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오 토요다 토요타 자동차 회장 / 출처 토요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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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자사의 독특한 생산 방식을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의 관계자들이 토요타를 방문해 토요타 생산 시스템(TPS)에 대한 교육을 받고 현장을 견학했다. 그런데 정작 토요타 시스템을 도입해 큰 성과를 냈다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토요타의 획기적인 시스템은 직원들의 '일에 대한 생각'에서 나오는데, 많은 기업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시스템만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 제대로 하는 법 궁금하다면 ▷벤치마킹 실패 사례와 성공 프로세스)
토요타 직원은 매뉴얼대로만 일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그야말로 ‘큰일’이 난다. 직원의 '한결같음'은 오히려 관리자의 화를 부른다. 토요타 직원들은 소소한 성과라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공장 현장, 영업 현장, 사무실 등 모든 곳에서 직원들은 업무시간을 단 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비용을 1엔이라도 아끼기 위해 머리를 쓴다. 놀랍게도 직원들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은 업무 개선 하나하나가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토요타식 원가 절감과 생산성 혁신의 핵심은 시스템 그 자체라기보다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 문화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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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세상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나의 큰 삼각형을 그려보자. 여기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게 바로 ‘마인드셋(mindset)’이다. 그 위에 올라가는 것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인 ‘스킬셋(Skillset)’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툴셋(tool set)'이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간과한 채 대부분 사람은 토요타의 툴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일을 하는 순서나 방식을 가르치는 데만 집중한다. 이렇게 접근해서는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과외 업무가 아니라 업무의 전부라고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토요타의 목표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자동차를 타는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90여 년 동안 토요타는 일관된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면 고객이 행복하고, 더 많은 고객이 토요타 자동차를 탈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을 바탕으로 다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자동차를 만든다. 이 목표만 들으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 그런데 이 목표를 직원들이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상황은 달라진다.
토요타 엔지니어들이 일하는 모습 / 출처 토요타 USA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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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토요타는 일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한다. 토요타에서는 ‘열심히 일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지금보다 노력을 덜 들여서 같은 결과물을 내라는 것이다. 남는 시간에 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해 고객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영역에 1분, 1초라도 더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토요타에서는 잔업을 금기시한다. 토요타 직원들은 잔업을 하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없는데 오래 일을 한다고 해서 높은 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토요타 직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움직이지 말고 일을 하라’다.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몸만 움직이지 말고 머리를 써서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진짜 일’을 하라는 것이다. 토요타의 직원 평가도 근무시간이 아니라 기존 업무를 어떻게 개선했고, 그것이 어떻게 고객의 이익으로 연결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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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고객에 대한 태도다. 토요타에서는 눈앞의 일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그 일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만드는 제품이 고객과 세상에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지 교육한다.
토요타 엔지니어 출신인 하라 마사히코 플러스 드라이브 대표는 한 동료의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그가 정비공으로 있을 때 한 선배는 자신의 공구박스에 항상 가족사진을 붙이고 다녔다. 사진 속엔 토요타 SUV 차 앞에 웃고 있는 가족 다섯 명이 있었다. 그들은 선배의 가족이 아닌, 그를 찾아온 고객의 가족이었다.
하라 마사히코 대표는 선배에게 "대체 남의 가족사진을 왜 붙여놓는냐"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내가 수리하는 이유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연은 이렇다. 이 고객은 가족과 여름휴가를 가기 전 수리센터를 찾았다. 선배는 친절하게 고객을 맞이하고, 브레이크를 고쳐줬다. 이후 고객은 차를 잘 수리해준 덕분에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냈다며 선배에서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다. 그 선배는 그때 큰 보람을 느꼈고, 그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붙여놓았다고 했다.
하라 마사히코 본인이 겪은 일도 있다. 어느날 일이 몰려 힘든 하루를 보내던 중 혼잣말로 '아, 오늘 오일 교환을 10대나 했네’라고 푸념을 했다 선배에게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다. 고객에게 소중한 차량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말라는 따끔한 충고였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직원이 인지하면 일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벽에 공구의 실루엣이 그려져있다. / 출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Vjdil2nBC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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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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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토요타의 직원은 ‘다능공(多能工)’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진짜 일'을 하려면 내 전문분야뿐만 아니라 회사의 여러 가지 업무를 이해하고 실제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정비소와 판매소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라 마사히코 씨는 정비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회의에 참가했다. 정비공이라고 해서 정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렇게 나와 다른 업무 분야의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고 현장에 방문하면서 토요타 직원들은 여러 분야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영업 사원은 자동차의 어떤 성능을 강조해야 판매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게 되고, 정비공은 정비와 판매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부서 간 갈등도 줄어든다. 보통 기업에서는 영업과 마케팅 부서 간에, 혹은 기술직과 영업직 간에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다른 시각을 공유하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업무 능력 또한 향상된다.
직원들의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도 노력해야 한다. 개인에게만 떠맡겨서는 안된다. 토요타에선 조직과 리더십 측면에서의 지원을 '조직의 가시화'라 부른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누구나 공유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요타는 IT를 활용해 조직을 투명하게 만든다. 직원들은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채터(chatter)라는 사내 SNS를 통해 자유롭게 불만사항과 현장 상황을 올린다. 이렇게 하는 것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삼현주의(三現主義)' 역시 중요하다. 1)현장으로 가서 2)직접보고 3)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토요타의 업무방식이기도 하다.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이 원칙을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영업 및 생산 현장에 나가 직원은 물론 고객들과 소통하며 문제점을 빨리 파악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게 임원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토요타에서 새 모델을 출시하면 자동차 시험 운전장에서 직원들을 초청해 시운전 행사를 연다. 비포장도로에서 장애물을 놓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스턴트맨들이 운전하는 상황처럼 위험한 장면도 자주 연출된다. 그런데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바로 토요타의 사장이다. 보통 회사가 커질수록 이런 장면은 찾아보기 힘든데, 토요타에선 사장이 제일 먼저 현장에 간다. 사장이 자신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면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