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2019,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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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웹툰 작가 평론선 - 김진태》
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
2019.09.30
119쪽
128×188×20mm
ISBN 9791128811104
 

책 뒷이야기

 
김진태 론은 한혜연 론과 함께 만화·웹툰 작가 평론선으로 집필한 책이다. 두 책을 동시에 집필을 의뢰받아서 진행했고, 두 책이 같은 날에 출간되었다.
김진태는 최후의 명랑만화가이자 개그만화의 원류로 꼽히는 작가, 그리고 어떤 소재를 두고도 본인 표 만화화하는 작가다. 이 책을 집필 하는 건 '김진태 월드'라는 독특한 세계의 주인으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독자들에게 강력한 자장을 남기고 있는 작가의 30년 흔적을 좇는 조심스러운 과정이었다.
 

출판사 책 소개

 
명랑만화의 시대가 저물어 가던 1980년대 후반 등장해 지금까지 우리 만화의 웃음을 지탱해 낸 개그만화의 거목이다. 명랑만화의 마지막 계승자이자 대한민국 개그만화의 원류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즉물적인 웃음을 끌어내기보다는 언제나 당대 대중들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소재와 방법을 찾아 왔다. 개그라는 틀 위에서라면 장르는 물론 지면, 형식의 경계를 두지 않는 자유로운 작가이자 언제나 웃음이 지닌 힘과 그 역할에 관해 고민하는 웃음 철학의 소유자인 김진태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차례

 
01 김진태의 만화가 데뷔
02 최후의 명랑만화가
03 구시대의 막내, 새 시대의 첫째
04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만화가
05 시사풍자만화가 김진태
06 김진태 만화와 패러디
07 김진태 표 웃음의 근원
08 성실한 작가
09 발 빠른 트렌드 탐색자
10 김진태 이후와 그 계승자들
 

서문

 
김진태월드에 접속하기
김진태는 1988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개그만화를 대표해 온 만화가다. 2018년으로 데뷔 30주년이자 지천명의 나이에 도달한 김진태는 “명랑만화의 마지막 계승자”이자 “개그만화의 원류”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으며 쉼 없고 지면과 형태의 경계선도 없는 창작 활동으로 그 어떤 다작 작가도 명함을 쉬 내밀기 어려운 작품 수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김진태가 2016년 네이버 웹툰란의 ‘거장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획 시리즈에 이름을 올릴 만큼 중견 만화가로서 자기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까닭은 그저 오랜 경력과 작품 수 때문만이 아니다. 이는 수많은 작품을 늘 현재에 걸맞은 감각으로 꾸준히 만들어 온 결과이자, 그 속에서 자기가 만들어 내는 만화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관철해 온 결과기도 하다.
김진태는 자기 만화를 보는 독자들에게서 끌어내고자 하는 최종 목표인 웃음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그 웃음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이르는 답을 도출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는 작가다. 지금 이 시점의 독자들을 웃기기 위한 방법론을 세우는 데에도, 현재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데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또한 김진태 만화는 언제나 다양하고 완벽하지 않아 정감 가는 인간 군상들을 온 힘을 다해 동원함으로써 다채로운 캐릭터 쇼와 시추에이션 코미디를 즐기는 맛을 전달해 왔으며, 이들을 곧잘 작품 사이에 교차함으로써 작품 사이에 강한 연결성을 부여한다.
이와 같은 교차가 시간과 함께 쌓이며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김진태월드’라는 세계가 형성됐다. 뻔하고 익숙한 듯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뻔뻔하게 각 작품 속에서 녹여내는 캐릭터 플레이는 독자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는 김진태월드의 특징이다. 김진태 만화 세계를 읽어내려 함은 곧 김진태월드에 접속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왜 김진태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
김진태의 작품 활동 폭과 빈도는 활동 기간을 감안해도 유난히 압도적으로 넓고 높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비블리오그래피를 전부 펼쳐놓고 한 작품씩을 깊게 소개하기보다는 만화가로서 김진태가 펼쳐 온 활동의 중요 포인트들을 좇으며 김진태라는 만화가가 한국 만화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피는 쪽에 집중했다.
김진태의 만화 인생과 위치를 살피기 위한 포인트를 가늠하기 좋은 건 바로 김진태가 듣는 갖가지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이 수식어들은 사람에 따라서는 김진태만의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김진태가 자처한 적은 없으나 세간의 평가로 받은 ‘최후의 명랑만화가’라는 별명의 경우가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김진태는 명랑만화의 에너지를 이어 받은 ‘오직 유일한’ 인물은 아니다. <비빔툰>(1999)의 홍승우나 <야, 이노마!>(1999) <기생 충>(2003)의 김미영 같은 작가도 명랑만화스러운 유전자를 지닌 만화가로 소개되곤 한다. <수리수리 맛소금>(2002)의 박무직처럼 형식을 시도한 사람까지 치자면 좀 더 다양한 인물군을 목록에 올릴 수 있다.
사회 풍자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작중에서 세태를 풍자하거나 시대상을 드러내는 경우로 김진태가 유일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는 않다. 전통적 신문 시사 네 칸 만화에서 걸출한 은유와 풍자를 보여 주는 박순찬의 <장도리>(1995∼)를 뺀다 하더라도, 이야기 만화에서도 마치 영화 이야기를 하듯 시사적인 이야기를 ‘아닌 척’ 독하게 찔러 넣는 <정훈이 만화>(1995~)의 정훈이가 보여주는 비상함을 빼놓을 순 없다.
흔히 김진태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언급되는 패러디의 경우는 또 어떠할까. 우리나라에서도 패러디를 주 무기로 이용하는 작가나 작품은 많다. 작품 단위에서의 밀도로 한정하자면야 아예 만화에 대한 만화로서 전 페이지에 걸쳐 메타(meta-)스러운 시도를 벌인 박무직의 <툰>(1999)에서 오히려 한 장 한 장 꾹꾹 눌러 담은 패러디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박순찬의 <장도리>도 정통 시사만화의 틀 안에서 곧잘 패러디를 선보이며 젊은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진태는 여전히 이런 화두들을 언급할 때마다 가장 먼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들은 바로 여기다. 명랑만화도, 풍자도, 그리고 패러디도 명수들이 저토록 많다. 그럼에도 “왜 김진태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 책의 열 꼭지는 그 질문에 관한 답이라 할 수 있다.
 
만화가 김진태를 수식하는 말들
이 책의 열 꼭지는 김진태 만화 인생의 시작점에서부터 조명하면서, 한편으로 김진태가 데뷔 이래 30년에 걸친 만화 인생을 통틀어 작가들에게, 또 독자들에게 부여 받았던 중요한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각 꼭지는 각자가 독립적이나, 한 꼭지를 읽고 이해한 상태로 다음 꼭지로 넘어갔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게끔 각 꼭지마다 일정한 인과성이 담기도록 구성하였다.
먼저 1장 ‘김진태의 만화가 데뷔’는 말 그대로 김진태가 만화가로 데뷔하는 시점을 전후한 이야기다. 고교 졸업과 대학 입학 사이에 만화 학원에 등록하면서부터 만화가를 본격 지망한 김진태는 만화 활동을 대학 학보사에서 시작한다. 프로 데뷔는 음악 매체에서, 공모전에서는 만화 전문지에서 세태 풍자를 담은 네 칸 만화와 단칸 카툰으로 당선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1장에서는 김진태가 데뷔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과정을 세밀하게 살피는 한편으로 이후 코미디 장르를 전문으로 삼게 된 계기 등을 살핀다. 이 1장의 내용은 작가 데뷔에 관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코미디와 김진태표 만화가 지니고 있는 몹시 복합적인 특성이 어디에서부터 오는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초적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김진태 만화의 원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김진태의 이후를 이해하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2장부터는 김진태라는 이름을 수식하는 다양한 키워드들과 더불어 김진태를 김진태로 만드는 덕목들의 원류가 무엇인지를 좇는 과정을 담고 있다. 2장 ‘최후의 명랑만화가’에서는 김진태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표현인 ‘명랑만화의 최후 계승자’라는 표현의 이유를 좇는다.
명랑만화의 형태를 담은 만화가 이후 아예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님에도 김진태에게 이와 같은 별명이 붙은 것이 과연 명랑만화의 시대가 끝나고 한국 만화의 주류 형태가 바뀌는 전환기에 등장했기 때문만일까? 이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2장에서는 명랑만화가 무엇인지에 관한 간단한 개괄에서부터 시작해 명랑만화의 본질이자 본령에 해당하는 부분을 김진태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많이 따라 그렸던 선배 작가인 윤승운에게서 찾는다.
윤승운이 정의하는 명랑만화의 본질을 놓고 보면 명랑만화는 단지 단순한 선과 과장으로 슬랩스틱을 펼치면 되는 장르가 아니며, 김진태의 만화가 명랑만화를 계승했다고 여겨지는 것 또한 이러한 본질을 잘 이해하고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3장 ‘구시대의 막내, 새 시대의 첫째’는 최후의 명랑만화가로 불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후배들에게 개그만화의 원류라 평가받는 김진태를 다룬다. 최후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가리키듯 명랑만화는 김진태를 끝으로 한 시대의 저편으로 저물어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장르다. 하지만 김진태는 거기에 머무르기보다 현 시기에 어울리는 웃음이 무엇인지를 찾아 적용하려 들었으며, 그 결과 1990년대의 개그만화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그렇다면 ‘개그만화’라는 명칭으로 통칭되는 1990년대의 웃음은 그 이전을 대표하는 명랑만화와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같은 웃음을 주는 만화임에도 명랑만화와 개그만화의 명칭이 완전히 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김진태는 그 사이 어떤 위치에 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3장에서는 이 점을 코미디 이론을 인용하여 접근해 보았다.
4장의 제목은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만화가’다. 30년에 걸친 김진태의 비블리오그래피는 그 자체로 김진태의 열성적인 활동을 보여 주지만, 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비블리오그래피가 깔끔하고 명확하게 한 장르와 형식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진태에게 코미디와 개그는 장르를 규정하는 틀이 아니라 어떤 장르와 소재를 가져다 놓아도 요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종의 불판이다. 훗날 김진태월드라는 표현으로 통칭되는 김진태의 만화 세계는 무엇을 갖고도 김진태표 만화로 만들어 내는 특질을 잘 보여 준다. 4장은 그동안 김진태가 만들어 낸 작품들의 다양함을 보여 주는 한편으로, 본격적인 순정만화를 시도했던 일화나 아예 만화가 아닌 형태를 선보이기도 했던 사례도 소개함으로써 역으로 김진태 만화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에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이 무엇인지를 짚는다.
5장은 ‘시사풍자만화가 김진태’다. 김진태는 데뷔하기 전의 학보사 만평 활동이나 데뷔 직후의 공모전 당선작이 시사만평이었던 인연이 있지만 만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은 개그만화 쪽으로 펼쳐 나갔다. 하지만 <대한민국 황대장>(1991)에서 <시민쾌걸>(1999)에 이르기까지 김진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주목 받아 온 까닭에는 작품이 지니고 있던 사회 풍자적 측면도 큰 몫을 맡고 있다.
김진태가 30대 초반부터 5년여에 걸쳐 일일 연재를 했던 <시민쾌걸>은 김진태에게 독자만화대상 1회의 시사/풍자 부문 1위의 영예를 안겼을 만큼, 여타 수많은 신문 시사만화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는 활약을 한 작품이다. 5장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었던 원인에 관해 역시 김진태가 추구하겠다고 설정한 방향에서 답을 찾는 한편 당시의 시대상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살핀다.
 
김진태의 방법론
6장부터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간 작품 세계 분석이다. 김진태는 <시민쾌걸>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속에 시대상을 진하게 담아 왔다. 2000년대 이후의 김진태 만화는 기존에 비해 한층 더 장편스러운 호흡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장르적 특성 자체를 비틀어 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발전점을 설명하기 위한 틀거리로 패러디를 들 수 있는데 이를 6장에서 다룬다. 6장의 제목은 ‘김진태 만화와 패러디’로, 패러디를 만화 연출에 이용하는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곤 하는 점을 짚고 있다. 김진태 만화를 설명하는 데에 패러디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만화평론가 박인하는 김진태의 패러디를 시사 풍자적인 면을 드라마로 소화하기 위해 이용하는 방법론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김진태의 패러디는 특히 단지 타 작품의 장면을 끌어오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성장기에서 현재를 거쳐 김진태가 흡수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다양한 소재들이 총동원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6장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패러디의 근간이 되는 특징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좇는 한편, 김진태 만화의 특징으로 패러디가 가장 먼저 언급되는 점에 관해 막상 김진태 본인이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를 내보임으로써 김진태 만화를 읽어내는 데에 세간이 많이 간과하고 있는 지점을 환기한다.
7장의 제목은 ‘김진태 표 웃음의 근원’이다. 이 장에서는 김진태가 만화에서 웃음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즉물적인 외피에 그치고 있지 않음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김진태 만화의 웃음을 만들어 내는 근원은 무엇에 있을까를 살핀다.
김진태 만화의 웃음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한 까닭은 여럿이다. 그러나 사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함에도 외피에 해당하는 패러디 등 즉물적 장치들에 가려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 바로 김진태가 ‘웃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와 이 생각을 어떻게 심화시켜 왔는가다.
이를테면 김진태가 만화가로서 닮고 싶었던 선배 명랑만화가들의 자산은 무엇이었으며, 웃음이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김진태의 답은 무엇인가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그저 “그냥 웃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개그만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깊이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이 지점이 김진태를 단지 유명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게 하기보다 한 시대와 다음 시대를 잇는 가교로서 기억하게 하는 요소기도 하다.
8장은 ‘성실한 작가’다. 4장 ‘장르와 형식을 넘나드는 만화가’에서도 언급하는 바지만 김진태는 지면은 물론 심지어 흔히 생각하는 만화라는 틀조차 벗어나는 활동을 펼쳐 왔다. 하지만 김진태의 성실함은 단지 활발하고 폭넓은 활동에서만이 아니라 그 활동을 위한 밑 준비에서부터 드러난다.
개그를 주 종목으로 삼는 작가로서, 김진태는 개그의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만화가다. 30년이라는 시간이 김진태의 성실함을 증명한다기보다는 늘 성실하게 준비했기에 30년 이상 개그를 무기로 삼는 만화가로 살아남을 수 있었고, 또한 그렇기에 나아가 다양한 지면과 형식을 시도하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변화하는 대중의 입맛에 맞춰 개그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물론 김진태 만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언급되던 캐릭터 플레이의 방식까지 바꿔 적용하는 모습에서 김진태의 생존력이 단지 본능적인 감각에서만 오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8장에서는 이러한 지점들을 두루 살펴본다.
9장의 제목은 ‘발 빠른 트렌드 탐색자’다. 김진태는 누구보다도 꾸준하고 성실한 작품 활동으로 개그만화가로서 30년을 생존해 냈지만, 또한 한편으로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그 시기의 트렌드를 찾아 채용하는 데 능한 작가기도 했다.
현재 독자들의 구미가 무엇이고 대중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냉정하고 냉철하게 가늠하며 데뷔 25년이 되어 가던 시점에서도 ‘공부’를 입에 올리는 작가가 김진태다. 그런 김진태이기에 비단 시사 면에서만이 아니라 기술 발달과 사용자 경험성이 무엇보다 강하게 발현되는 대중문화의 창구가 어떻게 변하는지에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웹툰이나 멀티미디어 기술에 중견 작가로서는 비교적 유려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그에 앞서 개인 홈페이지를 이후 블로그나 SNS까지 통틀어서도 작가 자신의 정보를 소개하는 창구로서는 가장 충실한 내용으로 구성한 점도 김진태가 해당 시기의 트렌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9장은 이 같은 일면의 구체적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오랜 시간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해 온 탐색자로서의 김진태를 조명한다.
마지막 10장의 제목은 ‘김진태 이후와 그 계승자들’이다. 김진태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은 바로 ‘명랑만화의 최후 계승자’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스스로가 시대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김진태는 명랑만화의 에너지를 받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1990년대 개그만화의 중심이자 대표가 되었고, 2000년대로 넘어가는 만화의 개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0장은 이러한 특성을 정리하는 마지막 장으로 김진태의 전성기 이후 만화가 어떤 흐름으로 발전했으며, 그 속에서 김진태의 계보를 잇는 작가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를 조명한다. 김진태의 역할이 가교라면, 이어 받는 사람이 있어야 그 역할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지금 다음’의 웃음을 위하여
201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며 한국 만화에서의 개그는 병맛이 득세했고, 그 이후 다소간 자기복제에 가까운 정체에 머물러 있다. 병맛 조류 자체도 마미손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2018)에서 보이듯 태동을 위한 모태로 삼았던 만화 매체를 벗어나 영상 매체 쪽으로 확연하게 넘어갔다.
유명 TV 예능 <무한도전>에도 출연한 바 있는 정신과 전문의 송형석은 만화 무크지 ≪보고≫의 3호 커버스토리를 위해 마련된 토크콘서트에서 김진태와 함께 출연해 다음과 같이 촌평한다.
“개그 감각이라는 것이 굉장히 굳건하게 있는 질서에 대해서, 그 질서의 모순에 대해서 비웃을 수 있을 때, 이게 사실 개그가 되는 것이잖습니까. (중략) 지금의 세대는 어떻게 되었냐 하면, 사실 모든 것이 정신적으로는 금기가 별로 없는 세대라 생각해요. (중략)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금기, 아주 대표적인 금기조차도 의식상에서 사실은 허용이 되어 버렸거든요. 그렇게 되니까, 웃을 건더기가 없다고 할까, 뭔가 반역을 하고, 기존의 터부를 깰만한 것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결국 굉장히 혼란스럽게 남아 있는 '자기 가치'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를 자조하는 현상밖에 안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송형석은 아예 조석의 <마음의 소리>(2006~)가 이와 같은 자조의 정점을 찍은 후 이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병맛의 유행 이후 희화화 대상을 곧잘 사회적 약자로 두고 무차별적으로 조롱하는 만화가 곳곳에서 ‘일침’이라는 형태로 등장하곤 한다. 이는 결국 자기 아래에 누군가가 있음에 안심하고 싶어 하는 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개그만화라는 장르를 넘어 만화가 줄 수 있는 웃음이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이 시기, 김진태의 만화 인생을 통해 지금과 그 다음에 관해 고민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