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알았다면...

카테고리
가톨릭
작성일
Mar 29, 2021 08: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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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요한 13,21)
 
"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이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요한 13,38)

 
나를 배신할 자가 누구인지, 나를 모른다고 부인할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나는 미쳐버릴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말을 섞는 건 꿈도 꾸지 못할 게다. 내가 마음을 쏟고 사랑과 정성으로 대한 사람이 나에게 비수를 꽃고 등을 돌린다면 정말 얼마나 슬프고 화가 날까.
그런데 예수님은 그 모든 것을 다 아셨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그들과 함께 걷고, 같이 밥을 먹고, 심지어 그들의 발을 씻겨주셨다. 진짜 사랑해서이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다.
아무것도 모르면 용감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알아가게 되면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고 싶어진다. 예수님도 마음이 산란해지시며 번민하신다. 그런 인간적인 예수님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아버지께 맡기시는 신적인 모습도 보여주신다.
오늘도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함께 있으면 힘이 나고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쓰이고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예수님처럼 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예수님께 기대어본다. 예수님과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고 그분의 마지막 말씀을 들을 때 예수님 품에 안겨 있는 '사랑스러운 제자'처럼, 나도 그렇게 예수님 품으로 달려 가고 싶다. 나는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