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손끝으로 전하는 한글 자판 배열의 과학 - 연세춘추

 

[한글날 특집] 손끝으로 전하는 한글 자판 배열의 과학

  • 김범경 기자
  • 승인 2013.10.06 18:11
  • 호수 1715
  • 댓글 0
     
    한글은 독창성과 과학성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우수한 문자다. 이러한 한글도 손으로 쓰는 문자로만 남아있었다면 지금처럼 널리 쓰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대의 필요에 맞춰 한글을 전산화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한글은 시대를 넘어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한글자판이다.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한글자판은 글자의 배열이나 입력방식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두벌식과 세벌식, 한글과 키보드의 만남

    컴퓨터 키보드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한글자판은 두벌식 자판이다. 벌은 같은 성질을 가진 자판들을 세는 단위로, 두벌식의 경우 자음과 모음의 두 벌이 있다. 두벌식 자판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현 국가 표준 자판인 ‘표준 두벌식’을 가리킨다. 국가 표준이기에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익히기 쉽다는 것이 두벌식 자판의 장점이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자음이 모음보다 많이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자음이 왼쪽에 배치돼 있어 오른손잡이에게 불편하다는 점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또한 다음 글자의 초성이 될 자음이 종성에 붙는 ‘도깨비불 현상’도 두벌식 자판의 단점 중 하나이다.
     
    notion imagenotion image
     
    또 다른 키보드 자판으로는 세벌식 자판이 있다. 세벌식 자판은 초성, 중성, 종성의 세 벌로 구성된 자판으로, 일반적으로는 지난 1991년에 최종적으로 개량된 ‘세벌식 최종’을 말한다. 세벌식 자판은 숙련될 경우 입력속도가 매우 빠르며 오랫동안 사용하더라도 두벌식에 비해 손에 무리가 덜 간다. 또한 도깨비불 현상도 나타나지 않으며 오른손잡이에게는 더 편리하다. 하지만 세벌식 자판은 국가 표준인 두벌식에 밀려 사용인구가 적기에 세벌식 자판이 인쇄된 키보드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익혀야 하는 자판의 수가 두벌식에 비해 많아 배우기 힘들다는 것도 세벌식 자판의 큰 단점이다.
     
     
    notion imagenotion image
     

    키보드와는 또 다른 모습, 천지인 자판과 나랏글 자판

    휴대전화에서 한글을 입력하기 위한 자판도 키보드와는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다양한 휴대전화 한글자판 중에서도 한글의 특성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 자판이 삼성전자의 ‘천지인 자판’과 LG전자의 ‘KT나랏글 자판(EZ한글 자판)’이다. 피처폰 한글자판의 표준 방식이기도 한 천지인 자판은 모음의 제자원리를 활용한 자판으로 ‘ㅣ,ㆍ,ㅡ’을 조합해 한글의 모든 모음을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모음에 단지 세 자판만 할당하면 되므로 그만큼 공간이 절약돼 다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자판을 많이 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배우기 쉬우며, 한번 익혀두면 오타가 적다. 천지인 자판을 6년 동안 사용한 고려대 김지수(국제어문학부·13)씨는 “천지인 자판은 실제 한글 제작 원리와 비슷해 가장 합리적인 구조의 자판”이라며 “다른 자판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은 글을 치는 시합을 했는데 가장 정확하게 입력했다”고 천지인 자판의 우수함을 설명했다. 다만 입력해야 하는 자판의 수가 많아 입력이 느리고 같은 자판을 여러 번 눌러야 하므로 자음 입력에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notion imagenotion image
     
    천지인 자판이 모음의 제자원리를 활용한다면 KT나랏글 자판은 ‘획추가’라는 개념을 통해 자음 입력에 강점을 보인다. ‘ㄱ’을 입력하고 ‘획추가’를 누르면 ‘ㅋ’이 되는 식인데 같은 자판을 여러 번 누를 필요가 없어서 자음 입력이 상대적으로 편하다. 또한 눌러야 하는 자판의 숫자가 적어 입력이 빠르다는 점도 KT나랏글 자판의 주된 장점이다. 다양한 자판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이화여대 김보미(스크랜튼학부·13)씨는 “획추가 기능이 편리하고 ‘ㅋ’과 같은 자음을 입력할 때 천지인 자판보다 편하다”며 KT나랏글 자판의 장점을 말했다. 그렇지만 획추가 버튼을 누르기 위해 손가락을 많이 움직여야 하고 눌러야 하는 버튼이 많아서 숙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notion imagenotion image
     
    김하수 교수(문과대·사회언어학)는 “한글이 최신 정보기술에 탑재돼 한국인은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며 한글 전산화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러한 한글 전산화의 선두에 지속적인 한글 자판의 발전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앞으로 한글자판이 한글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 기대된다.
     
     
    김범경 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