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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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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최근에 읽은 책 <나를 보내지 마>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일본계 영국인 소설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2005년 작품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아직 읽지 않아서 작가의 작품들이 어떤 배경과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설명드리긴 어렵지만, <나를 보내지 마> 한 작품만 두고 봤을 때는 영문학 작품이면서도 일문학의 느낌이 많이 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삼각관계,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 등 제가 일본 소설에 갖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나를 보내지마>는 디스토피아 SF 소설입니다. ‘간병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캐시가 간병사 일을 그만두면서, 자신이 간호했던 환자들이면서 학창시절 친구들인 토미와 루스를 추억하는 내용입니다. 이 세 명의 친구는 ‘헤일셤’이라는 교육기관에서 특수한 목적을 위해 키워졌습니다. 헤일셤이 존재하는 목적은 소설의 내레이션이 진행되며 밝혀지게 됩니다. (한국판 책의 뒷표지에는 아쉽게도 이미 적혀있네요...)
SF적인 요소는 사실 양념에 그치고, 소설의 내용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아닙니다. <나를 보내지 마>는 세 명의 주인공들이 자신이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이며, 그 때문에 자신의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정하고, 절망하고, 결국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서로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고, 꿈을 갖지만 그것이 의미 없는 행위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삶에 애착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삶이 더 가엾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다른 SF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이나 서스펜스는 이 소설에는 없습니다. 다만, 주인공들이 정말 내가 알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느껴지는, 눈에 보일 정도로 생생한 인물 묘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성장기에 실제로 겪을 수 있을 법한 갈등들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들에게 더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어요.
영국에서는 영화(<네버 렛 미 고>)로도 각색이 되었고, 일본에서는 드라마와 연극으로 각색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보다는 심리 묘사와 유려한 문체에 강점이 있는 원작이라, 소설로 읽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