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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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옛사랑 그녀의 얼굴. 이 작은 우연이 막연히 살고 있는 40대의 나를 과거로 데려간다. 내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반짝였던 90년대의 그 시절로.
그런 밤이 있습니다. 서정적인 노래 가사에만 집중하고 싶은, 영화를 본다면 뻔한 전개여도 오롯이 감정의 흐름에만 푹 빠지고 싶은 그런 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그런 날 발견하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는 2020년을 기점으로 역순으로 진행됩니다. 현재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선택이 과거의 모습을 통해 설명됩니다.
20대 주인공의 연인은 ‘평범’한 걸 싫어했습니다. 사회 통념을 따르는 사람을 ‘평범’하다 이야기 하고,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다며 나무랍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사실을. 독특한 옷차림을 고수하고 마이너한 음악을 좋아하던 건, 어쩌면 그런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 그랬던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시간이 지나, 40대가 된 주인공이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녀는 무척이나 평범합니다.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SNS에 단조로운 일상을 업로드합니다. 그런 삶은 ‘평범’하다고 말했던 것과 이율배반적이게도 사진 속 그녀는 웃고 있습니다. 사회적 통념에서 비껴나있지 않고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그녀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주인공은 결혼을 ‘평범’하게 여기다 결혼에 대한 의지마저 잃습니다. 결국,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파혼하게되죠. 그는 나이가 들어도 옛 연인의 말 속에 여전히 갇혀있습니다. 평범한 그는 ‘평범’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죠.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평범’한 자신을 발견할 때면 그는 어딘가 씁쓸해보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갖지 못한 혹은 잃어버린 무엇만을 쫓습니다. 꿈, 열정, 사랑 등.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과거와 이별하고, 현재의 자신을 용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자주 ‘어른’은 오염된 어린이라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른’이 된 우리 모두는 영화의 제목처럼 어른이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엔딩곡을 들으며, 저는 제 삶의 타임라인을 역순으로 재생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필름은 어떻게 재생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