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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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은 커녕 집밖에 나가기도 무서운 요즘, 방구석 1열에서 세계 명소 다 보기
 
[3줄 요약] _ 인도 Tarsem Singh 감독의 작품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입니다. (*찾아보니 접때 희진씨가 추천해주셨던 <더 셀>과 같은 감독이네요) 영화 촬영 중 다쳐 병원에 입원한 스턴트맨 '로이'와 오렌지를 따다 나무에서 떨어져 같은 병원에 입원한 꼬마아이 '알렉산드리아'는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되고,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모험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줍니다. 주인공들은 사실상 병원에만 계속 있기에 여행 영화 범주에 넣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만, 로이가 들려주는 모험 이야기가 상당 부분(절반 정도)을 차지하는데 인물을 봐야할지 배경을 봐야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탁월한 로케이션 선정이 돋보이는 영화여서 여행 대리만족 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해 추천합니다-
 
[2번 본 기념으로 요약 포기해버리기(약간의 스포일러?)] _ 기저에 천일야화의 모티브를 간직하고 있는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서사, 혹은 겉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로이가 받는 구원입니다.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해주는 이야기는 적극적인(?) 청자인 알렉산드리아에 의해 계속해서 고쳐지는데,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슬픔에 의해 이야기를 자꾸 새드 엔딩으로 끌고 가려는 로이와 그런 이야기 진행을 막으려는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귀여우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 _ 두 번째로 영화를 감상하면서는, Singh 감독이 곳곳에 숨겨놓은 '영화, 영화 산업,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경의'에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1. 빛 알렉산드리아는 열쇠 구멍을 통해 카메라의 원형인 'Camera Obscura'의 원리가 되는 현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응시하고, 왼쪽 눈을 감았을 때와 오른쪽 눈을 감았을 때 세상이 미묘하게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재밌어하며, 심심할 때면 그림자 놀이를 즐깁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의 다른 환자가 죽는 장면이나 간호사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알렉산드리아가 몰래 지켜보는 시퀀스도 나오는데요, 이 모든 것이 '빛', '본다'라는 행위, 그와 관련된 모든 영화적인 것들에 대한 감독의 애착이 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 : 사람들이 왜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해석 중 가장 주류가 되는 것이 '관음증'이라고 알고 있어요.)
  1. 스토리텔링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을 띄고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이 스토리-텔러와 청자와 어떻게 얼마나 상호작용을 하는지, 그 아름다움과 재미에 대해 관객을 설득합니다. 다음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대화는 그에 대한 감독의 견해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Alexandria : Why are you killing everybody? Why are you making everybody die? Roy : It's MY story. Alexandria : It's mine, too!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영상으로 나올 때, 그 모험담의 주요인물들은 모두 알렉산드리아가 아는 사람들로 나오고, 그 인물들의 성격, 취향이나 습관, 대사나 말투 등도 알렉산드리아 혹은 알렉산드리아가 아는 사람의 특징을 본딴 모습으로 그려지는데요, 이는 로이가 철저히 알렉산드리아를 위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기보단 알렉산드리아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더 맞겠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엔 트럼프카드의 Q와 K가 각각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이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종합해 봤을 때, 어떤 예술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그것은 오롯이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알렉산드리아)의 것이 되고, 그 과정에서 구원을 받는 쪽은 창작자(로이)에게 온다고 Singh 감독은 희망차게 믿는 것 같습니다.
  1. 직접, 하는, 사람들. 한 폭의 그림 같은 배경들을 보여줌에 있어서 CG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직접 로케이션 선정을 하는 노력을 보인 감독답게, '직접',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또한 영화속에 여실없이 드러납니다. 우선 주인공 로이의 직업이 스턴트맨이라는 게 가장 큰 증거가 되겠습니다. 대역을 쓰거나, 눈속임(CG같은)을 쓰지 않고, 직접 해내는 것. 그런 사람들에 대한 경의를 은연중에 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해주는 이야기 속에서 한 인물의 대사 중에 "If I want something done, I have to do it myself."가 있는데, 영화 속 모든 대사 중에서 감독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섞인 대사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_ 기타 감상 포인트 몇 가지.
  1. 영화의 제목인 "The Fall", 즉 "낙하", "추락"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아닌게 아니라,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첫 씬과 마지막 씬에서 모두 '뭔가'가 떨어집니다.) 등장하며 일종의 '시상'처럼 작용합니다. - 알렉산드리아와 로이가 병원에 오게 된 경위가 추락 사고였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 점을 유의하면서 보시면 장면장면에서 "또, 또 떨어진다!!"하면서 추가적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1. 중간중간에 영화의 대사를 십분 활용한 배경음악이 등장하는데 의외로 귀엽게 잘 어울립니다.
  1. 알렉산드리아가 정말 귀엽습니다. _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