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Sean Baker) 감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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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예 영화감독을 가져와봤습니다. 작년 봄 <플로리다 프로젝트>(<Florida Project>, 2017)의 국내 상륙으로 알게 된 감독인데요, 그 전작들인 <탠저린>(<Tangerine>, 2015)과 <스타렛>(<Starlet>, 2012)을 보고 더 깊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대부분 제가 <탠저린>을 영화관에서 보고 영화평론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김혜리씨에게 직접 설명들은 내용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썼음을 밝힙니다.]
어떤 영화들은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요, 션 베이커 만큼 그것을 몸소 보여주는 감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션 베이커는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세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현지 조사를 하며 영화 각본을 짭니다. 그 대상은 흑인 트랜스젠더 매춘부(<탠저린>)가 되기도, 포르노 배우(<스타렛>)가 되기도, 호텔 불법 거주자(<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되기도, 중국인 불법 체류자(<테이크 아웃>)가 되기도 합니다. 감독의 말을 빌리면 "그 사람들의 삶을 가지고 허구(픽션)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그 안에서 물들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몇 배우들은 직접 그 안에서 캐스팅하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동정이나 연민을 가지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바로 '그들에게 암묵적인 기대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를 그리면서 한없이 착하고 정의롭지만 세상이 그를 괴롭히는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면, '~~는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야, 하지만 ~~라면 착하고 정의로워야지' 따위의 틀이 생기게 마련인데, 션 베이커는 그런 미디어, 그런 서사, 그런 (무)의식적인 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그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기 쉬운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착하거나 정의롭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잘못된, 부끄러운 행동들을 하고, 그와중에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어떤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하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세상과 부딪힙니다. 션 베이커는 자신의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공감'을 바랍니다.
 
션 베이커 자신이 수 개월/수 년간 직접 만나서 부대낀 그 사람들로 2시간을 살아보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영화를 보면, 손을 뻗어도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거리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감독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인터뷰에서도, 세상에 떠밀려 산 자신의 20대가 영화 속 인물에게 녹아들긴 하지만 미국 백인 남성으로 산 자신이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과 삶을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제가 본 션 베이커의 세 작품을 간단히 비교해보자면
  1. <탠저린> : 모래 날리는 LA의 뿌연 노란색, 찰진 음악, 인물과 서사의 넘치는 에너지가 필요하신 분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폰으로만 촬영한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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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플로리다 프로젝트> : 파스텔 톤의 배경에서 브루클린 프린스(이 영화로 대스타가 된 아역배우인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유튜브에서 수상소감도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의 활보를 보고싶은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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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타렛> : '상황'에 '서사'가 더 짙게 그려진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증손녀인 배우 '드리 헤밍웨이'가 궁금하신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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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모두 왓챠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고, 넷플릭스에선 2밖에 확인하지 못하고 구독을 끊었네요. 여러분 모두 남은 한 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