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톨릭에만 구원이 있나요? - 가톨릭평화신문

생성일
Jun 4, 2020 01:4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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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구원계획은 원대할 뿐입니다
[문] 불교나 회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천주교에서 세례 받은 우리 신자들처럼 하느님의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요? 혹시 신앙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세상에서 악을 행하지 않고 착하게만 살면 천주교에 입교하지 않아도 죽어서 천국에 오를 수 있는지요? 특히 아프리카 오지 등 아직도 주님의 말씀이 전파되지 않은 지역에서 자신들의 토속신앙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답]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을 얻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다음의 네 가지 기본 진리를 알고 믿어야 한다고 가르쳐왔습니다. 곧 하느님의 존재, 하느님에 의한 선과 악의 응보, 복되신 삼위일체의 신비,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신비에 대해서입니다. 하느님의 구원과 관련하여 구약성서가 우리에게 일관되게 가르치고 있는 것도 역시 하느님을 알고 인정하며 순종하는 삶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얻으며, 신약성서에서도 독생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고 고백하고,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치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 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곧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할 때 구원이 인간에게 선물로 주어진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불교나 회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처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혹은 그리스도교에서 세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구원받지 못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어떤 명시적인 방법으로 그리스도교 신자라는 표지를 가지고있어야만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보다는 좀더 폭넓은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한복음서는 예수님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마태오 복음 25장 최후의 심판에 대한 비유는 그보다는 더 넓은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진실히 너희에게 이르거니와, 너희가 이 지극히 작은 내 형제들 가운데 하나에게 해주었을 때마다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임금님께 직접 해드린 적이 없다고 겸손해 하는 의인들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다는 비유의 말씀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 16항에서도 비그리스도인들의 구원 가능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자기의 탓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를 알지 못하지만, 성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양심의 명령으로 알려진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힘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은총으로 비추시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이처럼 원대합니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에는 회교도, 불교신자 나아가 아직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지 않은 지역에서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구원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구원의 범위가 확대된다고 해서 그리스도교의 선교활동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상 곳곳에 선포되어 세상 어느 곳에서나 그리스도교적 삶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것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구원에 다다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동익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