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교회, 과거 미혼모에 대한 무자비 사과 < 교회와 세상 < 기사본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우리는 미혼모를 가혹하게 대한 체제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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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800명의 영아 주검이 발굴된 투암의 한 묘지에 놓여 있는 천사상과 성모상. 이러한 모자원들에서 있었던 미혼모와 그 자녀들에 대한 혹독한 대우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된 2021년 1월 12일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 출처 = catholic-sf.org)
아일랜드에서 미혼모와 그 자녀들이 있던 모자원들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나온 뒤, 한 수녀회와 대주교가 보고서를 환영하고 그간의 일에 대해 사과했다.
1월 12일 이본 머피 판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들어 있는 18개 모자원 가운데 하나인 본시쿠어 수녀회는 1925-61년까지 투암에서 성모원을 운영했다. 이 보고서에서 머피 판사는 이들 모자원이 자비가 결여돼 있었다고 밝혔다.
본시쿠어 수녀회 장상인 에일린 오코너 수녀는 성명을 내고 “우리 본시쿠어 수녀회는 이 슬픈 역사의 일부였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그 모자원을 운영할 때 우리 그리스도교에 걸맞게 살지 못하였다.”
“우리는 그 모자원에 온 여성들과 아이들의 존엄을 존중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들이 그토록 절실히 필요로 했던 자비심을 그들에게 베풀지 못했으며, 그들이 고난과 외로움, 그리고 무서운 상처를 겪었던 그 체제의 일부였다.”
“우리는 특히 그 모자원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묻었음을 인정한다.”
조사위원회는 5년 전에 향토사학자인 캐서린 콜레스가 투암에 있는 성모원에서 영아 약 800명의 사망증명서가 있음에도 매장 기록이 전혀 없는 것을 발견한 뒤 여론이 들끓자 구성됐다.
조사위는 가톨릭교회가 국비 지원을 받아 운영하던 모자원들이 미혼모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조사한 뒤, 그들이 받은 “가혹한 대우”는 우선적으로 미혼모의 가족에게 책임이 있지만 교회와 국가도 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대상은 1922-98년 사이에 운영했던 18개 기관이었다.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조사된 기간 전반부의 아일랜드는 그 거주민들 상당수, 아마 대다수에게 혹독하고 거친 환경이었다”면서, “특히 여성에게 혹독하고 거친 나라였다”고 밝혔다.
미혼모에 대한 그러한 “가혹한 대우”의 책임은 “우선 그 미혼모들의 가까운 가족들과 아이들의 아버지들에게 있다”면서도 교회와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아일랜드는 400년간 영국 식민지였다가 1922년에 독립했으나, 오랫동안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보고서는 미혼모들에 대한 잘못된 대우는 “국가와 교회 기관들에 의해 지지되고, 그 탓도 있으며, 관용되었다”고 서술했다. 동시에, 보고서는 “미혼모의 가족들이 전혀 어떤 피난처도 제공해 주지 않았을 때, 이번에 조사된 기관들이 비록 일부 사례에서는 가혹한 피난처이긴 하지만, 피난처를 제공해 주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일랜드주교회의 의장인 이먼 마틴 대주교는 보고서를 환영했다.
“교회지도자로서.... 교회가 사람들이 자주 깊은 상처를 받고 판단받고 거부당했던 그 문화의 분명한 일부였음을 받아들인다. 그에 대해, 그리고 그 결과로서 오랫동안 지속된 상처와 정서적 고통에 대해, 피해자들 그리고 드러난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모든 이에게 솔직히 사과한다.”
“나는 이 보고서에서 ‘거칠고.... 혹독하며 신경쓰지 않는 환경’이라고 묘사한 상황을 유지하는 데 교회가 한 부분이었음을 계속 인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12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아일랜드의 여러 모자원에는 미혼모 5만 6000명과 아이들 약 5만 7000명이 있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모자원에도 약 2만 5000명이 더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모자원에 들어간 미혼모의 비율은 20세기에 아일랜드가 아마 세계에서 가장 높았을 것이라고 밝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9000명이 모자원에서 세상을 떠났으며, 아이들은 7명 가운데 1명(15퍼센트)이 모자원에서 죽었다. 지방과 중앙 정부 당국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공식 출판물에도 기록됐음에도 이처럼 높은 사망률에 대해 국가는 아무런 경각심을 갖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1960년 이전에는 모자원들은 “이러한 ‘불법’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지 않았다. 사실상 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상당히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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