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11_AHAF

딴 짓에 열을 올리고 있던 일요일. 점심을 먹고 인스타를 보던 중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AHAF 라는 것이었는데 풀어쓰면 Asia Hotel Art Fair로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미술품을 전시하는 행사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뭐 호텔에서 미술 전시 하는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싶을텐데 AHAF가 인상적인 것은 호텔 객실에 전시를 하는 것이다. 작품의 수와 크기 등을 구분해 작가들에게 객실을 배정하고 호텔 객실에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와 기분에 따라 자유로운 듯 하다.
장소는 삼성역에 있는 그랜드 인터콘티낸탈 호텔 7,8,9,10층 전 객실이이 전시 공간이였고 입장료는 15,000원이였다. 개인적으로는 전시 물품의 량과 시설, 퀄리티 등을 생각하면 2만원도 괜찮았을 것 같은 전시 였다고 생각했지만 싸니 뭐 어떤가. 전시품을 구경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호텔 객실 복도에서 우리가 객실에 들어가듯 그냥 객실에 들어가면 된다. 객실 문패에는 이 객실은 어떤 작가의 작품이 있는지 적혀 있어 구별할 수 있다. 7~10층에는 주로 디럭스룸과 스위츠룸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같은 구조의 방을 작가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는지 차별성도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또한 호텔 조명이 주황계열이다 보니 따로 백색의 빛이 필요한 작가 분들이 따로 조명을 설치하거나 욕실을 활용하는 것도 매우 인생 깊었다.
사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느낀 것은 일상에 녹아드는 미술품이었다. 물론 내가 호텔에 사는게 일상은 아니지만 예전엔 뭔가 집에 미술품을 걸어 놓으려면 우리 집이 부자이거나 집이 넓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걸 깨준 것이 @핀즐 이라는 서비스이었다. 핀즐은 그림을 구독하는 서비스로 한 달에 한 번 엄선한 작품 하나를 보내주고 구독자는 그림을 교체하는 것 만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이 서비스 덕에 나는 액자 하나가 얼마나 공간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지 느꼈다. 여하튼 이번 전시를 보며 호텔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바, 러기지랙, 쇼파 위 등 곳곳에 배치된 작품들을 보며 '아, 이렇게 놓을 수도 있구나'라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은 것 같다. 미술관에 미술품들이 있는 게 아니라 미술품이 있어서 미술관이 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한 가지 더 재밌었던 점은 하나은행VIP 및 각종 갤러리VIP 분들이 따로 초청을 받았다는 점이다. 전시를 하는 공간에는 도록과 함께 카탈로그가 함께 비치 되어 있었는데 해당 카탈로그에는 그림의 가격과 구입을 원할 경우 정보를 기입하는 용지가 별도로 있었다. 덕분에 각 그림들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아직 나에게는 어려운 영역 같았다. 여기서 오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가치가 높아서 어려웠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장르가 호불호가 있다 보니 내가 더 좋게 느낀 작품이 더 낮은 가격일 때 오는 묘한 느낌을 잘 설명 못해 이렇게 적은 것이니 참고 바란다. 여하튼 억대 작품이 이미 팔렸다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예술품을 집에 멋지게 장식 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몽실몽실. 그리고 전시를 보다 보니 아는 작가분들이 나올 때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특히 성북의 자랑 김창열 화백님의 물방울 작품은 여기에도 있더라.. 지난 4월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전시하셨을 때 봤던 작품인데 또 보니 뭔가 반가웠다.
각 사진에 설명으로 이야기를 이어서 하고자 한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