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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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의 대단원만 보더라도?) 서사에 twist를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 ‘오해’일 것입니다. 오해로 빚어지는 상황은 대개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이기 때문에, 어쨌든 ‘극적’이게 만드는 데에는 대성공인 것입니다. 해서, 한 번도 ‘오해’가 없는 서사는 거의 없을 텐데, 그중에서도 오해가 서사 그 자체가 되어 영화를 이끌어가는 영화 세 편을 같이 가져와보았습니다. 순서대로 희극 두 편과 비극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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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커 & 데일 vs 이블> (Tucker & Dale vs. Evil, 2010) : 전에 내훈씨가 <맨디>라는 영화를 추천하셨을 때 제가 본 첫 슬래셔 영화로 잠깐 말씀 드렸었던 영화입니다. 친구 사이인 ‘터커’와 ‘데일’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한적한 산골의 집을 장만하고, 며칠 함께 묵기로 합니다. 헌데 그 근처로 여행을 온 대학생들에게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를 이 영화보다 잘 풀어서 보여줄 수가 있을까요. 양쪽의 상황을 모두 보고있는 저희 관객 입장에서, 제목의 ‘이블’(Evil)은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뭐였을까요? - 슬래셔 영화가 익숙치 않으신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좀 불쾌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저처럼 ‘슬래셔 영화가 이렇게 유쾌할 수도 있었구나’ 하고 그 장르에 대한 재밌는 오해(혹은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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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1998) : 추천을 하려고 해도 줄거리가 머릿속에서 하도 엉켜있어서 표현이 안 될 만큼 정신없이 짜여진 스토리가 특징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다섯 패거리가 서로의 발에 걸려 넘어져, 말도 안 되는 도미노가 연출됩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얘가 왜 이렇게 됐더라’ 싶습니다. 말도 안 되게 엉켜있는 스토리 말고도, 필름이 탄 듯한 색감, 심한 영국식 사투리 등 기억에 남을 이미지를 많이 남긴 작품입니다.
 
 
 
 
 
 
 
<블러드 심플> (Blood Simple, 198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 등으로 유명한 코엔 형제의 데뷔작입니다. 어떻게 첫 작품에서부터 이렇게 텁텁한 서스펜스를 잘 보여줬는지, 역시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구나 싶습니다. 남주인공와 여주인공이 서로 다 터놓고 말하지 않음으로 생긴, 심장이 쫄깃해지는 영화입니다. 재작년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