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한줄평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떠나갈 때 혹은 내가 떠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 읽어보면 좋은 책
생성일자
주관적 별점
★★★★
처음엔 조직관리에 관련된 책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하드코어한 경제/정치학적 이론서였음.
아직 반정도밖에 못 읽었는데 대략 이런 내용
  • 경제학자들은 시장에서 조정이 일어날 때 소비자의 가장 큰 의사표현을 <이탈>로 잡음
    • 사던 걸 안 사거나 다른 기업의 제품을 사는 것으로 의사표현
    • 이 이론에 따르면 경제학의 멘탈모델인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기업의 품질저하가 일어날 때,
      • 즉시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갈아타고 (이탈)
      • 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 수많은 기업들중에 품질저하가 일어나는 기업은 퇴출되고 그 자리를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차지하는 식으로 돌아감
    • 현실에서는 <항의>라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소비자가 기업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
      •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것은 대세에 영향을 못 주는 마이너한 팩터로 계산
  • 정치학자들은 사회적인 결정과정의 핵심을 <항의>로 본다
    • 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체의 대표들에게 목소리를 내어 더 나은 결정을 내도록 압박하는 것
    • 이 멘탈모델에는 <대중>과 <정치 엘리트>(=정치가?)의 이분법적 사고가 있는데,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와 비슷하다
    • 정치학에서는 <이탈>을 중요한 팩터로 잡지 않는데,
      • 국가와 같이 이탈에 대한 허들이 매우 높은 조직을 대상으로 하거나,
      • 조직에서의 이탈을 <배신>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로 보기 때문
      • 이 부분 로직이 약간 약한데 저자가 경제학 베이스라서 그런 것 같다
  • 현실 시장에서도 <이탈>보다 <항의>가 주된 품질개선 압력인 경우가 있는데,
    • <독점 시장>인 경우 소비자는 이탈하(여서 대체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항의를 강하게 한다
    • 자주 교체하기 힘든 <균일한 품질의 고급 소비재> 역시 항의의 대상이 됨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 현실 시장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완전경쟁시장>보다 훨씬 느슨하게 돌아가는데,
    • 대부분의 소비자는 품질이 좀 떨어진다고 사던 제품을 갑자기 안 사지 않고,
    • 모든 제품의 품질과 기회비용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지 않다
    • 기업 역시 사람이 돌리는거라 항상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어렵고,
    • 그 과정에서 약간의 품질저하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이상 신호를 받기 어렵다.
  • 시장의 느슨함이 경영진 입장에서는 품질 회복의 기회가 되는데,
    • 품질저하가 일어남과 동시에 너무 빨리 이탈이 일어나면 회복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지만,
    • 현실에서는 민감한 소비자와 둔감한 소비자가 섞여있으므로 이탈의 속도가 조절이 됨
    • 이탈하기 전에 <항의>의 방식으로 품질 회복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받을 수 있다면 기업 회복이 더 빨라질 것
  • 소비자 입장에서 <이탈>이 (<항의>에 비해) 강력하거나 좋은 카드가 아닐 수 있다
    • 기업들 사이에 과점이 일어나서 품질저하나 가격상승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 소비자는 한 기업에서 이탈해서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도 품질향상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 느슨한 시장에선 완벽한 판단이 어렵고 소비자도 판단을 위해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함
    • 이 경우 시장의 입장에선 과점 상태로 놔두느니 사회적 책임이 강한 독점기업으로 합쳐버리는 게 나을 수 있음
      •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이탈>이라는 카드를 버리고 <항의>를 통해 품질향상압력을 가하는데,
      •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더 효율적인 비용으로 더 큰 품질향상을 시킬 수 있다
      • 명시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공기업화 같은걸 염두에 둔 듯
  • 소비자 입장에서 <이탈>대신 <항의>를 선택하는 경우는,
    • 이탈의 기회비용과, 항의에 드는 비용과, 항의가 먹혀서 나아질 품질의 기대값과, 항의가 먹힐 확률에 의해 결정됨
    • 이탈의 기회비용에 비해, 항의했을 때 먹히면 더 나은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탈하는 대신 기업에 항의를 하게 될 것
  • 나이지리아 철도에 대한 예시
    • 나이지리아 철도공사를 관찰한 리포트가 저자의 이전작
    • 나이지리아에는 이미 (사기업들이) 트럭기반의 물류시스템을 잘 갖춰놓았음
    • 나이지리아에 철도가 깔리면서 공기업이 운영
    • 공기업은 이윤에 큰 관심이 없음 (=이탈에 무감각)
    • 물류시스템의 소비자들은 트럭기반의 물류시스템에 익숙하고 철도의 훌륭한 대체재가 됨 (=이탈 대신 항의를 선택할 유인이 없음)
    • 결과 : 나이지리아 철도는 저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물류시스템은 (철도가 훨씬 유리한 화물도) 트럭 중심으로 돌아감
  • 즉 기업 입장에서는, 이탈과 항의를 적절하게 섞어서 품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완전경쟁시장처럼) 도태되는 대신 (현실의 느슨한 시장에서) 기업회복을 할 수 있다.
  • 그런데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품질>이라는 팩터를 잘 다루지 않음
    •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 품질저하 = 가격상승으로 대체해도 대략 말이 되는 이론을 만들 수 있기 때문
      • 품질저하는 같은 품질에 대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보는 거
      • 당연히 현실에 완전히 들어맞는 가정은 아님
  •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의도하지 않은=비용절감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품질저하가 일어날 수 있는데,
    •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 느슨해서 = 조직관리 등등
  • 품질저하를 가격상승과 같은 현상으로 보는 경제학에는 문제가 있는데,
    • 가격상승이 일어날 경우 한계소비자(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없는 소비자)가 먼저 이탈하지만,
    • 품질저하가 일어날 경우 여유가 있는 소비자(더 비싼 대체재로 옮겨탈 수 있는 소비자)가 먼저 이탈함
    •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이런 특징은 품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가 많은 <전문가적 재화 connoisseur goods> 에서 주로 나타난다
    • 고급 와인 같은것 뿐 아니라
    • 교육서비스 같은 것도 여기 포함됨
  • 이게 잘못되면 방만한 독점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다.
    • 독점기업의 게으른 경영자가 부패나 나태로 품질이 저하되는 걸 방치할 경우,
    • 대체품으로 이탈이 가능한 소비자는 그냥 이탈을 시켜버리고 이탈할 수 없는 소비자만 착취하는 게 이득인 경우가 생김
    • 남미의 정치권력의 경우 이게 극명하게 드러남
      • 정권교체가 일어날 경우 전직 대통령이 국내에 있으면 항의하는 세력의 중심이 될 수가 있는데,
      • 전직 대통령이 외국에 살면 자국 화폐 대신 미국 달러로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콜롬비아에 있었다
      • 전직 대통령은 무조건 외국에 사는게 이득이라 국내의 반동세력을 규합할 수 없어서 현 정권의 부패가 가속화됨
  • 품질은 다차원적이고, 어떤 종류의 변화는 특정 소비자층에게는 개선이지만 다른 소비자층에게는 품질저하일 수도 있다.
    • 수요곡선을 생각해볼 때 체감 품질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그 중간 어딘가에 합의점이 있겠지만,
    • 한쪽 소비자층에게는 대체품이 없고 다른 쪽에는 대체품이 있을 경우,
      • 대체품이 없는 소비자층은 항의를, 대체품이 있는 소비자층은 이탈을 택하게 된다.
    • 이 때 기업 입장에서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는 대체품이 없는 소비자층을 착취하면서 대체품이 있는 소비자층쪽으로 이동하는 게 맞음
      • 이것은 양당제 정당정치같은데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 대체품이 없는 소비자층은 강력한 항의를 통해 품질이 극단화되는 걸 막으려고 하게 된다.
      • 현실 세계에서는 이것도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해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힘이 된다.
      • 정당정치의 경우 이게 심해지면 대체품이 없던 사람들이 이탈해서 제 3정당을 만들기도 함
    • 기업 내에 이탈에 민감한 조직과 항의에 민감한 조직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고 그 경우에도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난다.
      • 항의에 민감한 조직과 관련된 품질저하는 빠르게 해소될 수 있는데,
      • 이탈에 민감한 조직과 관련된 품질저하는 회복하기 힘들 수 있음
      • 정치세력이 급진화되는 기작도 이것과 비슷
  • 충성심은 품질저하가 일어나더라도 이탈을 선택하는 경향을 더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 더 나은 대체품이 있더라도 충성심이 있는 소비자는 이탈 대신 항의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 이걸 대략 수학적으로 모델링을 해보면, 충성심이 있는 소비자가 이탈하는 지점은 충성심이 없는 소비자가 이탈하는 지점보다 훨씬 뒤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 이로서 항의를 통해 품질을 바로잡을 기회가 더 많이 생기면서 조직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잘 잡을 수 있다.
    • 충성심이 잘 작동하는 경우는,
      • 품질 개선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긴 고민과 창의적 해법이 필요한 경우 충성심이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 밀접한 대체재가 있어서 품질저하가 일어났을 때 금방 옮길 수 있는 경우 충성심이 품질 회복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 즉 품질 개선이 쉽지 않거나, 품질 개선을 기다릴 이유가 없을 때에도 비논리적으로 버텨주는 힘이 충성심임
    • 그러나 <항의>가 잘 먹히는 것은 <이탈에 대한 위협>이 수반되어야 한다
      • 즉 아예 이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항의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 정치조직의 경우 정치적 규칙에 따라 이탈에 대한 위협이 큰 차이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게 항의의 힘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 경선 후 탈당해서 단독후보를 낼 수 있는 규칙일 때는 항의가 큰 힘을 발휘하는데,
        • 경선이 끝난 뒤엔 후보를 낼 수 없는 규칙일 때는 항의보다는 빠른 이탈이 우월전략이 된다는 식
        • 하루 차이로 정치지형에 큰 영향을 주는 예
      • 기업에 대한 보이콧(불매운동?)도 이와 비슷한데,
        • 일시적인 이탈을 선언하되,
        • 암묵적으로 질이 개선되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는 셈
        • 이탈에 대한 위협을 수반한 항의로 강력한 장치
    • 반면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해 많은 조직이 사용하는 장치들이 있는데,
      • 이탈에 큰 페널티 (배신자에 대한 응징 - 재산은 물론 목숨까지 빼앗는 경우)
      • 가입에 큰 비용 (가입비 = 이탈 시 잃어버리는 비용처럼 느껴짐)
      • 기타 등등으로 아예 이탈에 대한 허들을 높이고 충성심을 강화하는 조직
    • <이탈에 대한 위협>이 제거된 충성심은 <항의>를 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그래서 조직 회복이 힘들 수가 있음
       

      유저를 직원으로 보고 게임업계에 빗대어 생각을 하면...
    • 기업 입장에서는 <이탈>이 일어나는것보다 <항의>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게 유리하다.
      • 재정적 타격을 덜 받으면서 품질개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
    • 소비자 입장에서는 <A:항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낮고> <B:항의했을 때 먹힐 확률이 높고> <C:항의가 먹혔을 때 품질개선이 만족스러울수록> 이탈하는 대신 항의를 선택함
      • 게임에서 A를 낮추는 데 많이들 노력을 하고 있다. (듀랑고 서버상태제보 같은 것도 그런 연장선)
      • 유저들이 B를 느끼게 하는 것은 기업마다 중요도를 조금씩 다르게 보는 것 같다. (너무 말 들어주면 안된다고 본다든가...)
      • C는 사실 쉽지 않긴 한데, 유저 입장에서는 항의가 먹혔다는 사실에 대한 만족감이 꽤 큰 것 같다. (그래서 바뀐게 얼마나 좋은지는 둘째치고)
    • 즉,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게임이 잘 되는 이유는,
      • 유저 피드백을 수용하는 게 게임의 품질을 높인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수 있지만,
      • 기존 유저 입장에서 <이탈>하는 것보다 <항의>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하게 되기 때문에 이탈률이 낮아지는 것이 더 주요한 요인일 수 있겠다.
      • 즉, 유저 말대로 게임을 만드는 게 얼마나 게임 품질에 도움이 되느냐와 별개로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이탈률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 유저 입장에서 <항의가 먹힌다>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해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