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피임약 논쟁 < 사회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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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9, 2020 12: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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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피임약이 국내에서 시판될 것인가?'가 격렬한 논쟁 이슈로 떠올랐다. 성관계를 맺은 뒤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최고 98%까지 피임되는 사후피임약은 프랑스에서 개발되어 현지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팔리고 있으며, 교육부장관이 나서서 고교에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 미국도 찬반 양론끝에 10대를 원치 않는 임신에서 보호하기 위해 시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약은 현재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39개국에서 시판되고 있고 OECD회원국중 10여개의 나라가 시판중이다.
국내에서도 한 업체가 식약청에 시판허가를 요청했으나, 여성부를 포함해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학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천주교서울대교구청 등 6군데는 아직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불건전하고 무절제한 성문화를 조장하여 청소년의 피해가 우려되고 생명경시 풍조또한 부추긴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 대한약사회,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등은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엄격한 통제아래 전문가를 통한 최소한의 사용이나 처방전 발행기관을 제한하는 등의 조건으로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종교단체와 의학계 일부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체이며, 착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피임을 유도하는 이 약을 '낙태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낙태가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이며 이 약의 남용으로 인한 '여성건강 악화'와 '성문란 풍조'가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시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낙태의 폐해 심각
찬성론자들은 '낙태약'이냐 '사후피임약'이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며 수정란의 가치보다는 '모성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낙태라는 잔인한 방법보다는 사후피임약이 안전하기 때문에 그것을 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흔히 '낙태천국'으로 불린다. 해마다 약150~200만건의 낙태가 저질러진다고 잠정 집계하고 있으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자격자시술과 10대 등에 의한 낙태 등을 합치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모성보호'와 '여성건강' 측면에서는 '사후피임약'이 '낙태'보다 훨씬 안전하며, 이 약이 시판된다면 현재 불법인 낙태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고(참고로, 이 약의 시판을 허용한 나라들에서 실제 낙태건수가 70%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생이 심하게 왜곡되는 사례가 많은 우리나라 여성의 삶과 불임관련 질병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업적 이해관계의 이면
여기서 우리가 하나 더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은 '사후피임약'이 '낙태,성문란,생명경시'등 윤리적인 이슈의 논쟁뿐 아니라 그 이면에는 치밀한 상업적, 산업적논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에서 불법을 감수하면서 낙태수술을 하는 이유는, 낙태수술이 산부인과의 주수입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의 한 의사는 산부인과의 전체수입 가운데 최소 15% 이상이 낙태수술에서 얻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한 간호사는 하루 40건의 낙태수술을 도왔다고 털어놓는다. 이미 연간 150만건 이상의 낙태시술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이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다.
사후피임약 도입이 시도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 1996년 이래 한국쉐링이나 한독약품 등이 사후피임약을 도입하려 했다가 백지화한 전례가 있다. 사전피임약의 시장규모가 축소될 것을 우려한 제약회사들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후피임약에는 이처럼 관련 업계의 상업적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사후피임약이 결코 윤리적 영역안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 가운데 가장 고통을 받는 것은 결국 '여성'들과 '낙태되는 죄없는 영아'들 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