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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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스>는 <엑스 마키나>의 알렉스 갈랜드 감독이 각본, 프로듀서, 연출을 맡은 SF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스산한 분위기의 연출이 굉장히 돋보입니다.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의 닫힌 결말 입니다. 영화 <테넷> 보다 훨씬 친절하며, 양자역학과 다중우주 주제에 관심있거나 테드창 작품 좋아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데브스>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결정론'과 '자유의지'입니다. 칸트는 자유의지를 이야기하며 '두 세계론'을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감각하는 경험적 현실은 '가상의 세계'이고 '참된 세계'에서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행위의 주체가 된다고 말이죠. 드라마를 보고나면 마치 지금 이곳이 '가상의 세계'이고, 그곳은 '참된 세계'인 듯 합니다.
니체는 피와 살과 뼈를 지닌 실제의 몸, 생리학적 요소들과 동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삶이나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니체의 관점에서 자유의지론은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이론이 되죠. 또한, 그는 자연에 '법칙'이나 '인과의 필연성'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추상적인 기호 체계를 사물에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정론적 사고는 과학적이라기보다 신화적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니체도 <데브스>의 양자 컴퓨터를 봤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었을까요? 자유의지와 결정론 모두에 비판적이었던 그가 한쪽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철학과 담쌓고 살던 문돌이마저 잠시 철학하게 만든 드라마 <데브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