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가 10대 뉴스] ① 스크립트 언어의「급부상」 - 지디넷코리아

 
Dec 13, 2001
 
올해 개발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언어는 무엇일까? 단연 C#일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로 출발해 플랫폼으로 성장한 자바 인기 또한 식을 줄 몰랐다. 자바의 장점이 JCP에 참여하는 많은 기업의 투자와 연구 개발이라면, C#의 장점은 최강의 소프트웨어 기업 MS가 내세우는 차세대 언어라는 점일 것이다.
물론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내년 한 해도 프로그래밍 세계를 주름잡을 언어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세상의 반대편(?)에서 소리없이 튼튼하게 자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들도 있다. 그중 큰 흐름을 이루는 것이 있다면 바로 스크립트 언어.
시대가 바뀌면 요구사항도 바뀐다
전통적으로 인터프리터 방식의 스크립트 언어는 개발자들의 주도구가 아니었고,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다. 컴파일러 방식 언어에 비해 언어가 단순하고 수행 속도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John K. Ousterhout가 'Scripting: Higher Level Programming for the 21st Century'라는 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1990년대 후반에 이르면서 이런 상황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고, 옛날처럼 바닥부터 모든 걸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자원을 빠른 속도로 효율적으로 묶어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스크립트 언어 자체가 개념적·기능적으로 향상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물론 스크립트 언어가 아예 찬밥 취급만 받은 것은 아니다. 유닉스의 쉘 스크립트나 sed, awk 등의 언어가 시스템 구석구석에서 요긴하게 쓰였고, 뒤이어 펄이 등장하면서 스크립트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개발자에겐 '재미'를
정말 중요한 변화는 루비 개발자 Yukihiro 'Matz' Matsumoto(이하 Matz)의 말처럼 '3세대 스크립트 언어'의 탄생과 함께 일어났다. 대표적인 3세대 스크립트 언어로 파이썬, 루비 등이 있고 펄이 3세대적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이들 언어의 공통적인 특징은 객체지향 스크립트 언어이고, 간결한 문법 구조를 채택해 언어의 코어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신 풍부한 라이브러리로 재사용성과 개발 생산성을 높였으며, 다른 언어와 잘 붙는다(gule)는 것이다.
3세대 스크립트 언어의 미덕은 Matz의 지적처럼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언어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와 프로그래밍 자체에 집중하게 하고 컴퓨터가 해야 할 일을 컴퓨터에게 돌려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파이썬의 구호 중 하나인 CP4E(Computer Programming for Everybody)가 그 좋은 예다.
특히 2001년은 이들 언어가 단순히 애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을 받은 해였다. 유명한 사례이지만 검색엔진 구글과 야후 메일, 국내에서는 두루넷 LDAP 프로젝트에 파이썬이, FreeBSD의 패키지 관리 도구 중 하나인 portupgrade에 루비가 도입됐다.
물론 스크립트 언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여전히 수행속도는 느리고 기존 언어가 제공하는 프레임워크(특히 기업 환경 애플리케이션과 관련된)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빠른 학습 속도와 프로토타이핑, 높은 생산성, 오픈소스 공동체의 지원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내년에도 스크립트 언어들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에게는 '복잡한 일'을, 프로그래머에게는 '재미'를 돌려주는 본연의 목적을 잊어버리지 않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