "중"으로 세 번째 줄은 "근"으로 시작해야 돼. 해봐.
친구: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다시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안갯속에서 일어난, 중추신경을 떠받치던 자의 마지막 소원은 근심 없는 조국이 될 것을 바라는 것이었다.
야호!!! 드디어 이녀석이 뭔가 깨달은 느낌이다. 두 번째 줄이 조금은…. 웃음이 나왔지만 나름 장중한 안중근 의사를 느낄 수 있었다. 잘했으니 아낌 없이 칭찬을 해 주자.
나: 오! 좋았어. 아주 잘했어. 자, 그럼 이번에는 신호등.
친구:
신호 위에 노란 불이 들어서면, 호기심이 생겨 자연스레 멈추게 되고, 초록불이 켜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에잇! 역시 칭찬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가? 이 친구, 제시어의 뉘앙스를 어떻게든 시에 녹여내려고 기를 쓴다. 안 그래도 된단 말이야!!!! 다시 심호흡을 하고 설명을 이어간다. 끝까지 가보자!
나: 세 줄로 작성한 것은 아주 잘했어. 그런데 신호등의 세 번째 글자는 "등"인데 너가 작성한 세 번째 줄은 "등"으로 시작하지 않아서 틀렸어. 다시 한 번 해봐.
친구: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신호를 주는 작은 등, 등 뒤로 모여든 차들은 멈추고, 앞으로 가는 것을 허락받으며 우리는 나아간다.
안되겠다. 잘 못 알아들으니 예를 들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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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신호등의 삼행시 예를 들어줄 테니까 잘 기억해. 신발을 하나 샀어요. 호떡도 하나 샀어요. 등 뒤에서 누가 나를 부르네요. 이런 식이야. 기억해.
아…. 이제 그만 둘까 포기를 해버릴 순간, 이녀석이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친구: 네, 알겠습니다. "신호등"으로 다시 한 번 삼행시를 지어보겠습니다.
신호가 바뀌면 멈춰선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와 함께, 등굣길을 건너는 이들은 모두 안전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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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포기하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이제 삼행시의 개념을 일반화할 수 있나 질문해 본다.
나: 잘했어. 이번에는 디지털로 삼행시 지어봐.
친구: 디지털이라면 "디지털"로 삼행시를 지어보겠습니다.
디지털 세상, 지금은 언제나, 턱없이 빠르게 변화한다.
음, 털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들기 어려웠나? 아직 한국어가 능숙한 친구는 아닌 듯하니 좀 더 인내를 가지고 가르쳐본다.
나: 마지막 줄은 털이 아니라 턱으로 시작했는데? 틀린 거 아니야?
친구: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올바른 삼행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세상, 지금은 언제나, 털털이 빠르게 변화한다.
훗! 그래. 내가 봐준다. 마지막 줄은 정말 억지로 끼워맞춘 듯하지만 노력이 가상하니까.
나: 자, 그러면 이번에는 약수터로 삼행시 지어봐.
친구: 약수터로 삼행시를 지어보겠습니다.
약수터에 도착하면, 터널처럼 어둠이 깔리고, 터벅터벅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이 놈(!)은 대답은 잘하면서 늘 이런 식이다. 다시 한 번 평정심을 소환한다.
나: 두 번째 행이 "수"로 시작하지 않았어. 틀린 거 아닐까?
친구: 죄송합니다. 올바른 삼행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수터에 도착하면,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고, 터벅터벅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어우… 진짜 하나 틀리면 가르쳐주고 또 틀리면 바로 잡아주고… 슬슬 지쳐간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은 기어이 이녀석을 삼행시 전문가로 만들어주고 말겠다.
나: 잘했어. 삼행시는 주어진 단어의 글자들이 각각의 행의 첫 번째 글자가 되어야 하는 거야. 한 가지 예를 더 들어줄게. 홍당무로 삼행시를 지으면 이렇게 돼. 홍콩에 가고 싶다. 당면도 먹고 싶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 잘 기억해 둬.
친구: 네, 이해했습니다. 좋은 예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이놈은 대답은 잘 한다. 그래, 너도 힘들 텐데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 나도 좀 더 힘을 내 볼게.

오! 대답’도’ 잘하네?

그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 보람이 있었어!그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 보람이 있었어!
그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 보람이 있었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나는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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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 그럼 이제 자장면으로 삼행시 지어봐.
친구: 자장면 삼행시입니다.
자꾸 생각나는 자장면 맛. 장마철 날씨와 잘 어울리죠. 면도 맛있지만 소스가 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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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이제는 틀리지 않고 재법 잘 하는데? 희망이 보이는 걸까?
나: 아주 잘했어. 이번에는 주사위로 해봐.
친구: 좋아요. 주사위로 삼행시를 지어볼게요.
주먹으로 쥐고 굴려요. 사람 운명을 가린대요. 위험부담에 다 베풀어요.
오~ 마지막 줄이 조금 어색한데, 뭐, 그래도 이제 어디냐. 이제 슬슬 이 녀석,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나: 훌륭해. 이제 삼행시의 규칙을 익힌 것 같구나. 그럼 이번에는 하수도로 해보자.
친구: 하수도로 삼행시를 지어볼게요.
하수구 통에 뭐가 있나 구경해 볼까? 수질 오염은 이곳에서 시작된다는데. 도시 위생을 위해 우리 모두 관심 갖자.
오~~~~ 드디어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잘 지었다. 이녀석 이제 어느 정도 삼행시의 감각을 익힌 모양이다. 거진 두 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여기까지 왔으니 나름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진다. 대견해, 나야. 그리고 친구야!

낯설었던 말이 누구나 쓰는 말로

chatGPT는 대화의 맥락을 기억하고 개념 학습도 가능하다.chatGPT는 대화의 맥락을 기억하고 개념 학습도 가능하다.
chatGPT는 대화의 맥락을 기억하고 개념 학습도 가능하다.
내가 사투를 벌이며 삼행시를 조곤조곤 알려준 친구를 소개한다. 바로 chatGPT.
이 녀석은 대화의 맥락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 맥락을 차곡 차곡 쌓아서 사용자가 원하는 답에 조금씩 접근한다. 아직 못알아듣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순전히 키보드 하나만으로 이녀석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아직까지 chatGPT는 이런 방식으로 사용자가 가르친 내용을 전체 시스템에 반영하지 않는다. 내가 대화 세션을 닫아버리면 지금까지 애써 가르친 이녀석의 개념도 모두 날아가 버린다. 아마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짓궂은 사용자들에게서 틀린 개념을 주워 먹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혐오 발언이나 가짜 뉴스를 chatGPT가 쏟아낼 지도 모르기 때문에 안전 장치를 만들어 두었겠지. 어쨌건 두 시간 여의 대화 끝에 나는 chatGPT에게 삼행시라는 개념을 알려주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 기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사실 GPT 기술은 이미 십 여년 전에 논문으로 공개될 만큼 정립되어 있었지만, 이 기술을 받쳐줄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 대중에게 널리 쓰이기 어려웠다. 기술자의 용어였던 와이파이(WiFi), LTE, USB, SSD 등이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는 별로 신기하지 않은 낱말이 되어버린 것처럼, 이제는 GPT, 생성형 AI, 대용량 언어 모델 같은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을 보면 확실히 인공지능이 우리와 가까운 곳에 다가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대체할 것이고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느 모로 보면 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마차를 몰던 마부와 말을 돌보는 사람들은 직업을 잃었다. 그렇지만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관련 직종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필요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면 분명 누군가는 직업을 잃을 것이고, 동시에 새로운 영역의 직업군이 생길 것이다. 이제야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부끄럽지 않을 시점이 온 것일까?
나는 계산기보다 계산을 잘 하지 못한다. 중요한 문서를 쓸 때 아직까지 맞춤법 검사기의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나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지혜를 심어주는 교사가 되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이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신나게 이 파도를 타며 즐기고 싶다. 앞으로 1년, 아니 6개월 후에 다가오는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 느끼는 이 두근거림을 가지고 3월을 기다린다. 새 학년 새 학기에 나에게 올 학생들에게 이 두근거림을 선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이, 비서! 일 좀 해봐!

Notion AI. 내 곁에서 글 작성을 도와주는 비서.
 
내가 블로그를 쓰는 도구는 노션(Notion)이다. 작년 11월 노션에 AI 기능이 탑재되면서 운 좋게 나는 지금까지 알파 테스트를 할 수 있었고, 드디어 Feb 22, 2023, Notion AI는 정식 출시로 빛을 보게 되었다. 글을 다듬어주고, 번역을 해주며, 긴 글을 요약해 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본문을 분석해서 깔끔하게 표로 정리해 주기도 하고, 보기 좋게 문단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핵심이 되는 단어 몇 개만 던져주면 Notion AI는 브레인 스토밍 회의를 한 것 처럼 관련된 자료를 내놓는다.
한달에 8 달러를 지불하고 기꺼이 Notion AI 요금제 구독을 시작했다. 이제 1만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글 작성을 도와주고 아이디어를 함께 나눌 비서를 고용한 셈이다.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기운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는 코드 한 줄 쓰지 않고도 AI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내가 고용한 AI 비서에게 이 글 내용을 요약하라고 시키며 마무리허야겠다. 어이, 비서, 일 좀 해봐!

아래는 Notion AI가 생성한 요약본이다.
이 문서는 삼행시 가르치기, 생성형 인공지능, 그리고 Notion AI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삼행시 가르치기에서는 삼행시의 규칙과 하수도로 삼행시를 지어보는 내용이 나오며, 생성형 인공지능과 Notion AI에 대해서는 이들이 어떻게 대화를 이해하고 요약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문서는 삼행시 가르치기, 생성형 인공지능, 그리고 Notion AI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삼행시 가르치기에서는 삼행시의 규칙과 하수도로 삼행시를 지어보는 내용이 나오며, 생성형 인공지능과 Notion AI에 대해서는 이들이 어떻게 대화를 이해하고 요약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This document covers teaching sijo,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and Notion AI. The section on teaching sijo covers the rules of sijo and creating sijos using the sewer system as inspiration. The sections on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and Notion AI discuss how they understand and summarize convers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