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뒤에서의 활동으로 더 빛나는 배우, 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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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뒤에서의 활동으로 더 빛나는 배우, 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 1기 활동 중, 영화 뿐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과정으로 마음을 끄는 감독, 션 베이커(Sean Baker)에 대해 기억 하시나요?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스크린 뒤에서의 활동으로 더 빛나는 배우 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를 소개해보려합니다.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1992) 등, 20세기 마지막 10년의 대표적인 여성영화들에 출연한 데이비스는 본인이 속한 영화계가 얼마나 많은 여성 인력을 배제하고 있는지, 미디어 산업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관객 -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깨달았습니다. 각종 제작사들, 영향력있는 투자자들에게 이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설득하려 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했고, 다른 여성 영화인들과 손을 잡고 의견을 내어도 "바꾸겠다", "노력하겠다"는 무의미한 말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데이비스가 택한 돌파구는 바로 '정량적인 데이터'였습니다. 데이비스는 같은 뜻을 품고 있는 동료들을 모아, 영화를 하나하나 보면서 주요 캐릭터의 성별 비율, 대사의 분량, 화면에 비치는 분량, 등등을 정량적으로 기록하고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비스 같은 인물들을 단순한 radical feminist들로 생각하던 영화사들과 고용정책 관계자들은 그가 가져온 연구 결과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가 없었던 여성 영화인들은 목소리에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데이비스와 그의 연구기관 - Geena Davis Institute on Gender in Media이 영화/시리즈물을 제작사 별로 분류하여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지를 비교하는 연구 자료를 발표(고발?)했고, 거기서 가장 남성 중심적이라고 나온 제작사에서 경각심을 느껴 인사 채용/작품 채택에 극적인 변화를 주었더니 이듬해에 바로 시상식을 휩쓸었다는 것이었습니다. - 얼마나 PC한지가 아닌, 작품성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죠. 저는 작년에 개봉했던 다큐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This Changes Everything>, 2018)을 보고 데이비스를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아트나인에서 <델마와 루이스>를 재개봉해준 덕분에 <델마와 루이스>를 스크린으로, 다른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며 영화를 보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성도 아니고 영화인도 아닌지라 여성영화에 대해 운운할 자격을 이중으로 박탈당하긴 했지만, 평소에 젠더와 미디어에 관심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혹은 인터넷 사이트 seejane.org를 보시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정량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서 알게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