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 공경은 우상 숭배인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평화가 형제님과 함께!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밀려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30분이나 되는 긴 영상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다만 형제님께서 가톨릭의 성상 공경에 대해서 무언가 큰 오해가 있으신 듯하여 몇 말씀드립니다.

1. 가톨릭에서는 성상 자체를 섬기지 않습니다.

가톨릭에서는 십자 고상(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나 성모님, 성인들과 천사들의 성상 앞에 경의를 표할 때 그것을 '신'으로써 받들고 그것 자체에 능력이 있어서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영상에서 예로 드신 탈출기 32장 4~6절은 형제님의 말씀처럼 유다인이 금송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어 모셨기 때문에 우상숭배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오셔서 이미 구약의 율법을 완전하게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형제님의 말씀처럼 성상 자체에 아무런 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고, 그것을 신격화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만일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 신자들이 성상 자체를 숭배한다면 당연히 독성죄가 되겠지만 제대로 교리를 공부하고 믿는 신자라면 절대로 성상 자체를 숭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2. 하느님께서는 신상을 금지하셨지, 성물을 금지하시지 않았습니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주 너의 하느님인 나는 질투하는 하느님이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 대 사 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 라는 탈출기 20장 4~5절의 말씀을 가지고 하느님께서 성상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셨다고 하신다면 그것은 견강부회입니다. 주님께서는 '신상을 만들고 섬기지 말라'하셨지 거룩한 표징을 지니는 성물과 구조물들을 만들지 말라 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아카시아 나무로 궤를 만들게 하여라. 그 길이는 두 암마 반, 너비는 한 암마 반, 높이도 한 암마 반으로 하여라. 너는 그것을 순금으로 입히는데, 안팎을 입혀라. 그 둘레에는 금테를 둘러라. 금 고리 네 개를 부어 만들어 네 다리에 다는데, 한쪽에 고리 두 개, 다른 쪽에 고리 두 개를 달아라. 그리고 아카시아 나무로 채를 만들어 금을 입혀라.그 채를 궤 양쪽 고리에 끼워 궤를 들 수 있게 하고,채를 궤의 고리에 그대로 두어 거기에서 빠지지 않게 하여라." (탈출 25,1-15)
익히 아시는 것처럼 탈출기의 이 말씀은 주님께서 친히 계약 궤를 만들도록 모세에게 지시하신 것입니다. 아울러
"그러고 나서 내가 너에게 줄 증언판을 그 궤 안에 넣어라. 너는 순금으로 속죄판을 만들어라. 그 길이는 두 암마 반, 너비는 한 암마 반으로 하여라. 그리고 금으로 커룹 둘을 만드는데, 속죄판 양쪽 끝을 마치로 두드려 만들어라. 커룹 하나는 이쪽 끝에, 다른 하나는 저쪽 끝에 자리 잡게 만들어라. 그 커룹들은 속죄판 양쪽 끝에 만들어야 한다. 커룹들은 날개를 위로 펴서 그 날개로 속죄판을 덮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하여라. 커룹들의 얼굴은 속죄판 쪽을 향해야 한다. 너는 그 속죄판을 궤 위에 얹고, 궤 안에는 내가 너에게 줄 증언판을 넣어라. 내가 그곳에서 너를 만나고, 속죄판 위, 곧 증언 궤 위에 있는 두 커룹 사이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위하여 내가 너에게 명령할 모든 것을 일러 주겠다." (탈출 20,16-22)
만일 형제님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모든 '상'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면 위의 말씀은 어찌된 것인지요? 무소부재하신 하느님께서 굳이 저런 성물과 구조물을 만들고 거기에서만 모세를 만나실 필요는 또 무엇인지요? 또한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친히 구리뱀을 만들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라 하셨는데(민수 21, 8)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시는 분이라는 말씀인가요? 이렇듯 하느님께서는 '신상을 만들어서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고 하셨지 '상을 만드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으셨음을 성경이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3. 사람은 대상화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며, 하느님께서는 이를 너무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아버지를 추억하고 그리워합니다. 만일 누가 아버지의 사진을 찢거나 훼손한다면 믿음과 수양이 부족한 저는 그 사람을 쉽게 용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제 아버지를 모독하고 훼손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태극기에 불을 질렀다면 저는 분노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대한민국을 모독하였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성경책에 낙서를 하고 손으로 북북 찢으며 마침내 그 성경책에 불을 질렀다면 형제님은 어떤 기분이 드시겠습니까?
형제님께서 섬기는 교회의 강댓상에 어떤 사람이 난입하여 그 바닥에 침을 벹고 교회 벽에 붉은색으로 칠을 하고 교회 건물을 상하게 한다면 형제님의 기분은 또 어떠시겠습니까?
한낱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 종이 쪼가리, 그깟 하얀 바탕에 붉고 푸르고 검은 무언가가 새겨진 헝겊 쪼가리, 그저 잉크 활자가 인쇄된 두꺼운 종이들의 뭉치에 불과한 책, 사람이 말씀을 전한답시고 올라가는 그깟 자리, 어차피 하느님이 계시지도 않는 그깟 건물.... 그런 것들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이란 존재는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더 쉽게 믿는 법입니다. 만져지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 보이는 것으로 그 기억을 전달하는 존재입니다. 야훼 하느님께서도 그걸 아셨기에 계약 궤와 증언판과 속죄판과 커룹을 만들라 지시하셨고, 솔로몬 왕도 주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을 지었습니다. 만일 성경으로 기록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구전된 말씀인 성전(거룩한 전통, 라 Traditio)에만 기초하여 계시 진리를 믿어야 했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친히 이 세상에 내려오신 분이 '보이는' 예수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항상 보이는 '표징'을 주십니다. 바쳐진 이사악을 대신해 어린 양을 보내주셨고, 홍해를 가르셨으며, 구릉기둥과 불기둥으로 이스라엘을 이끄셨습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내셨으며 구리뱀을 통하여 사람들을 구원하셨고, 모세의 팔을 들어올려 전쟁에 이기게 하셨습니다. 볼 수 없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를 통하여 드러내 보여주셨으며, 성령을 불혀 모양으로 보여주셨고, 교회가 가지는 교도권과 징벌권을 아나니야와 삽피라를 통해서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를 통해서 그리스도교는 모든 민족들의 종교가 되는 것을 보여주셨으며 마지막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것이 바로 성경이 아니겠습니까?
아버지의 얼굴이 새겨짐으로써 그 종이 쪼가리는 소중한 사진이 되고, 태극기의 모양이 인쇄됨으로써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소중한 태극기가 됩니다. 그 종이에 인쇄된 글자들이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고 수많은 가짜 문서들 중에 가톨릭 교회의--네, 개신교가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선별과 보호를 받으며 지금까지 소중히 전해내려온 말씀의 책이이게 '거룩하게' 여겨집니다. 주님의 거룩한 말씀을 선포하는 말씀의 종이 딛고 서는 그 자리, 그 성별된 자리에서 회중에게 말씀의 양식을 전달하는 곳이기에 우리는 강댓상과 교회당을 소중히 여깁니다.
문맹률이 높았던 옛날에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달린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분의 고통을 묵상하고, 성모와 성인들과 천사들의 성화를 바라보며 우리의 본향인 천국을 그리워했습니다. 글자를 모르던 사람들에게 성화와 성상은 신앙을 증거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박해를 받던 카타콤바에는 지금도 초대 교회의 성화와 그리스도의 상징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면서요? 신앙의 본질을 지키자면서요? 그렇다면 초대 교회때부터 지금까지 전해내려온 소중한 교회의 전통을 그렇게 재단하고 비판하시면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스도교회는 개신교와 가톨릭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개신교를 뺀 모든 가톨릭 교회, 동방 정교회에서는 지금도 성화와 성상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얼마 전에 모스크로 변한 성 소피아 대성당의 그 성화와 성상을 정녕 모르십니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예수님과 성모님의 성화에 횟칠을 했다는 것은 결국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를 모독함이 아닙니까?

4. 가톨릭에 대한 깊은 공부를 부탁드립니다.

형제님, 부탁드립니다. 가톨릭에 대해서 무언가를 지적하고 비판하시려거든 적어도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통독하시고 "교부들의 신앙", "천주교와 개신교" 등의 책을 꼼꼼히 읽으신 뒤에 주장을 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개신교는 십일조를 강요하여 신자들을 갈취한다"고 말한다면 기분 좋으시겠습니까? 물론 저는 종교 개혁의 기치가 그런 것이 아님을 배워왔습니다. 그러니 형제님도 제발 가톨릭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시고 가톨릭을 비판해주십사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이런데도 아직까지 가톨릭(그리고 동방 정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들)이 우상 숭배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형제님은 하느님을 거짓말장이로 만드시는 것입니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마태 16, 18)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튼튼히 세워진 교회는 저승의 세력도 이기지 못하리라고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는데 교회가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하신다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제발 형제님의 마음 속에 형제 교회에 대한 관용과 이해의 마음이 싹트실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