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성당 지붕 번개 사진의 비밀은? - 경향신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고령 때문에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사임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 세계 언론을 달궜다. 교황의 사임 소식과 함께 각 언론사 지면과 웹사이트에 게재된 사진이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가 바티칸시티의 성 베드로 대성당 지붕의 십자가와 만나는 사진이다.
사진 속 절묘한 시점, 절묘한 장소에 떨어진 번개를 두고 하늘의 뜻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사진은 전 세계적 화제가 됐다. 경향신문도 13일자 9면에 번개 사진을 실었다. BBC방송은 12일 역사적 사건을 또 다른 측면에서 포착해 기록으로 남긴 사진 촬영 관련 비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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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웹사이트 캡쳐
알레산드로 디 메오는 사임 발표 속보가 나올 당시 근처에 있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디 메오는 시간뿐 아니라 불운과도 싸워야했다고 당시의 긴장된 순간을 토로했다. 그는 “첫 번개가 돔에 내려칠 때는 렌즈의 빗물을 닦느라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운이 나빴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내가 머리 속에 그린 모습을 담기 위한 기회를 노렸다. 나는 둥근 지붕에 번개가 내려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에 걸쳐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번개 사진을 찍을 때는 셔터를 열고 그저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려야 하며, 눈 앞에서 섬광이 번쩍일 때 셔터를 누르려고 하면 찰나의 순간을 놓치게 된다고 BBC는 전했다. 이 때문에 번개 사진을 찍을 때는 카메라를 장노출에 놓고 촬영해야 한다. 디 메오는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펜스에 고정시켰다. 촬영 당시 카메라의 노출 시간은 8초, 조리개 값은 f/9, ISO감도는 50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카메라는 수동으로 설정되어 있었으며, 광각렌즈를 사용해 교회 전체를 프레임에 담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촬영된 사진은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순간을 담아내 조작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는 “사진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서 “번개 사진은 이제껏 찍혀왔지만, 이번에 차이점이 있다면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시간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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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포 몬테포르테가 촬영한 번개 사진 . 바티칸시티/AFP연합뉴스
AFP통신 소속 필리포 몬테포르테(경향신문 13일자 9면 게재 사진)도 비슷한 역사의 순간을 담아냈다. 그는 50㎜ 렌즈를 사용했으며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렸다. 그는 AFP에 “첫번째 거대한 번개는 하늘을 밝힐 정도였지만 운 나쁘게도 놓쳤다”면서 “나는 두 번째에 운때를 만나서 번개로 환하게 밝혀진 돔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