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운 (2018,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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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웹툰 작가 평론선 - 윤승운》
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
2018.07.15
118쪽
128×188×20mm
ISBN 9791128810947
 

책 뒷이야기

 
커뮤니케이션북스의 만화·웹툰 작가 평론선 가운데 하나. 한국애니메이션학회의 제안으로 필자로 참여해 쓴 책인데, 어린 시절 윤승운 선생의 <맹꽁이 서당>을 베껴 그리곤 했던 입장이다 보니 작가론을 쓰면서 기분이 참 묘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평소 쓰는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게 원고 작성 단계부터 서식과 글꼴, 글자 크기까지 모두 정해져 있다 보니 집필하면서 굉장히 당황하고 시행착오가 많았다. 책이 나오고 나서 더는 이런 책 못 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인생은 예측불허라 의미를 지닌다 했던가? 이듬해 두 편을 더 쓰게 되었고, 그 둘은 윤승운 선생 편에서 겪은 시행착오 덕에 별다른 수정을 겪지 않고 출간할 수 있었다.
한 만화가의 만화 인생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해설해내는 작업은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어쨌든 해낼 수 있었다는 데에 만족하는 책. 책을 내고 나서 SICAF 행사 당시 윤승운 선생을 만나뵐 기회가 있었는데 자제분을 통해 책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했다. 별 다른 지적은 안 하시고 너그럽게 웃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출판사 책 소개

 
만화웹툰작가평론선. 윤승운은 어린이들의 웃음을 책임지던 명랑만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명랑만화의 인기가 사그라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팔려 나가는 스테디셀러 맹꽁이 서당이 그의 대표작이다. 스스로 서툰 그림, 못 그리는 그림이라며 늘 겸손해 하지만, 윤승운은 그 누구보다 명랑만화에 맞는 표현을 연구하는 작가였다. 어린이 만화 작가로서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소재를 차용하고 변화에 대응해 내며 시대와 세대 구분을 뛰어넘어 사랑받았다.
 

차례

 
01 명랑만화의 지금을 대표하는 생존자 02 만화가 윤승운의 삶 03 명랑만화 작가로 본격 시작 04 말썽꾸러기의 시대적 부응, 요철 발명왕 05 맹꽁이 서당 , 만화를 에듀테인먼트로 06 서툰 그림, 꾸준한 그림 07 끊임없이 공부하는 만화가 08 평생의 라이벌이자 친구, 신문수와 윤승운 09 창작만화가회 그리고 심수회 10 윤승운의 어린이, 어린이만화론
 

서문

 
겸손과 공부가 만들어 낸 명랑만화의 거장
1970년대 전후에 태어난 이들에게 만화는 곧 명랑만화였다. 어린이날이면 전체 지면을 통틀어 만화 특집으로 도배하던 어린이신문이나 어린이 교양지 등을 수놓던 명랑만화는 고도 발전과 정치적 암흑이 교차하던 시기를 살아가던 소시민들의 생활 터전과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웃음과 함께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명랑만화는 전성기였던 1970∼1980년대 어린이 독자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으며, 웃을 일 많지 않고 척박하던 시기 사람들에게 비비 꼬거나 젠체하지 않고 명쾌한 웃음을 전달했다. 그리고 전성기를 한참 지난 지금에 이르러, 그 시기를 장식한 많은 인기 작가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 한다면 한 손가락은 아니어도 세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들 인물이 바로 윤승운이다.
1943년생으로 이제 일흔도 넘어 여든을 바라보는 원로임에도 행사 때면 늘 어린 아이 같이 개구진 표정으로 등장하는 윤승운은 그 표정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읽히기 좋은 만화를 그리는 일에 일생을 경주해 왔다.
윤승운은 <요철 발명왕>과 <맹꽁이 서당>으로 명랑만화 전성기에 절정의 인기를 누린 작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름이 회자되는 까닭은 단지 그 시기에 작품을 크게 흥행시켰기 때문만이 아니라 명랑만화 작가로서 끊임없이 자기 만화와 자기 장르에 보여 준 자세 때문이다. 윤승운은 한때의 인기에 취하거나 솜씨에 교만하지 않고 오히려 “나는 서툴다”며 명랑만화가 재미있게 읽히기 위한 방법을 탐구하는가 하면 소재를 찾아 끝없이 공부하기를 반복했다.
윤승운이 정의하는 명랑만화는 “폭소를 일으키는 만화”다. 공교롭게도 일제강점기 후반의 화두였던 명랑화의 뒤안길에서 유행했던 명랑소설도 폭소 소설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음을 보면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피지배 세뇌용이 아닌 명랑은 기본이 폭소인 셈이고, 윤승운의 만화는 그 기본을 충실히 살리면서 한편으로는 단순하고 평면적이지 않기 위한 온갖 장치들로 가득하다. 그저 웃긴 장면과 웃긴 인물만으로는 폭소를 일으키지 못한다. 윤승운이 만화를 통해 목표한 폭소는 그래서 데뷔 60년, 전성기 40년이 되어 가는 지금 시점의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이 책은 명랑만화의 대표 작가 윤승운의 만화 인생을.작품과 자세 면에서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인생 총론과 대표작 심층 소개
이 책은 윤승운 작가론으로, 윤승운 만화 인생의 중요 포인트가 되는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에 대한 찬사나 작품 세계에 관한 무리한 분석을 시도하기보다는 최종적으로 윤승운이 어떤 경로를 지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되었는가를 역산해 보려 들었다. 윤승운의 만화가 사랑받는 이유가 단지 쉽고 친숙한 그림체, 또는 역사 학습이라는 소재를 잡았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은 이제 60년이 다 되어 가는 윤승운의 만화 인생 속에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지점들을 내·외면으로 찾아 나가는 데에 집중했다.
먼저 1장 ‘명랑만화의 지금을 대표하는 생존자’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한 명랑만화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명랑만화의 현 시점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명랑만화가 전성기를 지나 보낸 지금도 명랑만화 작가로 꾸준하게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윤승운을 소개한다. 이 장에서는 윤승운이 그려 온 만화 장르인 명랑만화가 어떻게 등장했고 장르로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살펴, 이후 윤승운이 명랑만화 장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하게 해 주는 기초 정보를 제공한다.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2장부터 5장까지는 윤승운이 만화가가 되어 만화가 인생의 정점을 찍기까지의 삶을 1장의 총론적 정리보다 한 발짝씩 더 들어가 조명하면서, 한편으로 윤승운 작품군의 핵심이 되는 작품들인 <꼴찌와 한심이>와 <두심이 표류기>, <요철 발명왕>, 그리고 <맹꽁이 서당>의 작품론을 펼친다.
먼저 2장 ‘만화가 윤승운의 삶’에서는 윤승운이 만화가가 되는 과정과 이후 만화가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기까지의 좌절과 방황을 다룬다. 이는 특히 윤승운 특유의 지독한 겸손이 어디에서 오는가와 닿아 있는 지점이어서 이후의 장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윤승운의 영원한 마음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길창덕과의 깊은 인연을 비롯해 만화가 대신 낙농을 하려다 그만 둔 연유 등을 담아 윤승운의 삶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3장 ‘명랑만화 작가로서의 본격 시작, <꼴찌와 한심이>와 <두심이 표류기>’에서는 데뷔 이후 7년이 지나도록 투고하며 연재 타진을 이어 가던 윤승운이 본격적으로 명랑만화 작가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첫 작품인 <꼴찌와 한심이>와 적통 후속작 <두심이 표류기>를 다룬다.
특히 <꼴찌와 한심이>는 <요철 발명왕>에 이르기까지 윤승운 작품 주인공의 원형이 되는 ‘한심이’가 등장한 첫 작품이다. ‘꼴찌’와 ‘한심이’는 윤승운이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만난 개구쟁이들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개구쟁이들의 모습에서 놀기 좋아하고 뛰놀기 바빴던 자기 모습을 본 윤승운이 이후 만화를 만들면서 이들을 주인공 짝꿍으로 채용한다. 이 작품은 곧 윤승운표 명랑만화의 특징인 팀플레이 코미디의 시작이면서, 또한 윤승운이 만화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심의 당국의 제재로 ‘한심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어 졸지에 두심이로 개명을 해야 했던 <두심이 표류기> 또한 한심이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말썽꾸러기들을 다루고 있다. 표류와 모험이라는 당시 어린이들의 큰 화두를 적절히 채용했다는 점에서 이후 윤승운 만화의 특징으로 자리 잡는 트렌디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다. 윤승운의 초기 대표작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이들 작품들은 이후 <요철 발명왕>으로 이어지며 윤승운의 인기를 이끌어 내는 마중물 노릇을 톡톡히 하는,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다.
4장 ‘말썽꾸러기의 시대적 부응, <요철 발명왕>’에서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폭소를 일으키는 일을 본령으로 하는 명랑만화의 특성에 발명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접목해 주목받았던 <요철 발명왕>을 소개한다.
윤승운의 첫 부록 만화 연재작으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분량 때문에 웃지 못할 고초를 겪으며 탄생했다는 일화가 있는 <요철 발명왕>은 처음엔 <발명왕 한심이>란 제목으로 만들어졌다. 출판사에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결국 한심이, 두심이, 요철이로 이어지는 ‘한심이’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한심이와 꼴찌라는 말썽쟁이 캐릭터에 뭔가를 만들기 좋아하던 윤승운 자신의 모습을 가미한 게 요철이다. 늘상 황당무계한 발명품과 더 황당무계한 연구실 풍경이 등장하지만 의외로 요철이가 만들어 내려던 발상이 작품 발표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진짜로 현실화됐거나 필요성이 역설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윤승운의 감각적인 한 수를 느낄 수 있다.
부록 만화 시대의 선행 주자였던 신문수의 <도깨비 감투>와 같은 잡지 부록에서 동시에 연재된 <요철 발명왕>은 당시 명랑만화의 인기를 견인한 쌍두마차이자, 윤승운을 명랑만화 작가로 완전히 정착케 한 작품이고, 윤승운 만화 인생의 전후반기를 가르는 분기점에 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꼴찌와 한심이> 때부터 해당 잡지 내 최고 인기를 얻었던 윤승운이지만 경제적으로나 매체 영향력으로나 가장 확고한 대표작은 <요철 발명왕>이었다. 시대상을 짙게 반영하게 마련인 대중적 인기작 가운데에서도 당시 기술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켜 보자는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아직 아파트 세대가 되기 전 주택과 골목이 살아 있던 곳에서 아이들이 욕망했던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로망을 가장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구현해 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4장에서는 바로 이 배경 속 공간들이 나타내는 시대적 지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언급한다.
5장 ‘<맹꽁이 서당>, 만화를 에듀테인먼트로 확장하다’는 윤승운 만화 최고의 히트작인 <맹꽁이 서당>을 논한다. 윤승운의 대표작을 <꼴찌와 한심이>나 <요철 발명왕>로 말하느냐, <맹꽁이 서당>을 대표작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명랑만화를 접한 세대가 갈린다. 전자는 1960∼1970년대의 대표작이고 <맹꽁이 서당>은 1980년대의 대표작이다.
윤승운의 업력이 이미 20년에 가까워진 시점에 등장한 <맹꽁이 서당>은 역사 학습만화의 원조라는 찬사가 유난히 많이 부각된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분야를 확장하며 스테디셀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장에서는 역사와 학습 효과만이 이 작품의 인기를 견인한 것이 아니라 역사 명랑만화라는 분야를 개척해 냄으로써 그 시기 시대 변화 속에서 이미 저물기 시작하던 일상 배경의 명랑만화보다 소재와 표현의 폭을 넓혀낸 점과 그로 말미암아 이뤄낸 성취에 무게중심을 두고 조명해 보았다.
 
윤승운이 만화에 임하는 자세와 지론
6장부터 10장까지는 만화 창작에 임하는 윤승운의 자세와 작품들에서 묻어 나오는 생각들, 그리고 윤승운 만화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라이벌과 동료에 관한 이야기다. 삶 전체와 작품에 관한 조명을 넘어 윤승운의 창작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는지와 그의 지론을 살필 수 있는 기회로 유효한 항목들을 정리해 눌러 담았다.
6장 ‘서툰 그림, 꾸준한 그림’에서는 윤승운표 만화의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인지, 만화의 본질적인 부분에 비춰 고찰해 본다. 윤승운은 독학으로 만화를 익혀 데뷔했지만, 발로 그린 그림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잘 그리는 동료들의 능력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명랑만화 가운데 가장 오랜 생명력을 보인 건 윤승운의 만화였다. 스스로 ‘서툰 그림’이라고 말하지만 동료들에겐 “서툰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자기가 들었던 비웃음인 ‘발로 그린 그림’을 그대로 뒤집어 발로 뛰어다니며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나는 만화를 발로 그린다”라는 말에 담아내는 윤승운은 만화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새삼 일깨워 준다.
7장 ‘끊임없이 공부하는 만화가’는 윤승운의 만화가 지금까지 사랑받게 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인 공부에 관한 이야기다. 6장의 ‘발’ 이야기와 연결점이 있는 이 이야기는 윤승운이 막상 공부와는 담 쌓은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만화를 공부하는 데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모습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놀기 이외에 유일하게 좋아했던 게 그림 그리기였다는 윤승운이지만 만화가가 되는 데에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고, 막상 데뷔를 하고 나서도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독학파였던 윤승운은 만화를 공부하는 법을 묻기 위해 길창덕에게 당돌하게 편지를 띄우기도 했고, 이후에 다른 먹고 살 길을 찾아볼까 하고 낙농을 제대로 배우러 들어가기도 했다. 또 <맹꽁이 서당>을 그리기 위해 역사책을 뒤지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한학을 공부하러 성균관대학교 한림원에 들어가고, 불교 만화를 위해 불서를 탐독하는 등 만화 소재 발굴과 표현을 위한 공부만큼은 정공법을 택해 꾸준하게 끊임없이 진행해 왔다. 공부를 싫어했다면서 정작 그 어느 만화가보다도 공부에 매진해 온 윤승운의 인생이 우리 만화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7장에서 살펴본다.
8장 ‘평생의 라이벌이자 친구, 신문수 그리고 윤승운’ 편은 명랑만화 붐에서 전성기에 이르는 시기에 최전선에서 함께 했던 만화가 신문수와의 일화들을 다룬다. 신문수는 1939년생으로 윤승운보다 네 살 위지만 함께 출연한 방송에서 ‘윤 형’이라 부르며 나이차를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하지만 동시에 깍듯하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터뷰에서도 본인에게 할당된 시간 상당 부분을 윤승운을 칭찬하는 데 쓸 만큼 각별한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단지 동업자로서만이 아니라 서로의 동반 상승에 자극과 영향을 주는 실과 바늘과도 같은 관계로 평생 함께 해 온 두 사람의 일화에서 이들이, 그리고 윤승운이라는 만화가가 작가 생명을 오래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9장 ‘창작만화가회와 심수회’에서는 신문수와의 일화를 넘어 40년을 함께 해 온 동료들과의 이야기를 담는다. 철저히 독학파인 윤승운이 “덕분에 만화 인생이 즐거웠다”고 말하는 모임의 정체와 면면, 그리고 그 안에서 윤승운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본다.
창작만화가회는 만화가 야구 모임으로 지금으로 치면 2010년 창단한 만화가 및 만화 업계인 야구단 ‘마나스’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창작만화가회 이전에 1954년 결성한 대한만화가협회와 1956년 결성한 현대만화가협회도 야구 활동을 했다. 이 두 협회는 만화의 위상 재고를 위한 활동에 방점을 찍고 있었고 야구 또한 그의 일환이었다. 그에 비하면 창작만화가회는 오히려 목적이 야구에 찍혀 있었던 모임으로 프로구단 창단 전 아마추어 야구가 큰 인기를 끌던 시기 한창 인기를 끌던 30대 만화가들이 주축이 돼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낚시에 취미가 있던 이들이 모여서 만든 낚시 모임이 심수회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또 다른 만화가 낚시 모임과 달리 심수회는 지금까지도 해체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며 우애를 다지고 있다. 정작 낚시를 못한다는 윤승운이 이 모임에서 부동산을 담당하며 꾸준히 함께했던 것은 비단 낚시와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라이벌’ 신문수와 더불어 윤승운의 만화 세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심수회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마지막으로 10장은 ‘윤승운의 어린이, 어린이 만화론’이다. 6화에서부터 훑어 올라온 윤승운의 만화 인생을 관통하는 여러 키워드들이 향하는 종착지가 어디인지 살펴본다. 어린이가 볼 만한 만화라고는 학습만화밖에 없는 지금, 최후의 명랑만화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윤승운이 어떤 마음가짐과 지론으로 만화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의 읽을거리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지 다시금 떠올려 본다.
 
진정성을 만들어 내는 삶의 궤적을 담으려 하다
<맹꽁이 서당> 총천연색 개정판 서문에서 윤승운은 “나는 지난날의 역사를 뒤돌아보며 그 역사가 자랑스럽든 부끄럽든 그것을 거울삼아 우리 어린이들의 삶이 진정 밝고 건전하게 펼쳐지기를 희망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가꾸어 나갈 미래의 주인공들인 우리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함께 역사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만화를 그린 나의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윤승운이 생각하는 어린이 만화의 본질은 어린이의 웃음이고 재미를 끌어내는 만화, 다만 웃음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며 남기는 무언가가 있는 만화다. 때문에 그저 웃기기만 해서도 안 되고 만화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끔 내용을 충실히 채워야 한다.
초기 대표작이자 사실상 명랑만화 작가로서의 삶을 명확하게 해 준 첫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꼴찌와 한심이> 이후부터 <두심이 표류기>, <요철 발명왕>, <굼봉이> 등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물론 <맹꽁이 서당> 이후의 역사 소재 만화에 이르기까지 윤승운의 만화들은 이와 같이 독자층을 명확히 하고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과 읽혀야 할 점을 염두에 두고 목적과 수단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두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윤승운 만화는 서툰 그림이라는 겸양 뒤에서 과장된 표현과 개성 강한 캐릭터라는 명랑만화의 특징적 형식에만 기대기보다 그 표현들을 아우르며 다분히 전략적인 스토리텔링과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그 모든 것을 의도하고 집어넣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으되, 분명한 사실은 <요철 발명왕>과 <맹꽁이 서당> 등에서 보이는 소재와 아이디어는 번뜩이는 감각이나 상상력만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부를 싫어했다는 본인의 말과는 전혀 다르게 윤승운이 만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소재와 표현을 깊고 지독하게 공부한 인물이라는 점을 보면 이는 일정 이상 설계된 결과물이라고 해야 옳다고 본다.
그렇게 보면 윤승운은 스스로 ‘서툰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른 시기에 이야기 전달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스토리텔러이자, 신념에 따라 대상층을 명확히 좁혀 철저히 통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 만화 기획자로서 촉이 분명한 작가였다. 하지만 그러한 면면이 따로 놀거나 튀어나와 있지 않고 자연스레 묶일 정도의 내공을 보여 준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 열 꼭지는 저런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고 지금 우리 만화에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만화가 윤승운의 역사와 작품 세계 속에서 찾아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시기별 대표작과 인생 이야기를 얽어 만화가 윤승운을 이해할 수 있게끔 다양한 발언과 자료들을 통해 해설했으며 배경이 되는 지식이나 시대상을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설명했다. 데뷔 60년이 되어 가는 노 만화가가 창작에 임하는 자세나 방법론은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 없을 수는 있으나 현재 만화계에 진입해 들어오려거나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노 작가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찌 보면 너무나 보편적이고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훈이 그저 보편적이고 뻔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까닭에는 ‘어떤 삶을 살아온 누가 말하고 행하는가’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대중의 평가 속에서 대중문화의 진짜와 가짜가 갈리는 것 또한 이 지점일 터다. 윤승운 만화가 지금까지도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를 묻는다면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진정성이 아니겠느냐고 답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열 꼭지의 이야기들을 통해 윤승운 만화가 보여 주는 진정성의 원천들을 확인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