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Energy>(1980)

날짜
 
notion imagenotion image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울라이의 퍼포먼스 영상입니다. 제목은 <Rest Energy>(1980), 직역하면 <정지 에너지>정도 되겠네요. 둘의 퍼포먼스를 담은 짧은 비디오 클립이고요. 소리가 오해를 살 여지가 있으니, 끄고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가 참 좋습니다. 마리나(좌측)는 바깥으로 떨어지려는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활대를 붙잡고 있는데, 결국 그 행동은 자신에게 정확히 화살을 겨누는 결과로 이어져요. 화살을 잡고 있는 울라이(우측)는 어떨까요. 활을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리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겠죠.
조금 웃기기도 해요. 화살을 안 잡고 있는 팔을 포함해 두 사람의 몸이 굉장히 경직되어 있거든요. 물론 활과 화살을 사용하는 만큼 실제 퍼포먼스 상황이 위험했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연출된 상황의 연극성을 드러내는 부분은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두 사람 모두 활대나 활에 아슬아슬하게 몸의 균형을 맡기지 않고 바깥으로 한 발 내디뎌 스스로 똑바로 설 수 있지만, 이 긴장되는 연극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선언으로 보이거든요. 다르게 말하면 이게 웃기는 연극인 걸 알지만, 기꺼이 당신의 장단을 맞춰주겠다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손을 놓아버리지 않는 것. 그게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어떤 형태가 되건 이 둘에게는 상관없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화살을 쏴버리거나 활시위가 끊어지도록 당길 수 있는 사람일 겁니다. 혹은 삶의 끝에 내몰리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를 어떻게든 지속하려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어떤 형태이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을 아주 지독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Video p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