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순교자를 위한 성가 - 무궁무진세 (無窮無盡世)

생성일
Mar 1, 2021 07:31 AM
태그
성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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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순교자를 위한 성가 - 무궁무진세 (無窮無盡世)

작곡가 구노는 조선교구의 제5대 교구장이며 순교 성인인 다블뤼(Daveluy, 1818-1866년)와 같은 시대에파리 외방 전교회의 신학교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1869년 조선의 순교자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작곡했다. 구노가 곡을 붙인 우리 성가곡 ‘무궁무진세’(「가톨릭 성가」, 284번)는 자신이 친애했을 선교사 다블뤼를 비롯한 조선 순교자들을 기리는 송가였다.
그 순교자들은 구노가 한때 그렸던 선교와 순교의 꿈을 실현시켜 준 이들이기도 했다. 구노가 신학교를 마치고 선교사가 되었다면, 조선 선교사로 파견되어 우리 교회사의 일부를 장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구노는 이제 아름다운 곡들을 남긴 음악의 거장이 되어 우리와 만나고 있다. 그는 조선 선교지를 밟지는 않았지만, 그의 음악은 조선을 노래했고, 순교자를 노래하며 그 믿음을 밝혀주었다.
구노는 노래를 통해 조선 선교사의 순교에서 받은 자신의 감동을 전이시켜 주었다. 선교사들의 순교는 후배들의 모범이 되어 노래로 읊어졌다. 그들이 남긴 감동은 아름다운 음악을 내었고, 그 음악은 오늘의 우리 가슴까지도 벅차게 한다.
구노 음악과 조선 선교사들이 불렀던 노랫말을 통해서도 우리는 그 가슴의 떨림을 되살릴 수 있다.
무궁무진세 (無窮無盡世)
최승룡 신부가 최근 입수해온 샤를르 달레 신부 작사· 샤를르 구노 작곡의 '순교자 찬가' 악보집은 한국천주교회사뿐 아니라 문화사적으로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신심과 현양운동이 얼마나 보급돼 있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악보집을 발행한 슈당출판사가 표지에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이 곡을 편곡, 연주할 경우 저작권은 자기들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순교자 찬가'가 유럽 여러나라에서 사랑받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 신부가 이번에 '순교자 찬가' 악보집을 반입해 옴으로써 한국교회에서 '무궁무진세에'란 곡명으로 애창되고 있는 '순교자 찬가'의 원가사를 찾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무궁무진세에'의 노랫말은 작가 미상의 순수 한국 순교복자 찬미글이기 때문이다.
이 '순교자 찬가'는 구노가 1839년 로마 유학 당시 친분이 있던 앵베르 주교와 모방·샤스탕 신부가 조선에서 일어난 기해박해로 순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가사없이 연주곡으로 사랑받았던 이 곡에 노랫말을 붙인 것은 샤를르 달레 신부였다. 그는 1861년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선교사였던 베나르 신부가 베트남에서 순교하자 그를 위한 시를 쓰고, 구노에게 양해를 구한 후 '순교자 찬가'노랫말로 붙였다고 한다. '순교자 찬가'는 이렇게 한국 순교자들을 위해 지어진 곡에다 베트남 순교자를 위한 노랫말이 합쳐져 완성된 것이다. 달레 신부가 지은 노랫말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오 하느님, 보소서. 당신 병사들의 월계관과 영광을.
하느님 힘으로 저희 순교자들은 승리했으니
이 장엄한 날에 저희 맹세를 들어주소서.
이 날은 구원과 평화와 해방의 날,
이 날은 탄생의 날, 하늘에서 성인들이 태어나는 날.
우리 순교자들의 어머니요, 여왕이며 보호자시여, 저희에게 기도하는 법을,
고통을 참고 견디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저희 모두는 이 월계관을 받기를 원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죽기를 원합니다."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선교지로 떠나기 앞서 불렀던 '선교사들의 출발 노래'또한 흥미롭다. 이 곡 역시 달레 신부가 가사를 쓰고, 구노가 곡을 지었다. 구노가 이 곡을 만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구노는 1846년부터 2년간 사제가 되기 위해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를 다녔다. 아마 신학생시절에 지었을 것 같은 이 곡은 지금도 파리외방선교회 신부들이 임지로 떠나기에 앞서 신학교에서 선교사 파견예식 때 불려지고 있다.
달레 신부가 쓴 이 곡의 노랫말은 당시 선교사들의 비장한 각오를 잘 보여준다. 모두 8절인 이 노랫말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발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은 그대들이 원하던 날, 그 어떤 것도 그대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네,
떠나라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형제들이여, 이 세상에 하직 인사를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먼곳으로 떠나라.
그리스도의 병사들이여, 세상 모든 땅이 복음을 듣도록 십자가의 깃발을 도처에 꽂아라.
하느님께 그대들의 땀을 바쳐라.
그대들은 포승으로 묶일 것이고, 그대들의 시신은 형장에 버려질 것이다.
사나운 폭군들의 칼 아래에서 그대들의 승리를 나눠라.
우리가 죽어야 한다면 죽으리라. 그대들 뒤를 곧 따라가리라.
한 영혼을 개종시키기 위해 땅끝까지 찾아가리라.…"

 
1) 무궁무진세에 천주께 영광이요 주의 용사들이 승전하여 계시니 실로 오늘날이 기쁜 날이로다
참으로 치명의 오묘한 효험이요 치명의 그날은 영원한 탄일이요 성인의 탄일이로다
2) 엥베르 범 주교는 무수한 고난 중에 이 지방에 전도 삼년 전하시다가 양을 위하여 목숨 바쳤도다
좋으신 목자여 주의 충신이시여 엎디어 비노니 은혜를 내리우사 천상에 보호하소서
3) 베드로 야고보 양위 탁덕들이여 죽기에 이르도록 순명(順命)하셨사온 즉 너희 순명함이 실로 놀랍도다
너희의 순명을 항상 사모하여서 효자의 직분을 행키로 원하오니 우리를 인도하소서
4) 대한아 대한아 즐거이 찬양하라 안드레아 탁덕 성인이 되셨도다 삼천리 강산에 용약할지어다
동포여 동포여 성인을 본받아서 자모신 성교회 진도를 사랑하여 사방에 전하여 보세
5) 혹형도 유혹도 어서 물러들 가라 어린 베드로가 너를 이기었도다 십삼세 아동의 영광무궁하다
소년아 소년아 저 귀여운 성인의 열절을 본받아 본분을 다하여서 효성을 지키어 보라
6) 기쁘고 기쁘다 우리 순교자들은 위주 치명하여 진복을 누리시니 우리 대한반도 거룩한 땅이여
남자의 용맹도 극구 찬양하려든 하물며 골룸바 동녀의 용맹이랴 만세에 불망이로다
후렴
성인이여 용맹한 성인이여 우리에게 용덕을 주소서
찬류 세상 영 이별한 후에는 영복소에 만나게 하소서 영복소에 만나게 하소서..

 
조선을 향하는 선교사의 마음
오, 조선이여! 오, 나의 기쁨이여! 오, 나의 새로운 조국이여,
나는 너를 보고야 말며
너를 위해 내 삶을 바치리라.
큰 배가 흔들거리며 항구에서 나를 기다리도다.
안녕, 프랑스여, 나는 너를 떠나노니,
순풍이여 네 나래를 펴라.
나는 거기에서 더욱 아름다운 해변을 찾게 되리라.
그렇다. 나는 죽어도 살아도 조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