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ona Apple <Fetch the Bolt Cu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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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드릴 음악은 저번 주에 나온 Fiona Apple의 8년 만의 신보 <Fetch the Bolt Cutters>입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리자면, 이 앨범은 최근 몇 년과 향후 몇 년을 포함하여 아마 최고의 앨범입니다. 나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음악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이 꼭 들어봐야 하는 앨범이 됐습니다.
앨범이 나온 직후 모든 평론가들이 극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평론가들의 평을 모아 평균을 내는 사이트 Metacritic에서는 사이트 역사 상 최초로 100점 만점을 부여했고, 인디 음악 평론지 Pitchfork에서는 Kanye West의 2010년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10점 만점을 부여했습니다.
피오나 애플은 제가 이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만 17세에 데뷔해서 이미 데뷔 26주년을 맞이하는 중견 뮤지션입니다. 그 동안 고작 5장의 앨범 밖에 내지 않은 과작의 아이콘이지만, 그 5장 중 4장이 명작의 반열에 드는, 이미 전설로 받아들여지는 팝 뮤지션입니다.
피오나 애플의 음악은 재즈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하여, 피아노와 애플의 목소리가 중심이 됩니다. 그러나 기존의 팝 뮤직과 궤를 달리하는, 불협화음이 난무하는 실험적인 작곡과 광기로 가득찬 거친 가사가 특징입니다. 이런 특징은 애플의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왔지만,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완성된 이번 앨범은 애플이 음악적으로 목표하는 모든 이상이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게 그려져있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애플은 이번 앨범에서도 보답 받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이나, 애정 관계에서 남성으로부터 받는 가부장적 억압을 주제로, 분노의 감정을 바탕으로 한 많은 가사를 썼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 남자친구의 현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 심지어 성폭행에 대한 기억까지 적나라하고 날카롭지만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Kick me under the table all you want, I won’t shut up (테이블 아래로 맘껏 날 차 봐, 그런다고 닥치지 않아)”라는 가사가 이 앨범에서 애플의 태도를 가장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사운드적으로도 매우 새롭습니다. 이전에 들어보신 어떤 음악과도 다른 음악일 겁니다. 최근에 고평가를 받은 Weyes Blood, Lana del Rey 등의 뮤지션들은 주로 현악기로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드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모두 뛰어난 음악을 만들었지만, 사실 최근에는 지나치게 반복되는 면도 많았죠. 반면에 애플의 이번 앨범은 드럼을 이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피오나 애플의 음악은 늘 드럼, 베이스, 피아노라는 매우 단순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 이번 앨범은 드럼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본인의 집의 벽이나 가재도구들을 두드려 난 수백 가지의 소리를 녹음하고, 그 소리를 음악에 사용했습니다. 이 방식은 그녀의 전작에도 사용되었지만, 이 앨범에서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혼란스러운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박자가 한 곡에서도 여러 번 변화합니다. 여러 개의 드럼 라인들이 서로 다른 공간감으로 녹음되어, 음악을 듣는 우리들이 가사를 따라 여러 장소로 옮겨다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실험적이고 거칠며, 가사는 적나라하고, 극적인 표현 방식이 전통적인 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 바로 귀에 꽂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 년 동안 계속 회자될 앨범이기도 합니다. 꼭 한 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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