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침수 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막을 수 없었나?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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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0, 2023 01:2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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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이 17일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소방 등 관계기관과 함께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원인 규명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일각에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께 폭우로 미호강 둑이 터져 지하차도에 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길이 430m 지하차도 터널은 2분여 만에 6만t가량의 강물로 가득 찼고 아무런 통제 없이 터널을 지나던 차량 17대가 빠져나오지 못하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차량 진입 통제만 제때 이뤄졌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고 발생 최소 2시간 전부터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감지됐지만 관할 기관의 차량통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차도 침수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 범람 역시 부실한 제방 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2020년 7월 23일 밤부터 부산에 최대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부산역 인근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차량 안에 있던 3명이 구조됐으나 숨졌다. 당시 119 구조대원들이 지하차도 배수작업과 구조작업에 들어간 모습

장마철 반복되는 침수 사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건은 3년 전 발생했던 부산 동구 초량1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유사하다.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는 2020년 7월 23일 부산 지역에 시간당 최대 81.6㎜의 호우가 쏟아졌을 당시 초량1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6대가 순식간에 밀려든 물에 잠겨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부산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차량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안내 전광판은 있었지만 3년째 고장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이 사고 이후 부산시 재난 대응 관련 부서 전·현직 공무원 11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심에서 재난 책임자에게는 실형까지 선고됐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17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과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사건의 경우에도 차량 통제가 늦어졌고, 배수시설 작동이 미흡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직후 정부는 집중호우 관련 자동 차단시설 구축 및 원격 차단, 지하차도 통제 상황 실시간 공유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비슷한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겨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여야는 침수 피해를 방지하겠다며 지하 주차장 등에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지하층의 주거용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17일 오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침수차량의 트렁크를 개방하고 있다

기상 이변 가속화에 선제적 대책 내놔야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고에 대한 책임자 문책이나 관련 법안 발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일각에선 '사후약방문'식 대처로는 반복적인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 만들어진 시설물 설치나 행동요령, 대응 매뉴얼이 극단적인 날씨가 빈번해지는 최근의 기후변화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호우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기상원인규명네트워크(WWA)'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문제가 이어지면서 지난 4월 스페인, 포르투갈, 아프리카 북서부에서 관측된 기록적인 폭염의 발생 가능성은 기후 변화로 인해 최소 100배 이상 커졌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데, 이는 단시간에 특정 지역에 엄청난 비를 쏟아내며 돌발성 홍수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지구촌 곳곳에선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기록적인 집중호우 현상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파키스탄에선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는데, 기록적인 7, 8월 강수량으로 인해 33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5~10월엔 서아프리카에서, 올해 2월에선 뉴질랜드에서 폭우가 내리면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재발방지 대책은 어떻게?

기후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역 하천 관리에 대한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하차도 침수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재난안전관리 당국이 사전에 침수예방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법안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제도적으로 '지하차도 침수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하차도침수예방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특히 "지하차도가 침수될 우려를 고려해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근 제방 안전관리와 사전 교통 통제를 해야 한다"며 "배수펌프 설치 및 작동점검 등에 관한 계획를 의무적으로 수립해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 19일 오전 충북 청주시의 한 견인차량 보관소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현장에서 견인된 747번 급행 시내버스가 보관돼 있다

집중호우에 기억해야 할 안전수칙

특정 지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지면 TV나 라디오 등 언론 매체를 통해 기상정보를 잘 파악하고 가족, 지인과 공유해야 한다.
집이나 건물 안이 침수된 경우에는 우선 전기 전원을 차단해야 하고 조속히 안전한 곳을 이동해야 한다. 또 운전 중 차량 침수 우려가 있을 경우 반드시 자동차 바퀴가 잠기기 전에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폭우가 내려 강물이 넘치는 경우 지하 침수 위험이 있으니, 지하차도엔 절대로 진입하면 안 된다. 불가피하게 차량이 하천 급류에 휩쓸렸다면 조속히 차량을 버리고 탈출해야 한다.
수압 때문에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차량의 내부와 외부 수위 차이가 30cm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문을 힘껏 열면 문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많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산사태나 부득이 외출할 때는 개울가, 하천변, 해안가 등 급류에 휩쓸릴 수 있는 지역 등 침수 위험 지역 근처에는 절대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