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Studio : 던폴 프로젝트 홀드 안내
Created by 이은석 [doocub] on 5월 03, 2018
프로젝트 홀드에 관하여
왓 스튜디오의 구성원 여러분, 갑작스럽지만 최근 스튜디오 내부 테스트를 진행한 〈던폴〉 프로젝트의 진행을 홀드하기로 결정해서 설명을 드립니다.
결정의 배경
배경1 :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선택
이번 내부 테스트에 참여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던폴 프로젝트는 좋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3년 넘게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개발팀의 뛰어난 역량과 헌신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콘텐츠가 많지 않지만,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매우 냉혹합니다. 몇 년 전의 PC게임 시장에서 넥슨이 전성기를 누리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유저들의 한정된 시간에 비해 공급 경쟁은 과잉되어 있고, 유저들의 기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2주일에 한 번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는 게임에는 매주 업데이트를 안 한다며 별점을 1개 남기곤 합니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사용자 중심의 시장이 된지 오래입니다. 개발자도 삶과 가족이 있다는 얘기는 유저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인용됩니다. 극소수의 몇 게임만 살아남고, 나머지 개발자들이 수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창조한 게임의 대부분이 잠시 반짝 소비되어 버리고 사라지며, 잊혀집니다.
저는 게임 시장의 이런 특성이 완벽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에 기인한, 한계비용 제로 산업의 숙명이라고 봅니다. 이에 관해선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시장 환경에서 제가 추구하는 희망의 전략은, 가치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팬덤을 쌓는 것입니다. 그리고 파이가 작더라도 경쟁자가 없는 영역으로 먼저 나아가는 것입니다.
연구 용도가 아닌 정식 상업용 게임으로, 신규 개발 타이틀이 상품으로서 출시할 수 있으려면 이제 전보다 더 큰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왓 스튜디오의 책임자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제가 보기에, 던폴에는 분명히 가능성이 있지만, 상품화와 장기 서비스를 위해서는 콘텐츠 규모와 그를 개발할 팀 규모를 많이 보완해야 합니다. 스튜디오 전체가 출시 작업을 함께 해야 할 정도로요. 하지만 대규모 작업에 앞서서, 방향성과 룩&필을 비롯한 여러가지 경쟁력을 더 확실히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승부를 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프로젝트 진행의 홀드를 결정하였습니다.
배경2 : 듀랑고에 좀 더 힘을
두 번째 배경은, 우리 스튜디오의 버팀목이 되어줘야 할 프로젝트인 〈듀랑고〉에 좀 더 많은 힘이 필요해서입니다. 아시아의 장벽을 넘어 서구권에서도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온 듀랑고는 해외 서비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미공표 사실이니 보안에 유의해주세요)는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할 특별 장르 중 하나로 샌드박스 MMO 게임을 정했고,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의 모바일 버전이나 넷이즈의 〈명일지후〉 같은 유망한 경쟁작들이 곧 출시 예정이라 조바심이 나서, 우리 넥슨에 듀랑고의 중국 서비스 준비를 채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얼마 전 대표이사인 이정헌님도 조심스레 듀랑고에 집중하는 의견을 물어오셨고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입니다. 개편된 조직 체제에선 결정권이 경영진이 아닌 스튜디오에 있습니다), 스튜디오의 책임자인 제가 결정하였습니다. 듀랑고가 튼튼히 굴러가야 우리 스튜디오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홀드란 무엇인가
홀드라는 건 "영구적인 취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중지이고, 언젠가 반드시 재개한다"고 확답할 수도 없습니다.
비슷한 예로 듀랑고(K1)의 초기개발단계에서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던 〈K2〉도 2013년 K1에 집중하기로 하여 홀드 상태에 들어갔고, 작업물인 프로토타입과 영상들이 아카이브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듀랑고를 만들면서도 K2가 남긴 결과물은 계속 듀랑고 개발팀에 꿈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종종, "K2를 다시 만들어야 하나"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프로젝트 홀드이며, 던폴도 이와 비슷한 상태로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프로젝트의 아카이브
5월의 절반은 프로젝트의 정리 기간을 갖습니다. 이 기간에 던폴팀들이 집중적으로 해야할 일은 각 개인별/분야별 포스트모템과 잘 정리된 기록(특히 영상) 남기기입니다. 포스트모템을 통해 프로젝트에서 잘 진행된 점, 잘 안된 점들을 회고하고 공유하고 기록을 남기는 일은, 몇 년간 일해온 모든 구성원에게 큰 레벨업의 기회가 되고 좋은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론칭과 서비스로 뒤돌아볼 기회없이 달려가는 프로젝트에는 오히려 갖기 힘든 시간이니, 이 기회를 부디 잘 활용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흥미롭게 정리된 영상 기록도 꼭 잘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도의 자산인 포스트모템과 영상들은 모든 스튜디오원들이 편히 접근할 수 있는 문서창고(컨플루언스)에 남겨서,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게 꿈과 영감을 남겨주세요.
던폴팀의 이후 업무와 인사정책
이번 홀드 결정에 따른 인사에서 첫번째 원칙은, 던폴 프로젝트의 모든 구성원 분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왓 스튜디오 내에 수용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희망해서 사내채용으로 다른 스튜디오에 이동하게 되거나, 퇴직/이직을 희망하는 등의 경우는 예외입니다만, 그게 아닌 이상은 모든 인재가 왓 스튜디오 내에서 다른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두번째 원칙은, 현재 던폴의 각 팀 구성을 유지한 채로 듀랑고 프로젝트에 편입하는 것입니다. 베테랑 멤버가 많고 단단하고 우수한 팀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온 결과물인 현재의 팀 구성을 깨지 않은 채, 듀랑고의 업무를 하게 됩니다.
다만 너무 죄송하게도, 던폴 아트유닛은 전문적인 아트 디렉터가 없는 상태라 팀 구성의 유지가 어렵습니다. 아트 쪽은 개별 면담과 양측 의사확인을 통해 듀랑고 또는 연구 프로젝트 중 한 곳으로 배정을 해드리겠습니다.
던폴 프로그래밍/디자인 유닛에도 개개인의 스킬셋이나 업무성향이 듀랑고와는 너무 달라서 프로젝트 전환이 쉽지 않은 일부 구성원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 분들은 면담을 거쳐 스튜디오 직속의 작은 연구조직에 배속되어, 제가 정한 연구주제 몇 가지를 수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조직은 과거 신규개발본부의 (악명 높았던) 인큐베이터실과는 달리, 소속 시한이 정해져있지 않으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메이플블리츠X는?
던폴 소식을 듣고 메블X 프로젝트 소속인 분들도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메블은 이미 론칭해서 서비스 중인 게임이고 구성 인원도 적어서, 듀랑고 프로젝트와의 합류에 대해 결정한 바 없습니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회사의 큰 지원 없이 훌륭히 론칭한 메블 프로젝트는 많은 것을 입증해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디렉터인 고세준 님과 함께 앞으로 전환점을 만들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좌절하지 않는 스튜디오 문화로
갑작스런 홀드 결정에 던폴 소속팀원 분들의 놀라움과 상심이 크실 것입니다. 마음을 추스리고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휴가 사용이 필요하신 분들은 문성준님과 상의하여 충분히 쉬고 오셔도 좋습니다.
구글이나 슈퍼셀 같은 해외의 유수기업들에는, 도전이 좌절되었을 때 오히려 축하파티를 열고 장려하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의미있는 시도와 도전에는 좌절 역시 따를 수 있는 법입니다.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용인하는 문화를 우리 왓 스튜디오에도 만들수 있게 모두 도와주세요.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훌륭한 도전과 헌신을 해온 던폴 팀원들께 존경과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 3일 이은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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