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 - 실험적으로 입증될 수 없어도, 그래도 여전히 과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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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사
Created time
Jun 1, 2020 12:01 PM
분야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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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턴 (Issac Newton)이래, 근대과학의 주요 원리로 작용해 온 경험주의 (empirical science)에 의거, 칼 포퍼 (Karl Popper)는 과학적 모형이 믿을 수 있는 이론 체계로 확립 (confirmation)될 수 있는 핵심 원리는 그 이론이 실험적 (경험적)으로 입증 혹은 반증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제창하였다. 포퍼의 제창 이래, 20세기에 나왔던 수 많은 물리학 이론들은 그 수학적 아름다움 여부에 상관 없이, 격렬한 실험적 서바이벌 게임을 거쳐, 극소수만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 체계에 편입되었고, 사실상 이론물리학 교과서는 표준모형의 확립 및 실험적 검증 (가장 최근의 실험적 검증은 2013년 하반기 LHC에서 확증된 힉스 보존 입자의 발견이다. 페르미 연구소의 테바트론의 데이타에서도 이후 재확인되었다. 피터 힉스 (Peter Higgs)는 이 발견으로 인해 모형의 제창 이후, 거의 반 세기만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의 역사로 채워지게 되었다. 문제는 더 이상 이론물리학 교과서에 새로운 이론적 모형이 편입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고, 가장 강력한 후보로 여겨지는 초끈이론은 어떠한 실험적 증거도 찾지 못하여, 그저 아직까지 모형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리처드 다윗을 위시로한 과학철학자들과 데이비드 그로스 (David Gross)같은 초끈이론의 거두가 포함된 이론물리학자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고민은 다음과 같은 의문으로 대표된다. "수학적으로는 아름답고 정합성이 확실히 보이는데, 실험적으로 증거가 없으면, 과연 그 모형은 과학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닌가? 분류되어야 한다면, 실험적 증거 외에, 그 모형을 뒷받침할만한 '새로운' 종류의 증거가 충분히 나올 수 있겠는가?"
 
 
결국 초끈이론, 그리고 이 글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다중우주이론 (multiverse) 같이, 아직 표준 물리학 이론으로 확립되지 않은 여러 이론들이 생명을 유지할 길은,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현상을 계속 예측하고 예언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이 현상은 관측될 수 밖에 없다.' 는 '이러한 실험 결과가 관측되었기에 이 이론은 사실에 가깝다'와 거의 동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베이즈주의 프레임웤에서도 정당하지만, 고전적인 포퍼 주의에서도 정당성을 갖는 명제다. 끈이론 특성 상, 인류가 경험적으로 실험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현상이 근 미래에 있을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그 확률을 처음부터 0로 고정하는 것과, 0보다 크다고 놓는 것 사이에는 철학적으로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한다. 인류의 문명 진보가 여기서 그쳐야만 하는 운명이 아니라면, 나는 그래도 후자의 포지션을 견지하고 지지한다. 해 보고 괜히 시간 낭비했네 라고 후회할 일과 해 보지도 않아서 아예 금맥을 건드려 보지도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것 둘 중, 전자가 차라리 낫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