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미토-후기] 함께, 그 날이 올 때 까지[8월 미토-후기] 함께, 그 날이 올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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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미토-후기] 함께, 그 날이 올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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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_미토 포스터]
2월 1일 시작된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반년을 넘어선 지금, 미얀마의 시민들이 여전한 쿠데타 상황에, 심각해지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지금 초기의 분노와 놀람과 슬픔은 차츰 익숙함에 젖어가고 상황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는 무력감이 커지면서 외면하고 싶은 맘도 듭니다. 이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신들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를 들어보며 미얀마와 나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자 하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미토 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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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커얼의 첫 번째 미토(미얀마토크)가 8월 25일 목요일 7시에 줌으로 열렸습니다. 미얀마, 미국과 베트남 그리고 한국에서 접속하신 약 30분의 참여자가 끝까지 함께 해주셨던, 온라인 회의는 한 시간도 지치는 이 시국에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 빠르게만 느껴졌던, 8월의 미토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포기하면 안 돼”라는 현지의 친구

국커얼, 그리고 국개협UP의 청년활동가인 박은정님은 첫 해외 자원활동 국가였던 미얀마와의 인연과 그 인연으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2월 쿠데타 이후에 삶 자체가 변하게 된 미얀마 친구들 이야기를, 특히 원래도 쾌활하고 열정이 넘쳤던 뚜뚜언니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언니는 거리시위를 다니느라 영통을 할 때마다 목이 쉬어있대요. 매일매일 뛰느라(도망치느라)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다치기도 하고, 언니 주변에는 목숨을 잃은 친구들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더 포기하면 안 돼. 이겨야 하고 이길 거야”라고 말하는 언니를 포함해서, 시위에 참여하는 미얀마 청년들은 집을 떠나 임시거처를 전전하고 있어 당장의 생계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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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3_이 사진들 안에 뚜뚜언니가 있다(출처:박은정님 지인 제공)]
미얀마 상황은 이런데, 국제개발협력활동가로 활동함에도 주변에 미얀마 이야기가 많이 없고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있었는데,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뭐라도 해보자 해서 국커얼을 함께 시작하게 되셨다고요. 국제개발협력에서 우리는 흔히 몇 년의 사업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했지만,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회복의 과정을 함께 하는 것도 국제개발협력일 것”이라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라고, “무뎌지지 말자”고 마음먹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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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_국커얼이 낸 국제개발협력활동가 성명에는 현재까지 764명의 활동가들이 연명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계속 싸우면, 될 수 있을까?”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3년째 미얀마에 계신, 현 미얀마 사무소장 대행 김태영님께는 현재 미얀마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쿠데타 초기에는 사람들이 유엔에 조처를 요구하며 시위를 했는데, 그게 크게 유효하지 않으니 5월에는 CRPH(연방의회 대표위원회)에서 시민방어군을 창설했지요. 그런데 6,7월부터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대규모 시위는 불가능해졌고 소규모 시위들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시위에 숨어든 친 군부 밀정을 찾기 위해 자경단도 만들며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봐야하는 상황, 현금이 없어 현금을 찾으려면 10%가 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상황은 너무나 심각해져 하루에 삼백 명이 죽는데 하루 검사치는 만 오천 명만 할 수 있는 상황. 정부가 못하면 시민사회라도 뭔가를 할 수 있게 공간을 터줘야 하는데 시민사회가 활동할 수 있는 자유도 다 막혀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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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_쿠데타로 마비된 의료체계에 코로나19는 치명적이다. 쿠데타 6개월 만에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만달레이의 한 장례식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 AFP=연합]
김태영님은 요새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으신다고 해요. 한국은 어떻게 한 거냐. 어떻게 했기에 민주화를 이룬 거냐. 과연 우리가 이렇게 계속 싸우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은 민주화와 세계화의 열매를 누린, 그저 이 시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어 운이 좋았던 것일 뿐 노력을 했던 것은 없어서 대답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고요. 누린 건 많은데, 공유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고 있다 하셨어요.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지만 또 되게 없기도 하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지금 하는 게 잘하고 있는걸까..그런 고민이 엄청 많으셨다고요. 그 수많은 고민들을 이제는 한차례 정리를 해보셨다고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까지 많은 고민을 하지 말자. 더 강해지고, 더 잘 알면 더 잘 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 그건 착각이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다 있으면 다 할 수 있죠. 모든 걸 다 뺐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그것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냈어요.”
 

천천히, 건강하게, 그날이 올 때 까지

이후 이어진 Q&A세션에서는 단체 차원에서 미얀마 관련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게(현지 직원들 보호 등을 위해) 이해는 되지만 아쉬워서 개인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통로를 찾고 있다고 말씀하시던 참가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없어 “너무 외로워서” 참가했다는, 잊지 않기 위해서 오래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물으셨던 참가자, 페북 '미얀마 돕기 시민모임'에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를 공식 인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을 하고 있으신 참가자, 할 수 있는 건 제한되어있고 사태는 장기화되면서 스스로 동력을 잃기도 했다는 참가자들의 말씀도 들어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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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_미얀마 양곤 시위 참가자들(출처:박은정님 지인 제공)]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함,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많은 참가자들이 공유하고 계신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미토 마무리 시간에 박은정님은 나 스스로도 건강하게 있어야 그들과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무력감, 죄책감이 들 때 나도 보살피면서 같이 가려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김태영님도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잘 돌보면서 될 때까지, 될 때까지 계속 해야 되는 것 같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끝나고 나서 돌아봤을 때, 끝났구나,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해냈구나, 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이날 미토는 진행자 이창덕님의 다음 멘트로 마무리되었는데요. 누군가의 고통과 아픔을 회피하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 같은데, 우리는 왜 미얀마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려 하는지, 아마 미토는 그에 대한 답들을 함께 찾아가는,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시간일 거라고요. 8월 미토 참가자분들 그리고 8월 미토를 안타깝게 놓치셨던 이 글을 읽는 분들, 이후의 미토들에서도 함께 이유를 찾아가봐요. 혼자 고민하면 외로우니까, 함께 천천히, 그 날이 올 때 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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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_8월 미토 참가자들의 세 손가락 경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